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끝났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이겨야 한다는 이슈보다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과연 군대를 가느냐 마느냐’ ‘야구대표팀에 합류한 오지환, 박해민이 군대를 가느냐 마느냐’ 관심이 더 컸던 대회였다. 심지어는 영국 스포츠언론도 손흥민의 축구 활약상보다 손흥민의 병역혜택 여부를 대서특필하며 크게 주목했다.

결과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우여곡절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선수 선발과정에서부터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았던 오지환, 박해민의 군면제도 확정됐다. 오지환과 박해민은 지난해 상무나 경찰청에 입대할 수 있었지만 아시안게임을 바라보고 참가를 미뤘다는 눈총을 받아왔다. 오지환은 올 시즌 116경기에서 타율 0.277을 기록했고 박해민은 타율 0.284를 기록했다. 이들은 또한 주전이 아닌 백업 내외야수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했고 실제 아시안게임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하지 못하고 대주자나 몇 타석 출전에 불과한 타자로 참가했다.

이제는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합류가 병역면제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과연 ‘적절한 보상’을 해줘야 되는 것인지, ‘지나친 특혜’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법 개정이나 논란을 종지부 찍을 정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할 때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프로 선수들이 아닌 실업 리그와 사회인야구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해 출전한 일본과 대만을 이기고 금메달을 딴 한국야구 대표팀에 대한 시선도 따갑다. 유독 아시안게임 야구에서 한국만이 프로리그를 잠시 중단시키고 최고의 선수들을 출전시킨다. 최소한 군 병역 논란과 기준점에 도달하지 못한 선수들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게 출전시키지 않았어야 했다.

이와는 달리 손흥민의 병역면제는 네티즌들이 축하하는 분위기다. 무엇이 다른 걸까. 금메달을 획득하고 병역면제를 받을 만한 충분한 기량과 실력이 있어서 국민들이 이해하는 걸까. 어떤 평론가는 이렇게 주장한다. 국가 통합을 위해 국위선양을 한 선수라면 병역특례를 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손흥민은 국위선양을 했고 다른 팀 선수들은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인가.

대한민국의 문화예술계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게 한국을 알리고 국위선양을 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병역면제 혜택에 들어가지 못하는 건가. 필자가 알고 지내는 현재 해외에 거주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방탄소년단 때문에 한국에 오고 싶어 하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며,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가졌다고 전했다. 방탄소년단은 어찌 보면 손흥민의 활약 이상 한국을 알리는 국가홍보대사 역할을 하며 엄청난 문화적 영향력과 외화를 벌이들이고 있다. 이런 젊은이들에게 주어질 수 있는 병역혜택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제는 더 이상의 논란을 중지하고 문화계이든, 스포츠계이든, 과학계이든 병역면제 혜택에 대해 계량화시킬 수 있는 정확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 이제 손보지 않으면 2년 뒤 2020 도쿄올림픽, 2022 중국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똑같은 논란이 발생할 것이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서 한 번의 메달로 정해지는 병역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할지 모른다. 아시안게임, 올림픽 대회 메달 누적 마일리지 제도, 방탄소년단 같이 국내외에 국가 브랜드를 알리는 K-Pop 스타에게는 빌보드 차트 순위 누적, 과학인들에게는 국제발명대회나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수상 누적 마일리제 제도를 도입해 일정 포인트를 채우면 병역혜택을 주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더 이상은 국가대표가 되고 난 뒤에도 병역문제 때문에 눈치를 보고 논란의 주인공이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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