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에 위치한 대한다원은 산과 바다, 호수가 어우러져 생긴 안개와 차나무의 녹빛이 어울려 싱그러운 느낌을 더해주고 있다. (제공: 보성군) ⓒ천지일보 2018.9.19
전남 보성에 위치한 대한다원은 산과 바다, 호수가 어우러져 생긴 안개와 차나무의 녹빛이 어울려 싱그러운 느낌을 더해주고 있다. (제공: 보성군) ⓒ천지일보 2018.9.19

국내 최대 녹차 생산지 ‘보성’

CNN도 인정한 빼어난 경관

차나무 생육 조건 두루 갖춰

고려시대 차(茶) 문화 꽃피워

우릴 때 온도에 따라 맛달라

‘신이 내린 차’ 건강에도 좋아

[천지일보 보성=전대웅 기자] 우리나라 최고의 녹차 생산지인 전남 보성. 일반 국도 29호선을 따라 보성군에 들어서면 사시사철 푸름을 자랑하는 녹차 밭이 펼쳐진다. 전남의 차 재배 면적은 2150㏊. 전국 차 재배 면적의 53.3%로 가장 넓은데 그중 보성이 54.1%를 차지한다. 산과 바다, 호수가 어우러져 해양성 기후와 내륙성 기후가 만나는 지점인 보성은 녹차 생산지로 최적지다. 남해안형 기후에 속해 일교차가 크고 안개가 잦아 습도가 높다. 토양 대부분은 산성을 띠는 양질 토가 분포해 통기성과 배수성이 좋아 차나무 생육에 적합한 조건을 갖췄다. 보성군 봇재는 CNN에서도 인정한 명승지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차(茶)문화 고려시대부터 꽃 피워

우리나라의 차 문화는 고려 시대에 접어들어 불교 문화의 융성과 함께 차 문화도 함께 꽃을 피웠다. 세종실록지리지 문헌에 의하면 장흥도호부와 보성군이 차 산지에 포함돼 있어 고려 시대에 이미 차를 재배했음을 알 수 있다. 931년 고려 태조가 신라 경순왕에게 차를 선물하고 백성들에게 차를 내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고려는 팔관회·연등회·사신 맞이 때 반드시 다례를 행했다고 한다. 조선 초기에 숭유억불 정책으로 사찰 억압과 불교 탄압, 승도의 도성 출입금지로 스님들은 깊은 산속으로 은거하는 양상을 띤다. 이에 따라 차 문화 발전도 지장을 받게 된다. 이후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등 전쟁으로 인해 차 문화는 퇴보하게 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다소를 중심으로 차를 생산하고 삶을 영위했으며 차 문화를 발전시켰다. 일제강점기에 접어들어 보성은 일본의 차 전문가들에 의해 온난한 기후와 강수량, 차와 관련한 역사성 때문에 차 재배 최적의 장소로 선정됐다. 일본인 오자키는 1939년 차 종자를 들여와 봉산리 야산 30㏊에 차밭을 조성했다. 그러나 수확할 무렵 광복을 맞이해 그대로 12년간 방치됐다가 1957년 대한다업이 이곳을 인수해 오늘의 보성 녹차 수도로 자리매김했다.

고령화된 이곳 주민들을 위해 계단식 밭이 평탄한 모습으로 바뀐 제2다원은 푸른하늘과 어울려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다. (제공: 보성군) ⓒ천지일보 2018.9.19
고령화된 이곳 주민들을 위해 계단식 밭이 평탄한 모습으로 바뀐 제2다원은 푸른하늘과 어울려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다. (제공: 보성군) ⓒ천지일보 2018.9.19

◆보성 녹차 이른 봄부터 작업, 어려움도 있어

녹차는 3월부터 밑거름 작업을 하고 4월부터 시작해 5~6월에 본격적으로 잎을 따서 생산한다. 곡우(4월 20일)를 전후해서 5월 중순까지의 차가 맛있는 이유는 1창 2기라 해서 2장의 여린 잎이 붙은 어린싹만을 따서 만들기 때문이다. 이때 딴 차의 잎은 신선하고 부드러워 최상급의 맛을 낸다. 봇재에 있는 은곡다원에서 전통 덖음 녹차를 시음하던 김설희(가명, 30대, 여)씨는 “녹차가 떫지 않다. 이렇게 부드러운 맛은 처음 느껴본다”며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최대 녹차 생산지이지만 군의 대다수가 노인들이라 수확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김몽현 보성녹차사업소장은 “한 때 녹차 생산지로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침체기가 왔다”며 “이곳의 사람들은 70~80세 되는 노인들이라 계단식 밭에서 일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차나무 밭을 계단식 밭에서 평탄한 밭으로 계획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비용 절감을 위해 대기업과의 유통망 체결로 보성 녹차가 발전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보성 녹차밭에서 주민들이 여린 찻잎을 따고 있다. 녹차는 4월부터 시작해 5~6월에 본격적으로 잎은 따서 생산한다. (제공: 보성군) ⓒ천지일보 2018.9.19
보성 녹차밭에서 주민들이 여린 찻잎을 따고 있다. 녹차는 4월부터 시작해 5~6월에 본격적으로 잎은 따서 생산한다. (제공: 보성군) ⓒ천지일보 2018.9.19

◆보성 녹차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녹차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남쪽의 양지바른 곳에서 자란 차는 곡우(4월 20일) 전에 찻잎을 딴다. 찻잎을 수확해 2~3시간 이내에 이물질을 제거하고 크기별로 선별해 가마솥에 찻잎을 넣고 익힌다. 가마솥 온도가 약 300도일 때 찻잎을 넣고 신속하게 골고루 익힌다. 다음은 녹차의 선명한 색을 유지하기 위해 10~20분 냉각시킨다.

우전(곡우 이전에 딴 찻잎)은 짧은 시간 내에 완전히 냉각시켜 비비고 곡우 이후부터는 따뜻한 상태에서 비빈다. 이후 세포 조직을 적당히 파괴해 차의 성분이 잘 우러나게 하고 차의 모양을 만들어간다. 차 맛 조화를 위해 수분을 건조해 비빈 후 뭉친 것이 없도록 풀어준다. 찻잎의 수분을 고르게 하고 잘 말려 완성 후 찻잎이 부서지지 않도록 덖기와 비비기를 2~3회 반복한다. 덖는 정도에 따라 차의 맛과 향이 달라진다. 다음에는 차를 보관하기 쉽고 맛과 향이 우러나도록 건조한다. 서서히 온도를 내려 3단계에 걸쳐 약 2시간 건조과정을 거치면 완성된다. 보성 은곡다원에서 전통 덖음 녹차를 만드는 주병석(60대, 남)씨는 “솥에 찻잎을 넣고 덖을 때 설익으면 발효가 되고 너무 많이 덖으면 타버린다”며 “소리와 손 감촉, 차향을 맡고 느끼며 온 정성을 쏟는다”고 말했다.

다인이 덖은 녹차를 다관에 넣고 있고 있다. 곡우차는  고급은 60도, 보통은 80도까지 온도를 식힌 후 찻잔에 따라 2분 정도 기다렸다 마시면 부드러운 맛과 향이 일품이다. (제공: 보성군) ⓒ천지일보 2018.9.19
다인이 덖은 녹차를 다관에 넣고 있고 있다. 곡우차는 고급은 60도, 보통은 80도까지 온도를 식힌 후 찻잔에 따라 2분 정도 기다렸다 마시면 부드러운 맛과 향이 일품이다. (제공: 보성군) ⓒ천지일보 2018.9.19

◆어떻게 우리냐에 따라 차 맛이 달라지다

차는 우릴 때 조그마한 차이에도 놀랄 만큼의 차 맛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뜨거운 물에 차를 우리면 떫은 성분이 빨리 나와 맛이 떫은 차가 된다. 낮은 온도로 짧은 시간에 차를 우리면 단맛, 감칠맛이 나온다. 곡우 차는 뜨거운 물을 다관에 넣고 고급 차는 60도, 보통 차는 80도까지 식힌 후 찻잔에 7부 정도 따른다. 2분 정도 기다린 후 마시면 맛이 일품이다.

보성 은곡다원에서 전통 덖음 녹차를 만드는 주병석(60대, 남)씨는 “솥에 찻잎을 넣고 덖을 때 설익으면 발효가 되고 너무 많이 덖으면 타버린다”며 “소리와 손 감촉, 차향을 맡고 느끼고 온 정성을 쏟는다”고 말했다. 이어 “찻잎을 따서 덖고 비벼 말리는 일에 일생을 바친 주민들의 손마디에는 차향이 배어있다”며 “그들이 있었기에 차 문화와 역사가 이어졌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녹차에는 카테킨류, 카페인, 테아닌, 비타민, 사포닌, 미네랄 등의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건강 증진에 도움을 준다. 암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다고 알려진 카로틴 성분은 당근의 10배 가까이 함유돼 있다. 녹차에 대한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항암, 항산화, 항당뇨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치매 억압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치 예방 효과도 있어 일본에서는 아이들에게 물 대신 녹차음료를 주기도 한다. 우리 몸에 좋으니 ‘신이 내린 녹차’라고도 불린다.

지난 8월 23~24일 세계녹차협회가 주최한 ‘2018 세계녹차콘테스트’에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터키, 인도네시아에서 상품 70점을 출품했다. 여기서 세계 전문가(한국, 일본, 중국, 프랑스)들이 심사한 결과 보성 녹차가 한국 출품차 중 유일하게 금상을 받았다. 국립품질관리원에서도 인증을 받은 보성 녹차. 녹차를 입에 머금는 순간 심신은 안정되고 머리는 맑아진다. 보성 녹차만이 주는 차향과 함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