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개랭이고들빼기마을에서 생산하는 고들빼기김치. (제공: 순천고들빼기영농조합법인) ⓒ천지일보 2018.11.5
순천개랭이고들빼기마을에서 생산하는 고들빼기김치. (제공: 순천고들빼기영농조합법인) ⓒ천지일보 2018.11.5

전국 고들빼기 중 45% 생산
원산지 ‘개랭이고들빼기마을’
‘임금님 진상했다’ 문헌 있어
약성 뛰어난 채소, 발전 가능↑
쓴 성분, 농약·비료 필요 없어

[천지일보 순천=김미정 기자] 순천(順天)의 지명은 하늘의 순리를 따른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순천은 자연에서 얻은 천연의 건강한 맛을 가진 에코 푸드(Eco-Food)가 풍부하다. ‘하늘에서 내린 신비의 약초’라고 불리는 고들빼기도 그중 하나다. 먹을 것이 귀한 시절, 봄부터 이듬해 봄이 될 때까지 나물, 겉절이, 쌈채 등으로 이용하다 서리가 내린 후엔 남은 뿌리까지 김치로 담아 겨우내 밑반찬으로 오르내렸다. 

순천 별량면 대부분이 고들빼기를 재배하고 있는 가운데(전국 생산량 45% 차지) 고들빼기의 원산지인 ‘개랭이고들빼기마을’을 찾았다. 고흥·별량 요금소를 지나 고개를 넘어 별량면으로 들어서니 개랭이고들빼기마을이 보인다. 제석산과 계곡이 깊은 오봉산 자락이 마을을 감싸고 있고 순천미인쌀을 생산하는 1급수 맑은 물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엄마의 품과 같은 정겨운 오지마을이 고들빼기로 인해 요지 마을로 부상하고 있다. 

순천개랭이고들빼기마을의 고들빼기 꽃. (제공: 순천고들빼기영농조합법인) ⓒ천지일보 2018.11.5
순천개랭이고들빼기마을의 고들빼기 꽃. (제공: 순천고들빼기영농조합법인) ⓒ천지일보 2018.11.5

◆고들빼기의 유래와 특성

개랭이마을은 고들빼기가 주 특산물이다. 순천 고들빼기보다 여수 고들빼기가 더 알려졌지만 여수 고들빼기는 갓을 생산해야하므로 길게 파종을 못 하고 7월경이면 전체적으로 수거한다. 따라서 뿌리가 실같이 가늘다. 이에 비해 순천 고들빼기는 12월까지 솎아내기 방식으로 계속 수거할 수 있으므로 유용성분이 뛰어난 데다 뿌리가 굵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순천 고들빼기는 높은 단가를 받는다. 

10여 년간 고들빼기마을을 가꿔온 유성진 순천고들빼기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는 “고들빼기의 원산지는 알 수 없다. 이곳에서 임금에게 고들빼기김치를 진상했다는 문헌이 있어 원산지로 지정하고 농림부에 ‘고들빼기마을’로 등록했다”며 원산지로 지정된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고들빼기가 알려지면서 별량면 마을마다 자기가 원산지라고 하고 싶어도 우리가 먼저 등록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웃어 보였다. 

고들빼기는 허준의 동의보감에 ‘열을 내리고 독을 없애며 혈액순환을 돕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인삼의 사포닌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맛과 영양이 인삼을 닮아 고들빼기김치를 ‘인삼김치’라고도 한다. 고들빼기의 이름은 19세기 초에 맛이 쓴 풀로 번역되는 한자 ‘고채(苦菜)’에 대해 ‘고돌비’라고 기록된 것이 시초다. 20세기 초에 기재된 ‘고들쌕이’란 표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한다. 뿌리째 담그는 고들빼기김치는 ‘고채(苦菜)’라고도 하며 가지가 많고 줄기는 붉은 자줏빛을 띤다. 

순천개랭이고들빼기마을의 고들빼기 밭. (제공: 순천고들빼기영농조합법인) ⓒ천지일보 2018.11.5
순천개랭이고들빼기마을의 고들빼기 밭. (제공: 순천고들빼기영농조합법인) ⓒ천지일보 2018.11.5

타원 모양의 입이 줄기를 싸고 있으며 날카로운 톱니가 달렸고 줄기와 잎을 꺾으면 흰 유액이 나온다. 이러한 특성으로 고들빼기는 농약을 하지 않는다. 유성진 대표이사는 “민들레과인 고들빼기는 특유의 쓴맛이 있고 흰 유액이 나와 병해충을 겪지 않는다”며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농약을 사용하면 오히려 고들빼기가 녹아버린다. 대신 날씨의 영향을 받아 비가 많이 오면 녹아버린다”고 말했다. 

개랭이고들빼기마을의 김유미 사무장은 고들빼기에 재밌는 설화가 전해져온다며 “전라도에 사는 고씨 형제와 백씨, 이씨가 제석산에 수석이 유명하다는 것을 알고 몰래 캐어오려다 산신령에게 벌을 받아 길을 잃고 며칠 동안 이름 모를 풀을 뜯어 먹으며 지냈는데 쌉싸름하면서도 맛이 좋아 구조될 때 캐왔다. 마을 사람들도 이 풀의 이름을 몰라 고씨 두명과 백씨, 이씨가 발견했다 하여 ‘고둘백이’라고 불렀던 것이 와전돼 ‘고들빼기’가 되었다”고 했다. 

순천개랭이고들빼기마을의 전경. (제공: 순천고들빼기영농조합법인) ⓒ천지일보 2018.11.5
순천개랭이고들빼기마을의 전경. (제공: 순천고들빼기영농조합법인) ⓒ천지일보 2018.11.5

◆개랭이고들빼기마을 ‘오지’서 ‘요지’로

개랭이고들빼기마을에는 62개 농가 150여명이 살고 있다. 농약을 할 수 없으니 각자 할 수 있는 양만 재배한다. 200~300평이 제일 큰 재배 평수다. 이곳은 6차 산업인증도 받았다. 6차 산업은 생산, 가공, 체험, 관광 등 1, 2, 3차 산업을 복합해 농가에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산업이다. 가로등 하나 제대로 없던 오지마을이 고들빼기로 인해 요지 마을로 떠오르고 있다. 

고들빼기 원산지로 등록하면서 매해 고들빼기 축제도 열고 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유성진 대표이사는 “이 마을 출신이 아니다 보니 처음엔 오해도 많이 받았다. 12여년 동안 고들빼기가 순천의 특산물이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면서 “지금은 마을 주민 모두가 이해하고 협력하고 있다. 고들빼기는 항염 효과도 있어 고들빼기 화장품, 건강식품, 의약품까지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순천에서 그동안 고들빼기를 등한시 여겨 종자업도 우리가 정식으로 등록시켰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남은 과제가 있다면 순천 고들빼기가 다른 고들빼기보다 약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밝혀내는 것이다. 그는 “올 연말이면 그동안 순천 고들빼기에 대해 연구한 자료가 발표될 예정이어서 기대하고 있다. 고들빼기가 알려지면 재배지도 더 증가할 것이므로 수요와 공급이 안정돼 수입도 차츰 더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유성진 대표와 개랭이고들빼기마을 주민들의 노력으로 순천고들빼기영농조합법인에서는 전국 최초로 고들빼기 환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고들빼기 체험 거리도 풍부하다. 고들빼기김치 만들기, 고들빼기 쿠키 만들기, 고들빼기 또띠아 만들기, 고들빼기 수확 체험, 숙박 체험(황토방, 웰컴센터 편백방, 오토캠핑장), 농사 체험,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하다. 기자가 개랭이고들빼기마을을 간 날에도 순천 로컬푸드매장에서 주부들이 찾아와 고들빼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고들빼기 또띠아를 만들며 즐거워했다. 

순천 푸드아트페스티벌에 전시된 고들빼기약과와 고들빼기튀김. (제공: 순천시) ⓒ천지일보 2018.11.5
순천 푸드아트페스티벌에 전시된 고들빼기약과와 고들빼기튀김. (제공: 순천시) ⓒ천지일보 2018.11.5

한편 순천시는 잊혀져가는 고들빼기의 숨은 맛을 찾아내 지역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순천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의 명성을 되찾고자 ‘전국 고들빼기김치 경연대회’를 오는 12일에 연다. 순천시 관계자는 “경연대회를 계기로 숨어있는 손맛을 찾아 음식관광의 고삐를 열고 고들빼기 주산지로서의 명성을 되찾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쌉쌀하지만 중독성 있는 맛을 가진 고들빼기는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어 입맛이 없을 때 식욕을 돋게 한다. 깔끔하고 감칠맛 나는 고들빼기김치와 다양한 고들빼기 음식으로 따뜻하고 건강한 겨울을 준비해보길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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