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황제 영제가 위독하자 내시 건석이 황자 협을 태자로 세우려면 대장군 하진을 불러들여 먼저 죽여서 후환을 없애라고 권한다. 막 입궐하려는 하진은 심복 반은이 흉계가 있다고 고하는 바람에 중신들을 모아 사태에 대한 의논을 했다. 얼마 전 면박을 받았던 조조가 다시 군위를 바로 세운 후에 역적을 섬멸하자고 말했다.

“그렇다면 누가 나와 함께 궁궐로 들어가서 군위를 바로 모신 후에 역적들을 소탕할 수 있겠는가?”

하진의 물음에 한 사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한테 정병 오천을 주시면 대궐로 들어가서 새 황제를 모신 후에 내시 놈들의 목을 모두 베어서 조정을 깨끗이 쓸어 천하를 태평하게 하오리다.”

하진이 바라보니 사도 원봉의 아들이오, 원외의 조카 자를 본초라 부르는 사례교위 원소(袁紹)였다. 하진은 크게 기뻐했다.

즉시 어림군 5천명을 점군해 원소에게 내어 주었다. 원소는 갑옷투구로 마상에 높이 앉아 어림군을 지휘해서 대궐로 쳐들어가고 하진은 하옹, 순유, 정태 등 대신 30여명을 거느리고 뒤를 따랐다. 영제의 관 앞에 나아가 통곡한 후에 황자 변을 황제에 오르게 했다.

백관들은 만세를 높이 불러 새 황제께 절하여 즉위를 축하하고 원소는 군사를 휘동해 하진을 죽이려했던 건석을 잡기 위해 군사를 풀었다.

건석은 하진이 어림군과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고 황망히 어원으로 몸을 피해 달아났다. 같은 십상시 곽승이란 자는 건석과 공모를 했으면서도 발뺌을 하기 위해 건석을 죽인 후에 금군을 거느려 항복했다.

원소는 어림군으로 황궁을 호위한 뒤에 하진에게 진언을 했다.

“내시는 모두 한통속입니다. 이 기회에 십상시 놈들은 모조리 참해야 합니다.”

이 기미를 알아 챈 내시 장양은 급히 하 태후한테로 들어갔다.

“지금 대장군께서 원소의 말을 들으시고 저희들을 모조리 죽이려 합니다. 하 장군을 살해하고 황자 협을 세우려고 계략을 꾸민 자는 건석 한 놈뿐입니다. 저희들은 한 사람도 이번 일에 간여하지 않았습니다. 태후 폐하께서 저희들을 불쌍히 여겨 제발 목숨을 살려 주옵소서.”

하태후는 간사한 내시의 말을 곧이들었다.

“너희들은 과히 근심하지 말라. 목숨을 보존케 하리라.”

하태후는 말을 마치자 전교를 내려 하진을 급히 불렀다.

“오라버니, 우리들은 본시 미천한 집 출신인데 십상시들이 아니었다면 어찌 오늘날 부귀영화를 누렸겠소? 건석이란 놈이 불안했으나 이미 죽었으니 나머지 죄 없는 내시들은 살려 주도록 하시오.”

하진은 누이 태후의 전교를 받자 밖에 나와 모든 관원에게 영을 내렸다.

“건석이란 놈은 나를 죽이려고 모해했으니 집안을 멸족시키고 다른 내시들은 망동해서 손을 대서는 아니 된다.”

그 말에 원소는 마땅하지 않게 생각했다.

“만약 이 자들을 뿌리 뽑지 않는다면 반드시 몸 상케 하는 근본이 될 것이오.”

하진은 그래도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내 뜻은 이미 결정됐으니 그대들은 더 이상 말하지 마라.”

모든 관원들은 말없이 그냥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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