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이야기] 베이직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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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철 한국기술금융협회 IT 전문위원

 

베이직 사이언스(Basic science, 기초과학)란 영문으로 표현하는 것이 좀 더 세련되고 거창한 단어로 여겨질 만큼,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분야의 학문성장이나 연구업적은 실로 최고의 권위를 지닌 노벨상의 기초학문 분야에서 300명가량의 수상자를 배출한 미국과는 비교를 거론할 필요조차 없으며, 20명 이상의 수상자를 탄생시킨 바로 이웃인 일본과도 비교될 수 없는 실로 참담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기초과학’이란 공학이나 응용과학 등의 밑바탕이 되는 순수과학으로 자연과학의 기초 원리와 이론에 대한 학문을 지칭한다. 이익을 추구하는 영리활동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순수한 지적 호기심, 진리 탐구에 의한 열정으로 탄생되는 학문분야로 순수과학(Pure science)이라 불리기도 한다. 특히 문학, 철학 등과 같은 인문과학보다는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과학 기술의 기반이 되는 학문을 ‘기초과학’이라 여기는 것이 일반적인 개념이며 학문적, 정책적 차원에서 그 중요성은 늘 무겁게 인식돼 왔다. 이러한 차원에서 그동안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매번 반복적으로 외치는 과학기술 발전 정책 중 하나가 바로 기초과학 분야 투자 및 양성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실상 그간 정부 주관의 기초학문 육성은 대부분 미봉책이나 겉치레로 혹은 대외용 일회성에 가깝게 외식적으로 행해져 온 것이 사실이며, 그러한 결과로 기초과학의 중요성과 위상은 좀처럼 기저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기초학문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두 번 언급할 필요 없이 당연한 것이지만, IT분야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초학문의 성장이 필연적으로 동반돼야 하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필자와 같은 IT분야 종사자의 입장에서는 특히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0(zero)’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사용한 인도의 경우, 비록 부의 불균형으로 인해 1인당 GDP(국내총생산)로 보면 국가 수준으로는 하위권에 머물러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그들의 성장 잠재력을 가장 높이 평가할 때 주로 인용하는 것이, 바로 그들의 철학적/인문학적 요소와 기초수학에 대한 열정이라는 것은 대단히 주목할 만한 점이라 할 수 있다. IT를 이끄는 인터넷 기술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디지털 암호화 부문에서 가장 앞서는 보안기술인 공개키기반(PKI)기술은 소인수분해의 어려움을 기반으로 고안한 RSA라는 암호시스템을 이용해 개발한 것이다. RSA란 이를 개발한 세 연구자의 앞 자를 따서 명명한 것인데 이 중 A는 인도 출신 수학자인 아디샤미르(Adi Shamir)를 지칭하며, IT산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의 고급 두뇌 상당수가 전설적 수학자인 라마누잔의 후예인 인도인이며, 인도 수도에 위치한 델리대학은 IT분야에서 세계적인 메카로 자리 잡고 있다. IT분야를 대표하는 세 명의 리더를 보아도 기초 학문 소양을 통한 기술과의 융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게이츠의 대학 전공은 응용수학과였으며, 아이폰 혁명을 통해 한 시대를 앞선 기술과 영감, 충격을 가져다 준 애플사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며, 심리학 및 컴퓨터과학을 복수 전공한 페이스북 창시자인 마크 저커버그의 경우에도 모두 인문과 수학 등 기초과학 분야를 전공했다는 점 또한 위 인도의 사례에서와 같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IT분야를 대표하는 인공지능 부문은 사람의 능력을 가볍게 뛰어 넘어, IT는 물론 전 분야에 접목돼 상당수의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계속 영향력을 확장하는 등 IT분야의 발전은 타 산업에 비해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무선속도 1M급 속도를 고속급이라 지칭하며 놀라운 발전이라 언급한 것이 2000년대 초인데, 20여년이 채 안된 지금은 그 1000배인 Giga급 5G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얼마나 빠른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가를 피부로 절감할 수 있지 않은가? 이러한 IT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를 주도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 접목, 응용하는 창의(創意)이며, 창의란 거저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탄탄한 기초학문 육성과 열정에서 나온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교육백년지대계뿐만 아니라 선진과학기술 보유국으로의 도약을 위해서도 기초학문 육성은 시급하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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