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내시 장양과 단규는 동태후가 독살되자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들은 가만히 금은보화를 하진의 아우 하묘와 그의 어머니 무양군한테 바치고 아양을 떨었다. 그 덕으로 십상시들은 여전히 하태후의 신임을 얻었다.

아무리 싸고 싼 사향도 냄새를 풍기는 것이다. 하진이 동태후를 독살했다는 소문이 자자하게 떠돌았다. 내시들은 이 일을 가지고 어떤 계획을 꾸미려했다.

하진은 동태후를 독살한 뒤 시치미를 떼고 병들어 죽은 것처럼 위장해 운구하여 문릉에 장사 지낸 뒤 자신은 병을 칭탁해 조정에 나가지 않았다. 원소가 하진을 찾아가 말했다.

“지금 장양과 단규의 무리들은 장안에 말을 돌려 대감이 동태후를 독살했다고 하여 음모를 꾸미고 있으니 지금 죽이지 않으면 반드시 큰 화가 미칠 것입니다. 전일에 무두는 내시를 죽이지 않았다가 일이 누설돼 되레 죽음을 당했습니다. 이제 대감 형제와 부하 장병들도 모두 영특한 분들입니다. 지금 힘을 합하여 하늘이 준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그 말을 들은 하진은 곧 의논해서 처리하리라고 대답을 했다. 그러나 하진의 좌우에는 내시들의 뇌물을 받은 자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원소와 하진 두 사람이 주고받은 말은 단규와 장양의 귀로 들어갔다. 그들은 다시 하진의 아우 하묘한테 금은보화를 보내 애걸했다.

“하 장군이 공연히 저희들을 미워해서 죽이려 하시니 작은 대감께서 태후께 말씀을 잘 하시어 불쌍한 잔명을 살려줍시오.”

하묘는 궁궐로 들어가 하태후에게 말했다.

“대장군이 새 황제를 보좌하는 마당에 인자한 일을 행하지 않고 살벌한 행동만 취하니 참으로 딱한 일이옵니다. 이제는 무단히 십상시들을 또 죽이려 하니 이것은 어지러움을 취하는 근본이옵니다.”

“네 말이 옳다.”

하태후는 동생 하묘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얼마 뒤에 하진이 들어와 아뢰었다.

“암만해도 십상시들을 모조리 죽여야겠습니다.”

하 태후는 얼굴빛을 고치며 말했다.

“중관(中官)인 내시가 금성을 통령하는 일은 한실에서는 예로부터 전해 오는 법이오. 지금 선제께서 세상을 떠나신 지 얼마 못 되어서 오라버니가 옛 신하들을 모조리 죽인다면 종묘를 중하게 여기는 일이 아니라 생각하오.”

하진은 우유부단한 인물이었다. 태후의 말을 듣자 고개를 숙여 지당한 말이라 하고는 물러 나왔다. 밖에서 하회를 기다리고 있던 원소는 하진이 궁중에서 물러나오는 것을 보고 대사(大事)가 어찌됐는지 물었다.

“허허, 태후께서 윤허를 하지 않으시니 막가내하(莫可奈何)일세.”

하진은 말을 마치고 탄식하는 것처럼 하여 자신의 체면 세우기에 급급했다.

원소가 의견을 내었다.

“사방에서 일어난 영웅호걸들을 장안으로 불러들여 십상시들을 모조리 죽인다면 태후께서도 일이 급하게 되므로 아니 들으실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하진은 원소의 계책이 참으로 묘하다며 손뼉을 쳤다. 그는 즉시 격문을 띄워 각처에서 활동하고 있는 군사들을 장안으로 불러들이려 했다. 그러자 주부 벼슬에 있는 진림이 앞으로 나서며 반대 의견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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