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서울 중구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을지로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오른쪽). 같은 날 대한문광장을 찾은 시민이 동성애축제를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6년 6월 서울 중구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을지로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오른쪽). 같은 날 대한문광장을 찾은 시민이 동성애축제를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14일 서울광장서 퀴어 퍼레이드
같은날 대한문서 범종교 맞불집회
양측 충돌방지 대규모 경찰 투입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0여일 후 서울의 중심 서울광장에서 성소수자들의 최대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뚜렷하게 갈리며 동성애 논란과 퀴어축제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유교적 가치관과 문화가 오랜 전통으로 자리하고 있어 특히 성(性)에 관해선 민감하다. 국민 개개인의 행복과 인권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소수자를 보는 시각이 달라져 차별금지와 인권보호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성소수자 인권증진과 자긍심을 고취한다는 취지로 오는 13일부터 22일까지 국가인권위원회 회관과 서울광장, 대한극장 등 서울 곳곳에서 퀴어축제를 진행한다. 하지만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와 종교계는 선정성 문제 등을 제기하며 맞불집회를 예고해 충돌이 우려된다.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단체들은 퀴어축제가 겉으론 성소수자들의 인권증진을 이야기하나 퀴어 퍼레이드의 일부 참가자들이 과도한 성적 취향을 드러내 청소년의 가치관과 정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청소년들의 성적 일탈 행위, 동성애를 부추긴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대구 중구에서 열린 제10회 대구퀴어문화축제도 주최 측과 보수 개신교단체 간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반대 집회를 연 개신교단체 회원 2000여명은 동성애 반대 구호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사랑하기 때문에 반대해요. 꼭 돌아와요’ ‘남자며느리 NO, 여자사위 NO’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까지 벌였다.

서울에서도 퀴어축제 반대 측이 대규모 집회를 예고해 갈등을 넘어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준비위원회는 지난달 말 기자회견을 열고 “동성애를 인권으로 포장·둔갑시키고 차별금지법, 생활동반자법, 나쁜인권조례 제정을 합리화하는 퀴어축제를 저지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개신교와 천주교, 불교, 유교가 공동으로 국민대회를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민대회 준비위원장 최기학 목사(예장통합 총회장)는 “국민대회는 동성애와 퀴어축제를 반대한다”며 “하지만 동성애자를 반대하지 않고 사랑과 치유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동성애자는 사랑하고 품고 섬겨야 할 대상”이라고 했다. 이들은 퀴어축제를 한 주 앞둔 8일 ‘가정 성결 주일’로 지키기로 했다.

이렇듯 종교계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교리적인 데 있다. 성경, 불경, 꾸란(코란) 등 각 경서에는 동성애를 죄로 여기고 절대 허용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밖에도 퀴어축제는 성(成) 선정성과 음란성 문제를 낳고 있다. 일부 참가자들이 성적 표현을 과하게 하다 보니 반나체로 거리를 활보하고 속옷을 입고 성행위를 묘사해 선정적인 축제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공연이나 공개적인 장소에서 성적 음란한 행위 등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 형법 제245조(공연음란)는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33항(과다노출)에도 ‘공개된 장소에서 공공연하게 성기·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해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이 경범죄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퀴어(Queer)는 ‘이상한’ ‘색다른’ 등을 나타내는 단어로, 영어권에서는 남성 동성애를 의미했다. 19~20세기에 성소수자인 동성애자에 대한 개념으로 사용하기 시작해 현재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를 포괄하는 뜻으로 통용된다.

해마다 사회적 논란을 빚고 있는 퀴어문화축제는 미국에서 시작됐다. 1969년 미국 뉴욕에서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는 행사가 그 출발점이다. 뉴욕 경찰이 당시 동성애자들의 아지트였던 술집 스톤월 인을 급습한 것이 계기가 되면서 동성애자들과 인권운동가들이 집단으로 반발, 대규모 시위가 촉발됐다.

우리나라 퀴어문화축제는 지난 2000년 서울의 대학로에서 처음 개최된 이래로 매년 열리고 있다. 퀴어축제는 공연·파티·퀴어영화제·전시회·토론회·사진전 등을 진행하며, 메인 행사로는 ‘퀴어 퍼레이드’가 열린다. 2015년부터 서울광장으로 장소를 옮긴 퀴어 퍼레이드는 수만명이 참여하며 그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는 오는 14일 서울광장에서, 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준비위는 서울 대한문에서 각각 찬반 집회를 연다. 양측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경찰 병력도 상당한 규모로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퀴어문화축제가 우리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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