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남원=김도은 기자] 남원 ‘춘향愛부각’ 김부각. ⓒ천지일보 2018.10.3
[천지일보 남원=김도은 기자] 남원 ‘춘향愛부각’ 김부각. ⓒ천지일보 2018.10.3

9개 관련 업체 결성… 장점만 살려
남원부각 공동브랜드 국내 60%생산
45개 부각 제품 홍보·판매장 운영

[천지일보 남원=김도은 기자] “씹히는 그 맛에 자꾸만 손이 가요.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 칼로리 걱정 안해서 더 좋아요.” 한 시민이 부각을 맛본 소감을 이같이 표현했다.

올 여름 기승을 부리던 폭염이 꺾이면서 추석을 보내고 찬바람이 스며드는 가을날 오늘따라 집밥이 더 그리워진다.

앞서 부각을 맛본 시민은 소박한 겉보기와 달리 부각의 식감과 맛이 일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각은)식탁 위 고급 간식 같아요. 자연을 먹는다고 해야 하나. 입 안에 들어갈 때 군침이 돌면서 바스락바스락 경쾌하게 부숴 지는 소리에 식감까지 좋아지면서 입맛을 돋게 한다”고 칭찬했다. 지난달 26일 본지는 소박하면서 깔끔한 맛의 남원시 지역 명물인 ‘남원 부각’에 대해 살펴봤다.

◆9개 업체 장점 살린 ‘춘향愛부각’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남원부각이 요즘 들어 동이 날 정도다. 부각은 신라 때부터 문헌에 등장하는 한국 전통음식으로 신선한 채소나 해초, 식물성 식품을 손질해 찹쌀풀이나 밀가루를 발라서 말려 두었다가 필요할 때 기름에 튀겨 먹는 저장 음식이다. 반면에 부각과 비슷한 튀각은 찹쌀풀을 바르지 않고 그대로 말린 후 기름에 튀긴 반찬으로 인기가 좋다.

특히 남원에서의 부각은 거의 모든 주부들이 직접 만들어 먹었을 정도로 인기 만점 음식이다. 많은 부각 업체 중 부각을 대표하는 남원시부각협동조합과 회원사 등 9곳에서 각 회사의 장점만을 살려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춘향愛부각’을 표준화해 생산하는 것이 특징이다. 남원부각협동조합의 춘향愛부각은 남원지역을 중심으로 전래하던 김부각(국내 생산량 60%, 한국식품연구원 자료)의 표준화된 맛을 연구화해 야심차게 내놓은 남원 부각의 공동브랜드다.

김부각을 만들어 포장하고 있는 모습. (제공: 남원시) ⓒ천지일보 2018.10.3
김부각을 만들어 포장하고 있는 모습. (제공: 남원시) ⓒ천지일보 2018.10.3

◆가내수공업에서 함께 만들고 판매까지

처음부터 협동조합을 꾸려나간 것은 아니다. 지난 2012년 남원 관내 8개 업체의 대부분이 규모가 작고 영세한 수준의 가내수공업 형태로 운영해 그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다. 남원시는 지난 2014년 소규모 가공업체 지원 사업을 통한 시설현대화에 주력해 김부각이 대표적인 전통 가공식품으로 수출품목에 들어갈 수 있도록 육성·지원하기 시작했다.

이에 남원의 부각 관련 9개 업체가 모여 부각협동조합이 결성되고 지난 2016년 말 농촌진흥청 지역농업특성화 사업에 공모·선정됐다. 1년차 사업 평가 우수등급으로 받은 인센티브를 포함 3억 3000만원의 사업비로 올해 2년차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16년 9개 업체 매출액 약 40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50억원, 올해는 걸그룹의 마마무 화사가 부각 먹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100억여원의 매출을 올려 조합은 신메뉴 개발 및 제품구성 다양화도 구상하고 있다.

조합은 재화와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꾸려 조상의 얼이 숨 쉬는 전통음식이 사라지고 있는 오늘날, 믿고 먹을 수 있는 바른 먹거리를 만든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남원 농산물 대표브랜드 ‘춘향愛인’

‘춘향愛인’은 남원시에서 생산되는 각종 원예 농산물을 대표 브랜드만을 선정해 남원의 문화유산 ‘춘향’을 명칭으로 지역적 이미지를 명확히 하고 청정 춘향골 남원에서 정성껏 생산된 사랑을 담은 농산물이란 의미다. 남원시는 생산자 단체별로 50여종의 개별 브랜드가 난립돼 지역의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농산물 유통시장에서의 인지도가 낮아 유통에 한계성으로 판단했다. 이에 남원시는 소비자 인지도와 남원농산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난 2012년 농산물 공동브랜드 춘향愛인을 개발했다.

그러나 춘향愛인의 길은 순탄치 만은 않았다.

‘잘하고 있는데 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분란을 일으키느냐’는 반응으로 농민들 반발은 의외로 컸다. 현재는 많은 농민들이 춘향愛인 상표 사용을 희망하고 있다. 춘향愛인 상표를 사용하면서 농민들은 판매·유통에 신경을 쓰지 않고 품질 좋은 농산물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고 농가소득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맛·영양’ 자연 그대로… 부각·튀각 유래

부각과 튀각은 신선한 재료의 맛과 영양을 자연 그대로 저장해 두었다가 건강한 식단을 꾸리는 선조들의 지혜로 궁중이나 사대부 집안에서 즐기던 고급지고 품격 있는 전통음식이다.

조선시대 임금이나 고관에게 바쳤던 진상품 음식이기도 한 부각은 식품첨가물과 수입산 원료가 함유된 과자들 속에 우리 농산물을 가지고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문왕 3년, 왕이 왕비를 맞이할 때 폐백품목으로 여러 가지 식품과 기름 등이 봉해졌다는 기록이 있어 부각과 튀각은 이때부터 널리 퍼져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이 인간에게 준 선물, 김

김은 자연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불려질 만큼 단백질과 비타민이 많이 함유된 영양이 풍부한 식품이다. 특히 비타민 B1, B2, B6, B12 등 콜레스테롤을 체외로 배설하는 성분이 들어있어 동맥경화와 고혈압을 예방하고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칼로리가 거의 없고 고단백질 식품으로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어 다이어트에 이상적인 식품이기도 하다.

◆김 선별부터 부각 맛있게 만들기

춘향愛부각은 김 선별부터 남다르다. 부각협동조합은 잡티가 적고 광택이 많은 검은 김을 선별해 이물질 제거 등 사람의 손으로 해결하는 까다로운 선별작업을 고집하고 있다. 이렇게 선별한 김으로 부각 만드는 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먼저 찹쌀을 2시간가량 물에 불린 후 다진 마늘을 조금 넣고 소금으로 간해 끊여 낸다. 다시마, 무, 양파, 파, 버섯 등을 적당량 넣고 2시간 이상 끓여 우린다. 찹쌀 풀과 육수를 약 1:1 정도의 비율로 섞어준 다음 김을 반으로 접은 후 섞은 풀을 윗면에 바르고 참깨로 고명을 올려주고 말리면 끝난다. 마른 부각을 튀김 솥에 대두유, 옥수수유를 붓고 180℃의 온도로 김에 발린 찹쌀풀이 뽀얗게 부풀어 오르도록 맛깔나게 튀겨내면 된다.

남원시 춘향愛부각은 우리나라 사람들뿐 아니라 외국인의 입맛까지 사로잡기 위해 우리 선조들이 물려준 방식대로 전수받은 전통방식과 현대식 시설설비로 철저한 위생 관리를 통해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다.

[천지일보 남원=김도은 기자] 남원로컬푸드에서 판매하고 있는 김부각. ⓒ천지일보 2018.10.3
[천지일보 남원=김도은 기자] 남원로컬푸드에서 판매하고 있는 김부각. ⓒ천지일보 2018.10.3

◆한 곳에서 비교·시식·구입 가능

특히 지난 5월에는 협동조합 9개 회원사가 각자의 사업장에서 각자의 노하우로 생산된 45종의 다양한 상품을 광한루 상가에 진열했다. 김부각, 아몬드 부각, 감자 부각, 다시마 부각, 연근 부각, 가죽잎 부각 등의 단품과 여러 제품이 혼합된 패키지까지 춘향愛부각을 비롯한 다양한 상품이 이곳에 진열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획기적인 성과다. 소비자는 춘향愛부각을 한 자리에서 비교·시식해 보고 편하게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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