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이야기] 델 &애플 (1)
[IT 이야기] 델 &애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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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철 한국기술금융협회 IT 전문위원

 

산업의 현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취향, 선호도의 변화에 따라 기업들은 자신들만이 가지고 있는 독자적 기술에 한계를 느끼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주변 기업들과의 협력(cooperation) 혹은 제휴(alliance)를 시도한다. 자신이 보유한 강점과 외부업체와의 강점을 접목해 단순히 1+1=2가 아닌 3 혹은 4 이상이 되는 새로운 상품, 서비스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이며, 이는 최근의 산업환경에서는 의도적으로 어쩌면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경영적 판단요소라 할 수 있다. 

1980년대 초 당시 10대 후반이었던 마이클 델은 자본금 1000달러를 가지고 ‘PC 리미티드’라는 회사를 설립했고, 이를 모체로 오늘날의 델(Dell)사를 탄생시켰다. 델은 1990년대 초반 기술적 경쟁력보다는 독자적이고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로, 설립한 지 불과 20여년이 지난 2000년대 초반에는 PC업계의 거함인 IBM을 제치고 세계 1위의 PC업체로 발돋움하기도 했다. 그러나 델의 놀라운 성장은 2005년부터 성장 및 주식가치가 감소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2013년 9월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상장폐지란 상장된 증권이 매매 대상으로서의 유가증권의 적격성을 상실해 그 자격이 취소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투자자들에게는 기업의 파산선고와 동일한 의미로 인식된다. 사실 델의 비즈니스 모델은 당시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우 획기적이었으며, 고객에게는 감동적이었는데, 고객이 원하는 사양대로, 즉 CPU는 어떻게, 메모리와 그래픽카드는 어떻게를 제조사가 생산된 제품에서 소비자가 찾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사양대로 맞춤 제작해 주는 형태로 PC를 제작·판매해 왔으며, 품질 대비 가격이 저렴해 큰 인기를 끌어들였다. 또한 온라인 우편을 통해서 주문이 가능하고, 주문 후 48시간 내 배달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높여 갔다. 

이러한 획기적 모델을 통한 델의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대만 기업인 아수스(Asus)였다. 아수스는 처음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기본적 PC 회로를 델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후 아수스는 델에게 PC의 가장 중요한 부품인 ‘마더보드’도 20% 더 싼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제안했으며, 자본의 효율적 활용을 중요시한 델의 경영진은 마더보드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여, 순자산 수익률(RONA)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이를 수용했다. 델의 판단대로 RONA는 더욱 높아졌으며 이러한 양 사의 제휴는 시장을 확대하고 안정적 이익을 창출하는 서로에게 행복한 결과를 만들었으며, 이에 더해 월가의 투자자들에게도 기쁨을 준 바 있다. 그러나 아수스의 제안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아수스는 델에게 아예 PC 전체를 20% 더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고 제안했고, RONA를 최우선으로 중시하는 델 경영진은 상호간 윈윈(Win-Win)의 강도를 훨씬 더 크게 할 수 있게 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이를 수용했다. 델의 생각은 자신들은 설비가동과 인력 등 제조에 필요한 전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한편, 자신들의 역량을 마케팅에 주력하면서 고객 확보를 넓혀 가면 아주 손쉽게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며, 예상대로 델의 RONA는 계속해서 성장을 거듭했고 이러한 판단은 당시에는 옳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과정은 델이 공급망 관리와 컴퓨터 디자인마저도 아수스에게 아웃소싱을 내어 줄 때까지 계속 됐고, 결국 델은 ‘Dell’이라는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PC사업에 속하는 모든 것을 아수스에게 내어 주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소비자 사업부분에서 남은 자산이 거의 없어지면서 델의 RONA는 계속 높아졌지만 이러한 결과는 델의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2005년 아수스는 더 이상 델의 아웃소싱 업체에 머물지 않고 자체 컴퓨터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으며, 그동안 델로부터 배운 모든 것을 자체 브랜드 컴퓨터 제작·판매에 활용했다. 제조기반을 상실한 델은 결국 PC업체로 출발했지만 아웃소싱을 늘리면서 평범한 일개 소비재 기업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유사한 제휴방안이지만 애플의 제휴방식은 이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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