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북한학박사 

 

지금 북핵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과 9.19군사합의 및 그에 대한 실천적 조치들에 대한 반론이 만만치 않다. 북한은 신뢰할 수 없는 집단이며,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가정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가 북한에 속고 있으며, 뒤통수를 맞고 있다고 주장한다. 강압전략만이 특효약일까?

현시점에서 안보전략의 핵심목표는 북핵문제의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정착이다. 평화를 만들어 가는 일은 과거에 집착하기보다는 미래의 전략환경에 대응할 유연성을 열어 놓을 때 가능한 법이다. 즉 조국의 영토를 사수하고 보존하기 위해서 평화를 지키는 데 만족해서는 안 된다. 오늘의 안보와 내일의 통일에 대비하는 통찰력을 갖고 한반도 평화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특히 작년의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사태’처럼 갈등이 고조돼 전쟁위험이 최고조로 달할 경우에는 어떻게 다시 평화상태로 전환할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지금도 남북한은 역사적인 경험으로 상대방을 보는 자세에서 공존과 신뢰보다는 갈등과 불신이 팽배하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남북한이 큰 어려움 없이 합의할 수 있으며, 기능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평화와 통일의 최소 목표, 즉 서로 간에 체제의 생존과 남북한의 공존공영 및 평화체제 구축을 보장하는 것보다는 실현이 불가능해 보이는 최대목표, 즉 자국의 이념과 체제로 상대방을 흡수 통일하는 것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냉전구조 해체와 평화체제 정착은 남북한 간의 상호 적대성과 불신을 해소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야 가능하다. 즉 남북한이 양자관계에서 새로운 신뢰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핵을 포함한 대량 살상무기의 위협은 상존하고 있다. 이 위협을 약화시켜 나가야 한다. 한반도의 위기는 하시라도 고조될 수 있는 상황으로 평시 위기관리가 중요하다.

따라서 남북관계에서 군사력의 직접 사용은 적대적 긴장과 대결의 역효과만을 초래하므로, 북한체제의 변화를 촉진 및 활용하기 위한 ‘간접접근전략(間接接近戰略, Indirect Strategy)’이 필요하다. 즉 대한민국의 강한 수단으로 북한의 약점을 활용해야 한다. 주변국의 힘을 활용해 우리의 힘을 보완하고 절약해야 한다. 앙드레 보프르와 리델 하트의 간접접근전략이 필요한 이유이다.

간접접근전략이 추구하는 당면목표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게 하여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간접접근전략은 확고한 전쟁억제와 행동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평화통일정책의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을 대전제로 추진돼야 한다. 즉 폐쇄된 가운데서 고립상태에 있는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외부적으로 화해협력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북한체제의 개혁과 개방을 촉진시켜야 한다.

2018년 들어서서 북한은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해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금은 남북한 간의 신뢰의 그늘을 넓혀갈 때이다. 관성적으로 섣부르게 비난하지 말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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