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지난 10월 14일부터 오는 10월 31일까지, 부산 BEXCO에서 세계 3대 국제표준화기구 중 하나인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의 제82차 총회가 2주에 걸쳐 개최된다. ‘2018 IEC’ 총회는 전자전기 관련 세계표준을 논의하고 확정하는 자리다. 이번 총회에는 85개국에서 3000여명의 표준 전문가들이 참석하며 97개 기술 위원회(TC/SC) 회의가 열린다. 이번 총회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표준화 작업이 주된 주제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우리가 잘하고 주도할 수 있는 융합형 정보통신기술(ICT) 표준화를 위한 기술위원회와 표준반을 신설한다.

이번 총회에서는 세계 시장을 선도할 웨어러블 표준도 주요 주제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란 입을 수 있는(wearable) 기기(devices) 즉, 몸에 부착하거나 착용하는 전자장치이다. 스마트 워치는 물론 티셔츠부터 안경, 팔찌, 시계, 신발 등과 같이 형태도 다양하다. 앞으로는 점차 생체 이식 형태로까지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장치를 통해 사용자 신체의 변화와 주변 환경에 대한 상세 정보를 계속 실시간으로 수집·활용할 수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착용하면 성별, 연령 등을 고려한 필요 운동량을 조언 받고 수시로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우리 삶을 ‘스마트’하게 바꿔주고 있다. 앞으로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기기들이 발명돼 언제 어디서나 컴퓨팅이 가능하게 되면 인류 생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국내 웨어러블 장치 시장은 전 세계 시장의 3%에 불과하지만 점차 관심도와 구매력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 61.1%가 웨어러블 장치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62.3%는 실제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시장조사기관 IDtechEX는 웨어러블시장 가치는 2015년 200억 달러에서 2025년 700억 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웨어러블 장치의 안전성과 신뢰성 특히 성능에 대한 정확성, 보안성, 내구성에 대한 국제 표준을 제정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IEC는 주요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대해 기술별 국제 표준을 제정할 기술위원회를 신설했다. 이 중 착용형 스마트기기 국제표준위원회(TC 124)는 한국이 제안·설립해 주도하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한국이 국제 간사국으로서 웨어러블 관련 기기와 전자섬유 재료를 비롯한 국제 표준을 다루는 한편 웨어러블 기기와 패키지에 사용되는 용어, 측정법과 평가하는 방법을 규정하는 표준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또한 한국은 이번 총회에서 IEC 상임이사국 첫 진출을 노린다. 현재 상임국은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독일, 중국 등 6개국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4위 전기전자제품 생산 대국이다. 전기전자 분야 강국인 한·중·일 3국 가운데 한국만 상임이사국에 진출하지 못한 상황이다. 상임이사국에 진출하면 주요 기술별 국제 표준화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산업계는 국제 표준화 참여 확대 계기를 마련해 국제 표준을 선점할 수 있다.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아울러 이번 총회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스마트시티’를 주제로 전문가들이 토론한다. 역대 3번째 규모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가 될 IEC 부산 총회를 계기로 4차 산업혁명 시대 공공 서비스의 융합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시티를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선행 과제로서 표준화 활동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IEC 부산총회는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 시티라는 이슈를 국제표준화 무대에서 우리 주도로 논의할 수 있는 기회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목받고 있는 웨어러블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기와 기술의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 이번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국제표준 제정을 둘러싼 국제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국제 표준화 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해야 한다. 이번 총회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국제 표준과 규제를 주도할 수 있는 룰메이커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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