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명물] 맛있는 비빔밥 한 그릇의 명물 ‘함평 生비빔밥’을 맛보다
[지역명물] 맛있는 비빔밥 한 그릇의 명물 ‘함평 生비빔밥’을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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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 生 비빔밥. 각종 채소위에 길게 썰어 얹어놓은 생고기와 돼지비계를 올려 먹는 것이 독특하다. (제공: 함평군) ⓒ천지일보 2018.9.4
함평 생비빔밥. 각종 채소위에 길게 썰어 얹어놓은 생고기와 돼지비계를 올려 먹는 것이 독특하다. (제공: 함평군) ⓒ천지일보 2018.9.4

牛시장 중심 발전한 토속요리
한우 푸짐함과 생고기 그대로
삶은 돼지비계 넣어 부드러움
선짓국 한사발 넉넉한 시골인심

[천지일보 함평=김미정 기자] 주말이면 비빔밥을 먹기 위해 몰려드는 함평 비빔밥 거리. 평일 점심시간에도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함평 생(生)비빔밥은 인기다. 이곳의 비빔밥은 각종 채소에 생고기를 올려 비벼 먹는 것이 특징이다. 함평 생비빔밥은 1900년대 초 함평 우시장이 들어서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5일장이 열리면 장터에 자리를 펴고 아낙들이 집에서 가져온 음식 재료로 만들기 쉬운 비빔밥을 만들어 팔았다. 시장이 서면 몰려드는 비빔밥 장사꾼들이 우시장에서 나오는 싱싱한 생고기를 고명으로 올리기 시작한 것을 함평 생비빔밥의 유래로 대부분 보고 있다. 

◆전라남도 소값 좌지우지한 함평우시장

함평우시장은 남도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1903년 함평5일장(2, 7일)에 들어선 전남 서부권의 대표적인 함평 우시장은 함평천을 끼고 형성돼 114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5일장 건너편에 있다가 현재 함평보건소 자리를 거쳐 지난해 초 학교면으로 이전해 현대화 시설을 갖췄다. 

지금은 기업형으로 소를 기르는 곳이 생기면서 우시장의 역할이 많이 위축됐지만 ‘전남 지역 소 값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함평 우시장의 거래는 활발했다. 새벽에 시작해 해질녘까지 하루 평균 700~800두가 팔렸다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당시만 해도 민속 장인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이른 새벽부터 먼 길을 마다치 않고 소를 끌고 가던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함평 인근의 여러 지역에서 새벽부터 몰려온 장꾼, 거간꾼, 구경꾼 등으로 성시를 이뤘던 함평 우시장은 값비싼 송아지를 거래한 독천 우시장, 죽전 골목이 있는 영산포 우시장 등과 함께 전남 지역 대표 우시장 중 하나였다. 

예전보다 규모가 작아지긴 했지만 지금도 명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새벽 4시쯤이면 소를 실은 트럭이 하나둘 우시장으로 들어선다. 태어난 지 겨우 3~4개월 된 송아지에서부터 늙어서 쟁기를 끌힘도 없는 늙은 소까지 다양하다. 

쌀이 귀하던 시절,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소는 크고 귀한 재산이었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농촌에서는 학교가 파하면 들에 나가 꼴을 베어 소를 먹이고 가을걷이가 끝난 후에는 볏짚과 콩대 같은 부산물을 가지고 쇠죽을 쓰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함평우시장. 함평오일장 건너편에 있다가 현재 함평보건소 자리를 거쳐 지난 2017년 초 학교면으로 이전했다. 예전보다 규모가 작아지긴 했지만 지금도 명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제공: 함평군) ⓒ천지일보 2018.9.4
함평우시장. 함평5일장 건너편에 있다가 현재 함평보건소 자리를 거쳐 지난 2017년 초 학교면으로 이전했다. 예전보다 규모가 작아지긴 했지만 지금도 명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제공: 함평군) ⓒ천지일보 2018.9.4

◆독특한 음식문화, 함평 생비빔밥

비빔밥은 어느 한 가지 재료만 맛있다고 해서 완성되는 음식은 아니다. 함평 생비빔밥에서 볼 수 있는 밥 위에 길게 썰어 얹어놓은 생고기는 어찌 보면 비빔밥 장식을 마무리 짓는 것일 뿐 다른 재료와 조화를 이루어야만 비볐을 때 제 맛을 낸다. 

함평 생비빔밥은 식당마다 고유의 차림 법이 있지만 신선한 한우 생고기와 함께 무채, 상추, 시금치, 콩나물, 호박나물, 부추, 계란지단, 김 가루 등의 고명을 대부분 올린다. 푸짐하게 들어간 생고기와 각종 채소, 소뼈를 우려낸 선짓국과 삶은 돼지비계는 비빔밥의 고소한 맛을 더하는 함평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음식문화다. 

우시장은 함평의 다른 지역으로 옮겨졌지만 2~3대를 거쳐 옛 장터의 생고기 비빔밥 맛을 그대로 전수하는 음식점들은 장터를 둘러싸고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함평의 한우는 고기를 담은 접시를 기울여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찰지고 냄새가 나지 않는다. 

도축한 고기를 바로 사와 가격도 저렴하다. 함평5일장 북쪽은 기산봉이 우뚝 솟아 있고 서쪽으로는 영산강의 지류인 함평천이 유유히 흐르고 있으며 국도 23호선, 24호선이 교차하고 국도 1호선이 인접해 있다. 10분 거리에는 나비대축제와 국향대전이 열리는 함평엑스포공원도 자리한다. 

함평읍에 있는 함평오일장. 한옥 기와를 얹은 멋스러움을 풍기는 장옥으로 구성돼 있다. 함평오일장은 2일과 7일에 열린다. (제공: 함평군청) ⓒ천지일보 2018.9.4
함평읍에 있는 함평5일장. 한옥 기와를 얹은 멋스러움을 풍기는 장옥으로 구성돼 있다. 함평5일장은 2일과 7일에 열린다. (제공: 함평군청) ⓒ천지일보 2018.9.4

◆함평 비빔밥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함평군의 재래시장은 ‘동국문헌비고(1770)’ ‘임원 경제지(1872)’ 등에 의하면 5개의 장터가 있었는데 지금까지 하나도 없어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문헌에 의하면 5개의 장은 모두 장날을 달리해 읍장을 중심으로 시장 권역을 형성했다. 

함평읍장은 초기부터 우시장과 함께 큰 시장이었다. 그 덕분에 함평의 시장들은 안정적인 상권을 이루며 타 지역 상권으로 흡수되거나 소멸하지 않고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한옥 기와를 얹은 멋스러움을 풍기는 장옥으로 구성된 함평5일장은 날짜의 골자인 2일과 7일 문전성시를 이룬다. 지난 2006년에는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는 영광을 거머쥐기까지 했다. 

여느 장터와 마찬가지로 좋은 장소와 단 손의 많고 적음에 따라 매출의 차이가 있지만 함평 장의 년 매출액은 300~350억(시장 상인회 추산) 정도다. 그러나 대형유통업체의 등장으로 매출이 감소하고 농촌 고령화에 따른 여러 문제점이 표출되자 지난 2014년 4월 한국관광공사 2014 음식테마거리 관광활성화 지원사업에서 ‘함평천지한우비빔밥음식테마거리’가 선정되고 방송매체 등을 통해 소개되면서 함평5일장을 찾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함평 生 비빔밥. (제공: 함평군청) ⓒ천지일보 2018.9.4
함평 생비빔밥. (제공: 함평군청) ⓒ천지일보 2018.9.4

조선시대에는 소를 함부로 잡지 못하게 법으로 금했었다. 비빔밥은 지금까지 발견된 문헌 중 1800년대 말 작자 미상의 요리책 ‘시의전서(是議全書)’에서 ‘골동반’이란 글자로 등장한다. 이 책에는 한자로 골동반(骨童飯, 汨童飯)이라 쓰고 한글로 ‘부븸밥’이라 적었다. 골동반의 골은 ‘섞을 골’ 동은 ‘비빔밥 동’으로 여러 가지를 한 데 섞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미 지어 놓은 밥에다 여러 가지 찬을 섞어서 한데 비빈 것을 의미한다. 조선초기부터 ‘골동’이란 단어가 쓰이고 여기에 음식 이름이 붙어 19세기 이후 골동반이란 말이 생겼지만 20세기 이후에는 비빔밥으로 대체됐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따뜻한 쌀밥에 각종 채소, 신선한 생고기에 고소한 참기름을 뿌려 쓱싹쓱싹 비벼 먹는 함평 생비빔밥. 뜨끈한 선짓국 한 사발과 함께 출출한 점심 메뉴로 선택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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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호 2018-09-06 21:14:30
함평 생비빔밥 침이 꼴깍 넘어가네...함평에 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