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대장군 하진은 원소에게 군사 5천을 주어 황궁으로 들어가 내시 건석을 잡아 죽이고 황궁을 평정했다. 원소가 이참에 십상시들을 모조리 잡아 죽여서 몸을 상하게 할 뿌리를 뽑아 버리자고 했으나 누이 하태후의 전교를 미리 받은 하진이 극구 반대를 했다. 원소는 하는 수 없이 관원들과 함께 물러갔다.

이튿날 하태후는 동생 하진에게 건석의 난을 평정한 공으로 상서 벼슬을 주어 공을 기록하게 하고 나머지 관원들에게도 차례로 벼슬을 내렸다.

한편 죽은 영제의 어머니 동태후는 십상시 장양을 불러들였다.

“하진의 누이는 처음에 내가 불러들여 황후까지 오르게 했는데 오늘날 저것이 나를 우습게 알 뿐 아니라 저것의 아이가 황제가 되어 안팎 신하가 모두 저것의 심복이 됐고, 권세와 위엄이 너무나 과중하니 나는 장차 어찌하면 좋으냐?”

내시 장량이 목소리를 낮추어 아뢰었다.

“황실에서 하태후의 윗전은 바로 동태후 마마이십니다. 내일 조하를 받으신 후에 수렴청정하시는 영을 내리십시오. 그런 다음 황자 협을 왕으로 봉하신 후에 국구 동중 어른께 벼슬을 내리시어 군권을 장악케 하시고 신의 무리를 중용해 쓰시옵시오. 이렇게 하면 큰일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튿날 동태후는 태황태후의 자격으로 만조백관을 불러 조하를 받는 의식을 취하고 전지를 내려서 황자 협으로 진류왕에 봉하고 국구 동중으로 표기장군을 삼고 내시 장양의 무리로 조정 정사에 참여케 했다.

하태후는 동태후가 궁중과 조정의 권력을 독점해 잡는 것을 보자 깜짝 놀랐다. 그러나 동태후는 죽은 영제의 생모이니 황실의 어른이므로 겉으로는 어찌하는 도리가 없었다. 하태후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 없어 잔치를 열어 동태후를 청했다.

술이 서너 배 돌았을 때 하태후는 동태후에게 재배를 한 후에 잔에 술을 가득 부어 올리고 공손히 말을 꺼냈다.

“태후 마마께 아뢰옵니다. 마마와 소비는 모두 다 여자이옵니다. 나라 정치에 간여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 생각됩니다. 옛날 여후께서는 나라의 중권을 잡으신 일이 화가 되어 나중에는 일가 족속 천여명이 한꺼번에 죽음을 당했습니다. 우리는 구중궁궐에 깊이 앉아 있고 조정 대사는 대신과 원로들한테 맡기는 것이 국가의 행복일까 합니다. 모쪼록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하태후의 말에 동태후는 크게 노했다.

“너는 질투심이 강해서 전에 독약으로 왕미인을 죽이더니 이제는 네 아들로 황제로 삼은 후에 오라비 하진의 세력을 믿고 감히 나한테 어지러운 말을 함부로 하느냐? 또 다시 그 따위 무례한 말을 지껄인다면 표기장군에게 칙령을 내려 네 오라비의 목을 베리라!”

“소비는 좋은 뜻으로 말씀을 아뢴 것이온데 마마는 어찌 그리 역정을 내십니까?”

하태후도 성이 나서 언성이 높았다.

“돝을 잡아 팔던 네까짓 아랫것들이 무슨 식견이 있다고 감히 내 앞에서 지껄이느냐?”

두 여인은 서로 양보하지 않아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장양은 동태후를 권해 태후의 궁으로 먼저 들어가게 했다.

이날 밤 하태후는 하진을 불러 동태후와 다툰 일을 말하고 전지를 내렸다.

하진은 궁을 나와 대신들과 의논한 후에 이튿날 조회에서 새 황제에게 아뢰었다.

“동태후는 원래 황후가 되셨던 정궁(正宮)이 아니옵니다. 오래 궁중에 거처할 수 없습니다. 하간(何間)에 나가서 거처케 하심이 마땅한 줄로 아뢰오.”

어린 황제는 하간의 의견을 쫓아 허락을 내렸다.

하진은 금군을 거느려 표기장군 동중의 집을 겹겹이 포위한 후 표기장군 인뒤웅을 거두어들였다. 동중은 일이 급하게 된 줄 알고 후당으로 들어가 자결해 죽었다.

하진은 동태후의 손발을 끊은 뒤에 그녀를 하간으로 호송해 보내니 비록 정궁은 아니었으나 황제의 생모로서 내시들을 가까이 한 말로는 기구했다. 두 달 뒤에 하진은 사람을 몰래 보내서 동태후에게 독을 먹여 하간 역정에서 죽여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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