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교수 

 

사람에게 생명은 하나뿐이기 때문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를 갖는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살인은 가장 극악한 흉악 범죄로 최고의 형벌로 처벌한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살인죄는 사형으로 다스렸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살인죄도 죽일 의사를 가진 자가 고의로 살인죄를 저지르는 것과 실수 또는 적극적인 살인의 의사 없이 살인을 하는 범죄를 구분해 처벌했다. 그런데 문제는 사형이란 형벌이 살인죄에만 적용되지 않고 정치적 목적으로 오·남용됐다는 것이다. 비록 형벌이지만 사형은 범죄자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제도에 의한 살인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사형폐지론이 국제사회의 이슈가 되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사회에 더 이상 참혹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국제연합이 결성되면서부터이다. 국제연합은 세계인권선언을 통해 생명의 가치는 무조건 존중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사형폐지를 선언했다. 그 이후 다수의 국가에서는 사형폐지운동이 시작됐고, 이 운동이 시간이 갈수록 확대돼 1990년대를 기점으로 사형폐지국가가 사형존치국가보다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1997년 12월 사형집행 이후 사형집행을 중단했고 지금까지 20년이 넘게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10년 이상 사형집행을 하지 않으면 사형제도가 있어도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사형폐지국가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사형제로 인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오랫동안 국회에서는 계속해 사형폐지에 관한 법률안이 제출됐지만 국회의원 임기만료와 함께 항상 폐기됐다. 이는 국회가 총선 때가 되면 국민 여론에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국민의 다수는 여전히 사형제 존치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혹 연쇄살인범이나 아동살인범에 관한 사건이 등장하면 사형제 존치에 대한 국민의 여론은 더 많아진다. 이러다보니 국회가 사형폐지 법률안을 만들어 통과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현행 헌법은 비록 비상계엄에만 해당하는 것이지만 사형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현행 형법에는 사형을 하나의 형벌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형벌로 규정돼 있는 범죄는 살인죄 이외에도 상당히 많다. 과거 군사독재시절에는 정치범과 사상범 등 살인범이 아닌 경우에도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경우가 있었다. 사형이란 형벌이 오·남용되는 경우 생명이 하나뿐이기 때문에 돌이킬 수가 없다. 여기서 사형제 폐지 주장이 나온다. 그러면서 생명의 존귀함과 불가침이 강조된다. 또한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형벌권을 행사하는 국가가 비록 중범죄자라고 해도 사형제를 통해 생명을 박탈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해야 할 자신의 책무에 반하는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사형이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지만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살인죄에서 사형은 허용돼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헌재는 모든 자유와 권리는 헌법질서에서 상대화되는데 생명권도 상대화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생명을 가지고 사형제의 존폐를 논하지 말고, 사형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형집행이 없는 상황에서 사형제는 더 이상 존재의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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