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영암=김미정 기자] 영암 한뿌리 영농조합법인의 옥광의 농부가 지난 11일 무화과 밭에서 무화과를 따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3
[천지일보 영암=김미정 기자] 영암 한뿌리 영농조합법인의 옥광의 농부가 지난 11일 무화과 밭에서 무화과를 따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3

‘여왕의 과일’ 꽃을 품은 무화과
전국 생산량 60% 영암에서 生
저온유통시스템, 전국 유통 能
동의보감 위통, 설사 등 ‘효과’

[천지일보 영암=김미정 기자] 독특한 향기와 부드럽고 달콤한 과육이 입맛을 사로잡는 무화과. 고대 이집트에서는 클레오파트라가 즐겨 먹었다고 해서 ‘여왕의 과일’이라고도 불린다. 무화과(無花果)는 꽃이 없는 열매라는 뜻이지만 꽃을 열매 속에 품고 있어 신비의 과일이라고도 불린다.

전남 영암군은 우리나라 최대 무화과 주산지다. 재배면적은 400㏊이고 농가 수는 720곳에 이른다. 전국 생산량의 60%를 점유하고 있으니 무화과의 고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영암군에서도 무화과를 가장 많이 재배한다는 삼호읍에는 여느 농촌과 달리 콩, 고추, 참깨 등의 밭작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다수가 무화과를 재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화과 천지와도 같은 삼호읍이 무화과의 주산지가 된 유래는 대략 5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대 초 영암 삼호농협에서 지역 소득 작목으로 무화과를 재배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천지일보 영암=김미정 기자] 무화과 중 조생종인 ‘도우핑’.  ⓒ천지일보 2018.9.13
[천지일보 영암=김미정 기자] 무화과 중 조생종인 ‘도우핑’. ⓒ천지일보 2018.9.13

무화과의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으로 아열대성 과일이다. 더위에 강하고 수분을 잘 흡수한다. 따라서 물이 과하면 뿌리가 썩기 때문에 물 빠짐이 좋아야 한다. 나무이지만 뿌리를 아래로 뻗지 않고 옆으로 뻗어 나가기 때문에 바람이나 태풍에 약하다. 키우는 게 까다롭지만, 농업인들은 무화과에 모든 열정을 쏟아붓는다. 나무 아래부터 열매를 맺어가는 무화과는 잎사귀 하나에 열매 하나씩 맺는다. 영암군이 다른 지역보다 2도 정도 높고 해풍이 불어 무화과를 키우기에 적합하지만 다가오는 추위를 막을 순 없다. 무화과는 추위가 시작되면 열매의 익어가는 속도가 늦어진다.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특성 때문에 타 지역에서 노지 재배는 보기 힘들다. 간혹 하우스 재배를 하는 곳은 있다.  

하우스 무화과는 7월 중순이면 수확을 시작한다. 노지에서 재배하는 무화과는 11월까지 수확할 수 있다. 일정한 시기에만 일하고 수익을 얻는 과일 같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농사는 하늘이 지어준다는 박일홍 영암삼호농협 상무는 “의외로 손이 많이 간다”며 “1년 중 9개월 이상을 관리한다. 열매 맺는 데 장애가 되는 잡순을 그때그때 제거해줘야 하고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겨울에는 따뜻하게 싸줘야 한다. 한창 더울 때는 열매가 크고 피(껍질)가 얇지만,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열매도 작아지고 피도 두꺼워진다. 신기한 열매”라고 말했다. 

[천지일보 영암=김미정 기자] 무화과 중 재래종으로 알려진 만생종 ‘봉래시’. 봉래시 잎은 넙적한 편이다. ⓒ천지일보 2018.9.13
[천지일보 영암=김미정 기자] 무화과 중 재래종으로 알려진 만생종 ‘봉래시’. 봉래시 잎은 넙적한 편이다. ⓒ천지일보 2018.9.13

무화과는 과일 중에서 저장성이 가장 낮다. 생과일로는 5일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 처음 무화과를 재배할 때 농업인들은 조금씩 재배하고 삼발이 차에 실어 광주나 인근 재래시장에서 팔았다. 그러다가 차가 보편화되면서 생산량이 늘기 시작했다. 클러스터 사업과 농협의 무화과 유통 사업도 영향을 미쳤다. 영암군이 무화과특구지역으로 선정한 것도 한몫했다. 여기에 저온유통시스템으로 전국 유통이 가능해졌다. 신선한 무화과를 전국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선진화된 유통시스템이 발달한 덕이다. 

무화과는 동의보감(1613년)에 기록된 자료를 보면 중국에서 들어와 조선시대부터 국내에서 재배된 것으로 기록됐다. 본격적인 재배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일본에서 다양한 품종이 들어오면서부터다. 대부분 밭에서 재배하지만, 최근에는 조기 수확과 고당도 무화과를 생산하기 위해 비닐하우스 재배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독특한 향기와 부드럽고 달콤한 과육으로 입맛을 사로잡는 영암 무화과. (제공: 영암군) ⓒ천지일보 2018.9.13
독특한 향기와 부드럽고 달콤한 과육으로 입맛을 사로잡는 영암 무화과. (제공: 영암군) ⓒ천지일보 2018.9.13

크게 3가지로 나뉘는 무화과는 조생종인 ‘도우핑’ 품종이 90%를 이룬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이 ‘도우핑’이다. 이외에 중생종인 청무화과로 알려진 ‘바나네’, 재래종으로 알려진 만생종 ‘봉래시’가 있다. 남도가 고향인 사람들은 유년 시절 가정과수로 봉래시 품종을 많이 봐왔다. 무화과 잎에서 나오는 단백질 분해효소인 피신(진)이 해충이나 벌레를 예방하는 살충제 역할을 해서 심었다는 설이 있다.  

생산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우핑은 수분이 많아 촉촉한 맛이다. 한 가지에 25개까지 열매를 맺기도 한다. ‘바나네’는 찰지고 고소한 맛이다. 그러나 당도가 아주 높아서 빨리 상해 저장성이 없다. 영암군에서는 10% 정도 재배한다. 봉래시의 경우 늦게 열매를 맺는다. 새콤하고 달콤한 맛이다. 무화과는 그해 심어서 그해 수확이 가능하다. 과수 중 수확이 가장 빠르다. 봄에 심으면 그해 가을에 수확할 수 있다. 씨를 심어 열매를 거두는 것이 아니라 무화과나무 자체를 꽃꽂이하듯이 심는다. 그러다 보니 같은 종의 열매만 계속 맺는다. 김승원 영암농업기술센터 농업연구사는 “서양에는 숯 꽃이 있다고 해서 종자를 개발하고 있다. 새로운 종자를 만들어 지금보다 나은 품종을 개발하려고 시도 중”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 영암=김미정 기자] 무화과 종류 중 중생종인 청무화과 ‘바나네’. 잎이 다른 것에 비해 날카로운 편이다. ⓒ천지일보 2018.9.13
[천지일보 영암=김미정 기자] 무화과 종류 중 중생종인 청무화과 ‘바나네’. 잎이 다른 것에 비해 날카로운 편이다. ⓒ천지일보 2018.9.13

일정한 시기에만 생과일을 먹을 수 있으니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하우스 재배 무화과와 노지 재배 무화과가 한꺼번에 몰리면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무화과는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해 건강식품으로 이용된다. 과일로도 으뜸이지만 무화과는 식품 약리학적으로도 우수한 자원이다. 단백질 분해 효소인 피신, 섬유질,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 소화 및 배변촉진(변비 예방)에 효과가 좋다. 동양의학에서는 발진 및 궤양, 소화불량, 식욕부진, 장염, 변비, 이질, 치질 등의 약효도 인정했다. 동의보감에서는 설사, 각혈, 위통, 피부질환, 부인병, 빈혈 등에도 좋다고 기록돼 있다. 

대부분 생과로 유통되지만 최근 가공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제품이 생산되고 있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맛을 느낄 수 있다. 영암삼호농협에서는 무화과 즙, 무화과 잼, 무화과 양갱이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음식문화의 발달로 빵, 주스, 과자, 식초, 효소, 막걸리 등의 주원료로도 사용된다. 

영암군은 무화과 홍보와 소비촉진을 위해 매년 ‘영암무화과축제’를 열고 있다.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영암 나불도에서 열리는 영암무화과축제에서 무화과도 맛보고 다양한 문화 행사를 즐기는 것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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