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대교를 넘어 18번 국도를 타고 진도읍을 넘어서면 넓고 키가 큰 열대성 식물인 울금이 밭을 이뤄 넓게 펼쳐진다. (제공: 진도울금주식회사) ⓒ천지일보 2018.9.28
전남 진도대교를 넘어 18번 국도를 타고 진도읍을 넘어서면 넓고 키가 큰 열대성 식물인 울금이 밭을 이뤄 넓게 펼쳐진다. (제공: 진도울금주식회사) ⓒ천지일보 2018.9.28

울금 재배 천혜 조건 두루 갖춰

커큐민 성분 풍부… 건강 도움

미국 암학회서도 인정하는 식품

[천지일보 진도=전대웅 기자] 전국 최고의 울금 생산지 진도. 진도대교를 넘어 18번 국도를 타고 진도읍을 넘어서면 잎이 넓고 키가 큰 열대성식물이 넓게 펼쳐진 울금밭이 있다. 국내생산량의 90% 정도를 차지하는 진도 울금은 농산물품질관리원에 지리적 표시제등록 제95호로 등록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기온이 따뜻하고 물 빠짐 좋은 사질토가 많은 곳인 진도는 울금을 재배하는데 천혜의 조건을 갖춘 최적의 생산지다. 울금은 한의학에서는 ‘밭에서 나는 황금’이라고도 불리며 커큐민 성분이 많아 미국의 암학회도 인정하는 식품이다.

◆진도서 생산되는 울금의 배경

울금은 기원전부터 기록돼 있는 생강과의 다년생 초본식물로 170~180㎝까지 자란다. 초가을에 하얀색의 꽃을 피우며 뿌리는 생강과 비슷하지만 잘라보면 진한 오렌지색을 띤다.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고려시대 불교문화가 들어올 때 한반도에 유입돼 전라도 일곱 마을에서 토산품으로 소량 재배했다고 기록됐다. 조선시대에는 일본 유구 왕조가 세종대왕에게 조공품으로 보냈다는 기록도 있다. 진도에는 ‘흉부와 복부, 옆구리가 아플 때 울금을 달여 먹는다’는 민간요법이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다.

토착 유입 작물인 울금이 진도에 재배된 사연은 고(故) 박경준 진도강황영농조합법인 대표가 30여년전 강원도에서 울금 종근을 구해와 텃밭에 재배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측한다. 암을 치료 중이던 박 대표가 재배해 먹던 울금이 몸에 좋은 것을 알고 마을 주민들도 하나둘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친척과 지인 등에게 아름으로 팔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난 2005년쯤부터 전국에 알려지게 되면서 가공해서 판매하는 사업화가 시작됐다.

울금 효과를 인정받고 재배와 가공의 노하우를 간직한 농민들은 농가소득을 올리기 위해 사업단을 만들기로 하고 지난 2012년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인 지역전략산업육성사업에 공모해2013년 사업단이 선정돼 2014년 울금 식품 가공사업단이 정식으로 출범하게 됐다. 사업단은 152명이 공동으로 자부담을 내고 만든 농가(생산자)가 주인인회사다. 사업단은 2014년 130여t, 2015년 560여t, 2016년 400여t을 생산했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2017년에는 210여t 생산에 그쳤다. 울금사업단을 운영하는 하주형 대표는 “소비자가 한정적인 데 반해 생산을 너무 많이 하면 남은 재고로 인해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내년 물량을 예상해서 재배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울금은 생강과의 식물로 커큐민 성분이 많아 미국의 암학회도 인정하는 식품이다. (제공: 진도울금주식회사) ⓒ천지일보 2018.9.28
울금은 생강과의 식물로 커큐민 성분이 많아 미국의 암학회도 인정하는 식품이다. (제공: 진도울금주식회사) ⓒ천지일보 2018.9.28

◆커큐민 성분이 풍부한 울금의 효능

울금에는 커큐민 성분이 풍부하다. 커큐민은 암세포를 억제하고 몸속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아주며 면역력을 강화하는데 탁월하다고 알려졌다. 실제 실험 결과에 따르면 노화 지표 단백질이 커지면 암세포가 커지는데 커큐민 성분이 이 단백질을 억제해 암의 전이를 막고 예방하는 효과가 있었다. 항암제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 발표도 있다. 커큐민은 체내에 쌓인 독소 해독에도 효과적이다. 알코올 분해 효능이 있어 숙취 음료로도 이용된다.

뇌세포의 노화를 억제해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중풍 질환 예방과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인도는 울금이 주원료인 카레를 즐겨 먹어 치매 환자가 적다고 한다. 타박상이나 염좌에 바르는 약으로도 쓴다. 장수마을로 알려진 일본 오키나와 일대에서는 울금을 특용작물로 재배해 건강식품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인슐린 분비를 도와 당뇨 개선에 도움을 주고 통증 완화에도 효과적이다.

한방에서 울금은 어깨 통증, 생리통, 산통(疝痛)의 치료에 처방하기도 한다. 통증 완화와 월경불순에 효능이 있으며 방충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울금의 찬 성질 때문에 평소 위장이 약하거나 몸이 차가운 사람은 섭취를 자제하는 게 좋다. 과다복용 시 설사와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쓴맛이 강한 울금, 어떻게 먹어야 할까

생울금은 찜솥에서 25~30분 정도 삶거나 쪄서 마늘 다지듯이 최대한 곱게 갈아 커피 티스푼으로 한 숟가락씩 물과 함께 먹는다. 울금차는 물 200㎖에 생울금 1g~3g을 넣고 끓여 보리차 대신 마시면 좋다. 울금즙은 생울금을 배, 호박과 함께 달여 마시고 울금숙성즙은 생울금과 흑설탕이나 꿀과 1:1 비율로 숙성해 3개월 후 차로 마시면 쓴맛 없이 먹을 수 있다.

울금 100%로 만들어진 분말제품은 쓴맛이 강하다. 따라서 우유, 요구르트, 요플레 등에 섞어서 먹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요리재료에도쓰인다. 생선을 구울 때 분말을 뿌리면 비린내가 제거되고 삼겹살이나 찌개 탕류, 울금밥, 튀김 요리, 수육 등의 요리에 넣으면 음식의 잡맛과 잡냄새를 없애준다. 울금은 지용성이다. 생울금을 튀기거나 울금 분말을 넣고 기름에 볶으면 흡수율이 높아진다. 이같은 조리법으로 울금 특유의 향과 빛깔은 살리면서 쓴맛은 부드럽게 할 수 있다. 하주형 대표는 “생선 조림할 때 마늘과 생강을 넣지 않아도 울금 분말, 간장, 꿀만으로도 깔끔하고 간단하게 충분히 맛을 낼 수 있다”며 자신의 요리 방법 을 공개했다.

대부분 울금은 3월말에 파종해 11월에 수확하며 큰 노동력이 소요되지 않아 쉽게 재배할 수 있는 작목으로 꼽지만, 진도는 한때 울금 사업 파산이라는 보도가 나올 만큼 어려움을 겪었다. 진도 울금은 다른 곳보다 늦게 심고 거둔다. 4월부터 심기 시작해 12월초 수확하기 때문에 울금이 크고 굵다는 특징이있다.

울금식품가공사업단은 3월에 총회를 열어 올해 얼마만큼 심고 수확할 건지 결정해 4월부터 에 들어간다.

하주형 대표는 “재배 기간이 길기 때문에 내년 판매량을 예상해서 재배한다”며 “팔지 못하면 농가들에 수매대금을 주지 못한다”고 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또 “수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울금 사업 파산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경영 중 판매가 좋지 않아 농가에 수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책임을 지고 물러나려 했으나 함께한 농가들이 포기하기 전엔 절대 망하지 않는다며 경영의 일시적인 어려움이니 이겨내자고 응원해줘 지금에 이르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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