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요즘 사람들이 모여 있는 한강공원, 지하철, 쇼핑센터, 커피숍에 가보면 90년대에 태어난 철없는 커플들이 연출하는 낯 뜨거운 장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지난 주말 10살 먹은 아이를 데리고 한강공원에 놀러갔던 필자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풀밭에 누워 스킨십을 즐겼던 20대 중반 커플은 비가 많이 내리자, 비를 막을 수 있는 벤치 앞에 오더니 초등생 아들이 바라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는 여자친구의 무릎 위에 누워 스킨십 행각을 벌였다. 필자는 너무 화가 났지만, “어서 가자”만을 내뱉으며, 아이를 데리고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 대한민국에서 공공장소에서 수위 높은 애정행각을 벌이는 커플들이 곳곳에 보이고 있다. 

DJ, 노무현 정부 때 초·중등에서 제대로 된 예절교육을 받지 못했던 지금의 20대는 공공장소 무대포 스킨십, 스마트폰 보며 걸어 다니기, 지하철 안에서 다리 꼬기, 금연구역에서 담배피기 등 일본 사람들처럼 남에 대한 배려보다 눈치 보지 않고 개인주의, 이기주의 행동을 일삼고 있다. 요즘 재미있는 현상은 20대 남자보다 여자가 공공장소 스킨십을 더욱 재미나게 즐기고 있다. 공공장소에 연배가 훨씬 많은 사람들이 옆에 있든 말든, 그들의 눈치는 중요한 게 아니다. 남자친구에게 먼저 키스를 하고, ‘남친’ 품에 안겨 벗어날 줄을 모른다. 

DJ와 노무현 정부 때 왜 초등학교에서 남들을 배려하고 기본 도덕을 지키는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을 예로 들어보자. 필자가 지난 5월 방문해 탑승한 일본 도쿄와 요코하마 지하철에서 커플이 스킨십 하는 광경을 전혀 본적이 없다. 큰 소리로 얘기하거나 다리를 꼬고 앉아가는 일본 승객은 한 명도 눈에 띄지 않았다. 도쿄와 요코하마 시민들은 사람들이 모두 내리고 나서야 탑승했으며, 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어 다니는 무개념 승객들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IT강국 대한민국의 공중도덕 예절은 후진국 수준이다. 반면 일본은 대중교통 문화 선진국이며, 일본인들은 어릴 적 가정과 학교에서부터 교육받는 ‘메이와쿠(남에게 피해주지 말고 살라)’를 인생의 모토로 삼고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인성교육보다 입시교육에만 매달리는 한국의 초중고와는 다르다. 한국 가정과 학교는 좋은 점수를 받고 남을 이기라고 가르치지만, 일본 학교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공중도덕을 지키며 인생을 살아가라고 가르친다. 일본인 여자와 결혼해 현재 요코하마에 살고 있는 필자의 동생은 “일본 가정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라며 “나도 한국에서 남 눈치 보지 않고 사는 공중의식을 가졌었지만, 여기서 그렇게 행동하다가는 무개념 코리안으로 낙인찍히기 쉽다. 일본에서는 남을 배려하는 의식부터 가지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늦지 않았다. 교육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초등학교 도덕 시간에 간단한 예의범절을 40분 동안 이론적으로 가르친다고 하지만, 충분한 습득과 실무수업을 병행하지 않는 한, 공중도덕을 모르고 자란 지금의 20대들같이 앞으로의 20대들도 공공장소에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며 살아갈 것이다. 20대들이여, 공공장소는 당신들의 모텔이 아니다. 합리적인 판단력이 흐리거나 없다면 이들을 제지할 처벌 수위가 필요할지 모른다. 공공장소 스킨십, 스마트폰 좀비 등 공공장소에서의 부적절한 행동들은 언제 근절될까. 교육부는 일본처럼 단호한 인성교육 로드맵을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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