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의 동향을 보여주는 지난 5월 15일자 위성사진. 왼쪽에 관측소와 이동길로 추정되는 것들이 새로 만들어졌다. (출처: 38노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의 동향을 보여주는 지난 5월 15일자 위성사진. 왼쪽에 관측소와 이동길로 추정되는 것들이 새로 만들어졌다. (출처: 38노스)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23~25일로 예고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취재를 위해 외신 기자단이 북한 원산에 도착한 가운데, 23일 오후 7시(북한시간) 취재 현장인 북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남측 취재진은 북한이 취재 명단 접수를 거부해 동행하지 못했다. 

22일 통일부 당국자는 “오전 9시 판문점 개시 통화에서 북측 연락관이 ‘지시받은 것이 없다’며 우리 기자단 명단을 접수하지 않았다”며 “오늘은 방북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안타깝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 측 취재진 8명은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남북 협의 과정을 지켜보며 대기했다. 하지만 결국 미국·중국·영국·러시아 등 4개국 외신기자만 북한의 비자를 받고 우리 측 기자단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날 오후 4시께 남측의 취재단 명단 전달 없이 판문점 채널도 종료됐다.

북한은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을 진행한다며 한국과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등 5개국의 언론 취재를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취재와 관련한 통지문을 남측에 보내 통신사와 방송사 기자를 각각 4명씩 초청한다고 알렸다. 하지만 정작 명단 접수는 거부했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취재를 위해 북한으로 떠난 취재진은 미국 매체인 AP, CNN·CBS방송, 인터넷 매체인 Vice와 영국 뉴스채널 스카이뉴스, 영상 전문 매체인 aptn, 러시아 타스 통신과 방송사인 러시아 투데이, 중국 신화통신, 중앙(CC)TV 등이다.

원산에 도착한 외신기자단은 첫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영국 스카이뉴스 아시아 특파원인 톰 체셔는 “공항에 도착했을 때 모든 이들이 제복을 입고 마네킹처럼 우리를 맞았다”며 “공항을 벗어나자 무시무시할 정도로 조용했다”고 말했다.

CCTV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원산 갈마 비행장에서 도착한 외신 기자 22명을 비행장 인근 숙소로 안내했다. 이어 원활한 취재를 위해 인터넷과 휴대전화 서비스를 개통했다.

CCTV 기자는 “인터넷, 휴대전화, 숙소 등 취재 환경이 양호한 편”이라며 “북한 당국 각 부문이 취재 지원을 위해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취재 일정에 대해서는 “외신기자단 전체가 23일 오후 7시(북한시간) 취재 현장인 북쪽으로 이동할 것 같다”면서 “최종 일정은 북한 측의 통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행사는 날씨에 따라 변동이 있겠지만, 빠르면 23일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외국 기자단 수송을 위해 원산과 길주를 잇는 철로를 보수하고 열차 시험운행을 하는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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