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북한학박사 

1990년 10월 3일 독일이 통일됐다. 당시 독일의 통일 환경은 오늘날 우리나라에 못지않게 어려웠다. 그래서 그들은 당분간 통일은 불가능한 것으로 봤고, 통일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언젠가 기회가 오면 이를 활용하기 위해 통일의 촉진환경을 조성해 나갔다. 브란트의 동방정책으로 교류의 물꼬를 튼 독일은 접촉점을 선과 면으로 확대해 나갔다. 헬무트 콜은 당시 소련을 포함한 주변국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설득해 불가능하게 보였던 독일 통일을 이루어냈다. 나는 독일이 어려운 국면에서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의 하나는 독일의 정치가들이 통일을 이야기 하지 않으면서도 평화통일의 촉진환경을 계속 확장시켜 나갔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통일을 크게 강조할 필요는 없지만, 평화통일을 지원하고 보장하기 위한 통일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주변국들이 한반도 통일에 거부 및 방해세력이 되지 않도록 오해를 불식시키고, 협력을 증진하는 등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지역안정과 협력사업 추진 등 주변국들을 통일지원세력으로 만드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평화통일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독립국가로서의 생존을 보장받으면서 통일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돌발변수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탄력적인 외교전략이 필요하다. 평화통일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외교는 주변 4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통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평화통일을 위한 협력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외교적 역량을 그 어느 때보다 더 발휘해 전통적인 동맹국과의 유대를 더욱 강화해 나가면서, 다른 국가들과 협조체제를 새롭게 다져 나감으로써 급변하는 국제질서에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장기적인 국가안보전략의 틀 속에서 평화통일전략을 세울 때는 통일된 이후의 한반도를 바라보는 미국, 일본,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의 시각과 안보전략을 심도 깊게 검토하고 대응책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 미국외교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미국이 한반도 평화통일의 절대적인 지원세력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 일본외교는 과거 한반도 침략과 분단에 대해 일정한 책임을 지닌 일본이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기여하고 지원하도록 적절한 역할과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대 중국외교는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 구축과 아·태 지역에서의 공동발전을 위한 협력관계의 확대에 초점을 둬야 한다. 대 러시아외교는 동북아지역 안정을 위한 러시아의 역할을 존중하면서 한·러 관계의 발전이 지역 안정과 한반도 평화에 직결돼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추진돼야 한다.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과정에서도 평화통일까지를 염두에 두고 평화통일의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제 점에서 시작하는 남북교류와 협력을 선과 면으로 확장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독일통일의 교훈을 분석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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