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한국기술금융협회 IT 전문위원

 

기업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이나 역량을 최대한 발휘, 생산 프로세스를 개선해 비용을 절감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창출하고, 시장에서 경쟁자들보다 기술적 우위를 확보해 안정적인 판매처 확보를 취하곤 한다. 기업이 보유한 이러한 고유의 기술을 기반기술(Infra Technology)이라 하며, 이를 혁신하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각 기업들은 독자적인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며 이러한 전략을 수립할 때 참고 되는 것이 기술궤적(Technological trajectory)이다. 

기술궤적이란 기업의 기반기술, 기반제품생산 등에 따라 혁신을 진행하는 전략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들 분야의 기술 발전 혹은 혁신 방향이 어떻게 진행됐느냐를 확인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반도체 제조 공정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과 약품을 개발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은, 서로 기반기술이 다르므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업군의 특성을 감안해, 추구해야 할 혁신은 원천은 무엇이고 그 유형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혁신을 추진하는 방향은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가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각 산업별 고유의 공통적인 기술궤적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흔히 궤적이란 단어는 기본적으로는 ‘수레바퀴가 지나간 자국’을 의미하는데, 사전적 의미로는 ‘선인이 남기고 간 자취나 언동 등을 더듬어 온 흔적’을 뜻한다. 우리가 위인들의 ‘삶의 궤적’을 살펴보면서 그들이 위대한 업적을 만들어 낸 원동력과 그 배경을 파악하고 교훈을 얻기도 하는데, 바로 이와 같은 원리를 기업들이 기술혁신 방향 수립을 취하는 데 채택한다는 것이며, 해당 기업이 속한 기업군들이 그동안 어떠한 방향으로 기술혁신을 취해 왔으며, 이를 통해 어떠한 성과를 얻었는가를 세밀히 분석해, 시간은 줄이며 성과는 높이는 효율적 혁신방향을 수립하는 데 기술궤적을 파악하는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산업군별 기업의 사이즈가 서로 다르며, 생산제품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상이 다르고, 기반기술에 따라 혁신을 실천하는 원천(source)과 유형이 다를 뿐만 아니라, 혁신의 소재가 다르기 때문으로 어느 특정한 산업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동일한 혁신 전략을 모든 산업에 적용시키는 일반화는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공업원료와 소비재는 가격에 민감하나, 처방약품과 기계산업의 경우는 성능에 민감하다는 것이며, 자동차와 공업원료산업에서는 생산기술부서가, 기계건설업에서는 설계사무실이, 은행 및 슈퍼마켓과 같은 서비스산업에서는 시스템 관리부서가 혁신의 소재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반하는 차원에서 각 산업마다 기술혁신 전략을 모두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시간과 노력이 지나치게 많이 투자되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각 산업별로 기술혁신을 추구하는 공통적 특성을 분석해, 그 유사성에 따라 몇 가지의 카테고리로 분류한다면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고 보다 효과적으로 혁신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영국의 Pavitt은 기술궤적이 진행되는 유사성을 감안해 몇 가지의 분류체계로 나누어 제시했는데, 그는 기술이 비롯된 원천, 그 기술을 이용해 가치를 창출하려는 사용자들의 욕구, 해당 기술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성 등을 고려해 분류했다. 4가지로 분류된 본 체계는 각각 ‘공급업체 지배형’ ‘규모집약형’ ‘전문공급업체형’ ‘과학기반형’으로 구분되며, 이후 Pavitt의 연구에 더해 훗날의 연구자들은 ‘정보집약형’을 추가, 5가지가 됐다. 공급업체 지배형에 속하는 산업은 농업, 전통제조업 등이며, 규모집약형의 경우에는 공업원료 및 내구소비재, 자동차, 토목산업이, 과학기반형에 속하는 산업은 전자 및 화학, 약품산업이, 정보집약형에 속하는 산업은 금융, 소매, 출판, 여행 등 산업이, 마지막으로 전문공급업체형의 경우에는 기계, 소프트웨어 등 산업이 속한다고 보았다. 특히 ‘정보집약형’의 경우 신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빅데이터 등 IT기술로부터 발생되는 기회들을 사용자의 요구에 맞추는 기술궤적을 가지므로 이를 활용한 혁신전략 수립이 권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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