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군 안양면 하늘표고버섯농장에서 수확해 놓은 표고버섯 (제공:장흥군) ⓒ천지일보 2018.10.21
장흥군 안양면 하늘표고버섯농장에서 수확해 놓은 표고버섯 (제공:장흥군) ⓒ천지일보 2018.10.21

바닷바람 습기와 활엽수 영향

버섯 성장하기 좋은 자연조건

중국 수입↑ 농가 어려움도 有

품질향상·품종·재배기술 연구

임금 진상품, 식용·약용 관심↑

[천지일보 장흥=전대웅 기자] 산에서 나는 ‘고기’라 불릴 정도로 열량은 낮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표고버섯. 전국의 32%를 생산하는 장흥군은 버섯이 성장하기에 좋은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바다를 끼고 있으면서 참나무 등 활엽수가 빽빽한 산이 많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습기 많은 바람 때문이다. 이러한 천혜의 조건을 이용해 표고버섯의 주산지로 자리 잡은 장흥. 봄이면 담백하고 감미로운 표고 향이 코를 자극한다.

◆장흥 표고버섯의 역사

1425년 경상도지리지에는 임금에게 바친 지역 특산품으로 ‘표고’를 진상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된 표고의 산지는 경상도와 전라도로 한정돼 있다. 우리나라가 표고 연구에 대한 시초는 임업시험장의 이원목(李元睦)이 1922년 표고 인공증식시험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에는 일본에서 표고 종균을 들여와 1960년대 장흥 등 남해안 지역에 활성화됐다. 장흥 표고버섯은 전국의 32%를 생산하는 주산지로 인정받는다. 현재 국내 표고 소비량은 평균 4만 8993t 정도지만 중국과 일본의 수입량이 41%에 달한다.

조한옥 장흥군 산림휴양과 팀장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표고 재배농장의 수입이 짭짤했으나 요즘 들어 중국에서 수입하는 양이 많아져 농가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표고 생산단가는 10년 전에 비해 두 배가량 올랐지만, 표고 가격은 변화가 없는 데다 중국과 일본에서 수입하는 표고가 점점 많아져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장흥에서 귀농·귀촌을 생각한다면 표고 재배를 추천한다”며 “장흥은 표고의 주산지로 단순 재배뿐 아니라 품질향상연구, 신품종 개량, 재배기술 연구 등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고유 이름 ‘표고’와 재배 방법

표고는 우리의 고유 이름이다. ‘표고’라는 명칭은 예로부터 우리나라에 있었고 사람들이 널리 이용했을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표고라는 명칭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1670년경 안동 장씨 부인이 저술한 조리서 ‘음식디미방’이다. 조선시대 중기와 후기에는 표고의 이름이 한자명인 향심(香蕈)으로 표기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에는 향기 나는 버섯이라고 해서 椎茸(추이, しいたけ)라고 불렀다. 북한에서도 표고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으나 학술 명으로 참나무 버섯이 일반화됐다.

표고의 재배법은 서기 1000년경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왕정이 기술한 농서(農書, 1313년)에는 표고의 원목 재배법이 기록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중임이 쓴 농업백과사전인 증보산림경제(1766년)에 “나무를 벌채해 음지에 두고 6, 7월에 짚이나 조릿대 등으로 덮어주고 물을 뿌려 항상 습하게 놓아두면 표고가 발생하게 되며 혹은 때때로 도끼 머리로 때려서 버섯을 움직여주면 버섯이 쉽게 발생된다”고 인공재배기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장흥군은 원목에서 표고를 재배한다. 크게 시설재배(생표고)와 노지재배(건표고)로 나눈다. 노지재배는 봄철에 원목 2~3㎝ 정도의 구멍을 뚫어 그 안에 표고종균을 넣고 그늘 밑에 버섯나무를 놓아두면 그다음 해 봄과 가을에 수확할 수 있다. 봄에는 기후가 건조하고 온화하므로 품질 좋은 버섯이 많이 난다. 그러나 여름철에는 비를 맞은 물 표고가 많이 발생해 품질이 나쁘다는 단점이 있다.

장흥군 안양면 하늘표고버섯농장에서 잘라놓은 참나무에 표고버섯이 자란 모습 (제공:하늘표고버섯농장) ⓒ천지일보 2018.10.21
장흥군 안양면 하늘표고버섯농장에서 잘라놓은 참나무에 표고버섯이 자란 모습 (제공:하늘표고버섯농장) ⓒ천지일보 2018.10.21

김하늘 임업 후계자(29, 장흥군 안양면 하늘표고버섯농장)는 “표고버섯은 날씨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지난 2014년부터는 겨울에도 수확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설재배는 비닐하우스 등을 이용한 비가림 시설재배가 주종을 이룬다. 비닐하우스 지붕에 비닐과 차광망을 씌우고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생산하는 방법이다.

김씨는 시설재배는 1년 만에 수확할 수 있지만, 노지재배는 버섯이 자라는 기간만 1년 반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지재배가 해풍을 맞고 자연의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품질이 좋고 식감도 시설재배보다 더 단단하고 쫄깃하다”고 설명했다.

◆식용·약용 두루 사랑받는 표고

표고버섯은 산에서 나는 고기라 불릴 정도로 단백질 함량이 높고 열량이 낮다. 따라서 고혈압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이나 성인병, 고도비만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69년에는 면역기능을 높이는 것으로도 밝혀졌다. 또 1985년에는 위암 주사제로 인정받아 항암물질로서의 역할도 한다. 더불어 비타민D가 풍부해 뼈 건강과 골다공증 치료에 효과적이다. 혈전 분해 능력도 우수해 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등 표고의 기능은 다양하다.

이러한 표고의 효능은 본초강목과 동의보감에도 기록돼 약용적 가치를 오래전부터 인정받아왔다. 우리의 식생활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표고는 ‘농정회요’에 상치·유채,연포국 요리, ‘음식디미방’에는 만두법, 상화법, 수교애법, 어만두법, 해삼다루는법, 대구껍질느름, 우족, 석류탕, 잡채 등 다양한 요리에 표고를 사용한다고 기록돼 있다.

김경재 장흥버섯산업연구원은 “휴대폰 웹스토어에서 ‘장흥표고’를 검색하면 표고버섯을 이용한 여러 가지 요리를 볼 수 있다”며 “면역개선을 위해 장기간 먹는 사람들은 이런 요리와 차로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버섯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겐 스테이크에 버섯을 넣어 같이 요리하면 버섯인지 모르고 맛있게 먹는다”며 여담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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