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일본은 지난 2013년에 200여개 학교에 서술형 IB교육제도를 공교육에 도입했다.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란 스위스 교육재단 ‘국제바칼로레아기구(IBO)’에서 개발·운영하는 교육과정 및 자격시험 제도다. 객관식 문항 위주가 아닌 90%가 서술형이다. 평가도 먼저 교사가 국제 기준에 맞춰 평가한 뒤 해당 평가를 공식 협회인 IBO가 수시로 검증한다. 모든 시험지와 답안지는 IBO 사이트에 공유한다. 이런 엄격한 제도운영으로 평가의 객관성·공정성·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일본 미래투자회의는 2022학년도부터 모든 고등학생이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이 포함되는 ‘정보1’ 과목을 배우도록 하고 202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기본소양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양성이 목적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금까지 읽기, 쓰기, 주판(수학)이 기본이었다면 앞으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 소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교육제도론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 변화를 선도할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은 ‘사지선다형’ 주입식 교육이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일본은 최근 ‘교육유신’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교육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교육과정과 대학입시 틀을 동시에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고 있다. 올해 고등학교 입학생들이 치를 2020년 대입 시험에선 국어와 수학에 논술형 문제가 도입된다. 영어시험에는 듣기와 읽기 외에 말하기와 쓰기가 포함된다. 2023년 시험부터는 다른 과목에도 논술을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학습지도요강을 재편해서 교육의 중심을 학생들이 지식의 양을 늘리는 대신 토론식 수업을 확대해서 지식 활용의 힘을 키우는 교육으로 바꾸었다. 종합적 사고를 요하는 논술 문제를 신설하고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는 듣기·읽기 외에 말하기·쓰기도 평가하기로 했다. 현재 교육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미래 인재를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암기위주의 교육과정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표되는 수시전형과 수학능력시험으로 평가하는 정시전형 모두 한계에 부딪혔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다행이 최근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 좋은 미래’의 정책연구소도 최근 IB교육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입시에 초점을 맞춘 현재의 교육제도론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 변화를 선도할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대안 찾기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하나의 정답을 골라내는 훈련을 거듭하는 기존 교육과정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유학기제, 고교학점제 등 학생의 창의력과 적성을 살리는 제도를 연이어 내놓았다. 우리나라의 중·고교 교과 과정과 대입 제도는 수시로 바뀌어왔지만 주입식 암기위주의 시험이라는 기본은 그대로 유지돼 왔다. 그러나 현재의 평가방식과 입시제도의 근간을 유지하는 한 근본적인 교육개혁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교육과정은 물론 평가방식과 입시제도까지 동시에 바꿀 수 있는 IB 도입을 검토하게 된 것이다. 여당이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한 IB제도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잘 진행된다면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5학년도부터는 학생들이 IB로 교육을 받고 시험을 치른 후 대학에 갈 수도 있게 될 전망이다.

미래를 대비한 일본의 교육혁신에 우리도 경각심을 가지고 예의주시해야 한다. 가장 전통적인 교육 시스템을 유지한 일본조차 개혁하는 마당에 우리만 시대에 뒤쳐져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는 교육과정과 평가제도, 입시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교육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우선 우리도 4차 산업혁명의 기저가 되는 IT교육을 강화하고 대입필수 과목화해야 한다. IB제도를 도입한 국가의 사례를 연구·검토해 우리 현실에 맞게 보완해서 도입해야 한다. 혁명적인 교육혁신만이 우리에게 최대 무기이자 경쟁력의 원천인 우수 인력을 양성할 수 있고 국제적 감각과 창의성을 갖춘 유능한 인력만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