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잠잠했던 미투운동 바람이 다시 몰아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용화여고에서 교원징계위원회를 열고 학생 대상 성폭력에 연루된 교사 18명을 징계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3월 용화여고 졸업생들로 구성된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뽑기 위원회는 SNS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교사들의 성폭력을 고발했다.

최근 직장에서 점심이든, 저녁이든 직장인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이거 이러다 나도 미투 당하는 거 아니야?” “무서워서 회식도 못하겠다” 등이다. 요즘 남성 직장인들은 직장 내에서 동료 여성들에게 회식을 하자고 제안하거나, 대화를 해도 일정 거리를 두고 행동과 말을 조심하는 상황이다. 여자 직장 상사들도 마찬가지다. 한참 어린 부하 남자직원들에게 편하게만 대해왔던 여자 상사들도 요즘은 몸을 추스르고 조심하는 모양새다.

최근 미국에서는 미투 보험이 인기다. 미투 보험은 성차별, 성희롱, 성폭력, 사생활침해, 명예훼손 등 다양한 고용 관련 위험을 담보한다. 특히 미국 근로자 1000명 이상 기업 중 약 40%가 성희롱 담보 보험에 가입한 것은 미투가 미국 사회에서도 얼마나 심각한 이슈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아직도 베일에 가려진 미투 가해자들이 우리 사회 속에 버젓이 살고 있다. 혹은 가해자나 피해자들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저 모른 체 방관하고 있다. 필자가 알고 있는 몇몇 연극배우들이 미투 가해자이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 지금은 가해자 책임은커녕, 피해자들도 그냥 쉬쉬하며 조용히 사회생활에 충실하려 한다.

한국 사회에서 미투 사건이 일어난 후 최근 미투 가해자들의 절반이 검찰에 송치됐으나, 38건이 정식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며, 나머지 4건은 공소시효 만료, 공소권 없음의 이유로 종료됐다. 그중 우리가 알 만한 사람 5명만이 구속 기소된 상태다. 미투운동은 분명 여성들이 더 이상의 성폭력 피해자가 되지 않겠다는 각오와 더불어 여성 인권을 신장하기 위해 똘똘 뭉치는 계기를 만들었다. 또한 주체성 있는 세력으로 거듭나기 위해 여성인권을 위한 다양한 법 개정이 제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사회 일각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이제는 젊은 203040 세대들이 참여해서 토론하는 공식적인 토론의 장도 필요해 보인다. 젠더에 대한 인식 부족과 미비한 교육의 질이 결국 대한민국을 ‘미투공화국’으로 만들었다. 남녀 간의 다양한 토론을 통해 성차별을 개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주제들을 공론화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교육이 앞으로 필요한 것인지 서로 귀를 기울여보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이 성차별적인 언어이고, 어떻게 표현해야 다른 젠더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지, 성별 갈등의 화두 속에서 표현을 순화하고 상호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창구가 존재해야 한다.

미투운동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성범죄 피해자들은 아직도 많은 갈등을 하며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존 성폭력에 대해 미개했던 우리 사회가 그런 피해자들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주려 한다. 문화예술계열, 체육계열, 공무원사회, 일반 직장 등 아직도 우리가 묻어왔던 성추행, 성폭력은 존재했을 것이다. 미투운동의 불씨가 꺼지기 전에 피해자들은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밝은 빚을 향해 손을 뻗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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