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원소가 십상시들의 폐해를 일러 이참에 모조리 잡아 죽이지 않으면 후회할 일이 생길 것이라고 하진에게 말했다. 그 말이 내시 단규와 장양의 귀로 들어가자 그들은 또 뇌물을 써 태후의 힘을 빌렸다. 원소는 하진에게 각처의 영웅호걸들의 군사를 끌어들여 내시들을 척결하자는 묘안을 내자 주부 진림이 반대를 했다.

“불가합니다. 그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며 스스로 자신을 속이는 일입니다. 미물이라도 속여서 잡을 수 없는 법인데 항차 국가의 대사를 작은 속임수로 할 일이 못 됩니다. 이제 장군께서 황위를 짚어 병권을 잡으셨습니다. 용양호보의 높고 낮은 부하들이 모두 다 심복입니다. 내시 무리를 베시는 것은 홍로 속에 머리털 한 개를 태우기보다 쉬운 노릇입니다. 빨리 뇌정 같은 위엄으로 단을 내리신다면 하늘과 사람이 순종할 텐데 외방까지 격문을 띄워 군사가 장안을 범한다면 영웅들의 마음이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한번 창과 칼을 거꾸로 잡는 날 장군은 어떻게 처리하실 작정입니까? 공은 이루지 못하고 도리어 큰 변이 일어날 것입니다.”

진림의 그 말에 하진은 호탕하게 웃었다.

“자네의 그 말은 겁쟁이에 불과하네.”

하진의 말이 채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누가 손뼉을 치며 깔깔대고 웃었다.

“이 일은 여반장의 일인데 쑥덕공론을 할 까닭이 무어요.”

모두가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전군 교위 조조였다.

“환관의 화는 고금에 다 있는 법이오. 황제가 내시들에게 너무 권리를 주어서 오늘날 이 꼴이 되었소. 만약 치죄를 한다면 원흉들만 제거시켜서 한 사람의 옥리한테 맡기면 족하다고 생각되오. 하필 외병까지 불러서 분잡을 떨 것이 무어 있소. 내시들을 모조리 다 죽이려 든다면 일이 사전에 탄로되어 패하고 말 것이오.”

하진은 역정을 벌컥 내며 꾸짖었다.

“맹덕이 사사로운 마음을 품었구나.”

그 말에 조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며 중얼거렸다.

“천하를 어지럽힐 사람은 우둔한 하진이다.”

하진은 진림과 조조의 말을 듣지 않고 가만히 밀조를 내려 밤을 도와 각처로 파발마를 띄웠다.

전장군 오향후 서량 자사 동탁(董卓)은 지난번에 황건적과의 전투에서 공을 세우지 못하니 조정에서는 장차 그 죄를 다스리려 했으나 기미를 알아차린 동탁은 십상시들에게 뇌물을 바치고 죄를 면했다. 그 뒤에 조정의 귀인들과 결탁해 자사가 된 후에 서주의 대군사 20만명을 통솔하게 되니 항상 참람한 뜻을 품고 있었다.

때마침 동탁은 조정에서 내려온 밀조를 받자 크게 기뻤다.

그는 사위인 중랑장 우보로 섬서(陝西)를 지키게 하고 스스로 군마를 점호해 부하 장수 이각, 곽사, 번조, 장제 등과 함께 군사를 거느려 낙양을 향해 치달렸다.

떠날 때 동탁의 사위 모사 이유가 동탁에게 말했다.

“지금 장군께서 비록 조서를 받드셨다 하나 중간에 모호한 일이 많습니다. 먼저 표문을 올리신 후에 군대를 움직이시면 명정언순하여 큰일을 가히 도모하시리다.”

동탁은 크게 기뻐하여 표문을 지어 올렸다.

- 천하가 어지러워 난역이 그치지 않는 것은 황문의 상시 장양의 무리가 하늘의 상도를 모만한 까닭입니다. 물이 용솟음쳐 끓는 것을 그치게 하려면 불지른 나무섶을 없애 버려야 하고 고름이 든 종기를 파종시키는 것은 아프기는 하나 독을 기르는 것보다 낫습니다. 신은 감히 북을 올려 낙양으로 들어가 간신을 없애 버리려 합니다. 사직에 다행한 일이요. 천하가 다행한 일이올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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