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십상시들의 농단에 의해 간언을 하던 충신 간의대부 유도와 사도 진담은 옥중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임을 당했다. 손견은 장사태수가 되어 역도를 평정해 오정후에 봉해졌다. 현덕은 유주목 유우의 명을 받아 반란군 수괴 장거, 장순을 죽이고 군사들의 항복을 받고 개선해 별부사마 직첩으로 평원현령에 제수됐다.

현덕은 관우, 장비와 함께 평원현에 부임해 백성을 선치하고 경제를 부흥시키니 고을은 태평하고 전량은 풍족했다. 군사와 말을 정돈시키고 옛 기상을 되찾았다. 현덕을 수하로 삼아 공을 세운 유우는 조정에서 태위의 벼슬을 받았다.

중평 6년 4월의 일이다.

영제는 병이 위독했다. 대장군 하진에게 급히 입궐하라는 명을 내렸다. 본시 하진은 소를 잡고 돼지를 잡는 백정 출신이었다. 누이가 후궁에 뽑혀서 귀인이 된 후에 황자 변을 낳고 다시 황후로 승차하니 이로 인해 하진은 외척으로 권세를 잡게 됐다.

영제는 그 뒤 왕 미인을 총애해 그녀에게서 황자 협을 낳았다. 하 황후는 독약을 써서 왕 미인을 죽여 버렸다. 의탁할 곳이 없어진 황자 협은 동 태후의 궁중에서 기르게 됐다. 동 태후란 영제의 생모요. 해독정후 유장의 아내다.

처음에 환제가 아들이 없으니 해독정후 유장의 아들을 맞아들여 황통을 잇게 했다. 이가 곧 영제가 된 것이다. 영제가 황제가 된 후에 생모 동씨를 궁중에 모시어 태후로 삼으니 이가 곧 동 태후다. 태후는 항상 영제한테 황자 협으로 태자를 봉하라 권했고 영제도 협을 편애해서 태자를 삼으려했다.

마침 영제의 병이 위독하자 내시 건석이 아뢰었다.

“폐하께서 황자 협으로 태자를 봉하시려면 먼저 대장군 하진을 죽여 후환이 없게 하십시오.”

영제는 그럴듯하게 생각하여 하진을 죽이려고 부른 것이었다.

하진이 영제의 부름을 받고 궁궐로 들어가려할 때 사마 벼슬에 있는 반은이 길을 막고 하진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반은은 하진의 심복이었다.

“대감 지금 궁궐로 들어가시면 아니 됩니다.”

하진은 눈을 둥그렇게 뜨고 이유를 물었다.

“지금 내시 건석이 대감을 죽이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진은 깜짝 놀라서 급히 수레를 몰아 집으로 돌아와서 모든 대신들을 청했다.

“지금 황제께서는 병환이 위독하신데 십상시들이 대신들을 죽이려 하니 큰일이오. 단번에 내시 놈들을 죽여서 나라를 바로잡아야 하겠소이다. 여러분들의 의향은 어떠하시오.”

하진이 좌중을 둘러보자 한 사람이 일어나 의견을 말했다. “내시의 세력은 뿌리가 박힌 지 오래입니다. 수십년 동안 조정안에서 뒹굴고 뻗쳤으니 어떻게 이 자들을 한꺼번에 다 죽이겠습니까? 만약 섣불리 일을 도모해서 기밀이 누설되면 멸문지화를 당할 테니 잘 살펴서 처리하십시오.”

하진이 바라보니 전군 교위 조조였다. 하진은 조조를 꾸짖었다.

“너 같은 연소배가 어찌 조정의 큰일을 알겠느냐.”

말을 마친 하진이 잠시 주저하고 있을 때 반은이 급히 들어왔다.

“지금 황제께서 운명을 하셨습니다. 십상시들은 비밀리에 만나서 발상은 하지 않고 공모를 하고 있습니다. 거짓 조서를 꾸며서 하 장군 국구를 선소해 후환을 없게 한 뒤 황자 협을 황제로 삼으려 합니다.”

반은의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대문간이 떠들썩하면서 칙사가 거짓 조서를 받들고 나왔다.

“대장군 하진은 속히 들어와 대사를 의논하라.”

하진은 조서를 받지 아니하고 의논을 계속했다.

“먼저 군위(君位)를 바로잡은 연후에 내시들을 처치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핀잔을 받았던 조조가 또 다시 나서서 말참견을 했다. 하진은 옳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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