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교수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현실은 평등하지 않다. 평등은 오랜 전부터 인간사회에 있어서 중요한 과제였다. 그런데 신분사회에서는 신분 때문에 평등할 수 없었고, 계급사회에서는 계급 때문에 평등하기 어려웠다. 인간이 평등을 본격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중세를 지나고 종교개혁 시대에 접어들면서부터이다. 프랑스 종교개혁자 칼뱅은 신 앞에서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고 했다. 이 이후 평등은 근대 사회에서 자유와 함께 인간이 보장받아야 할 중요한 권리로 인식하게 됐다.

인간사회에 평등이 중요한 하나의 권리, 또는 하나의 기준이 된 것은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존재로 동일하지 않다. 평등은 서로 다르다는 차이를 전제해야만 성립될 수 있다. 그래서 둘 이상의 대상에 대하여 각각 등급이나 수준 등에 차이를 두어 구별하는 차별은 그 자체로는 평등을 위반한다고 볼 수 없다. 차별이 문제가 되는 것은 동일한 조건과 환경에서 서로 다르게 대우하는 것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평등의 판단기준으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라고 했다.

헌법은 법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다고 한다. 그리고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국가공동체에서 평등은 법 앞에서 평등을 말한다. 이는 평등이 법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과 차별함으로써 평등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헌법은 성별에 따른 차별, 종교적 차별, 또는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헌법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만 금지하는 것은 아니고, 인종차별, 지역차별, 고용차별 등 모든 대상과 영역에서 원칙적으로 차별을 금지한다.

평등에는 절대적·획일적 평등이란 없다. 헌법도 무조건 평등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권에서는 여자와 연소자의 근로에 대하여 특별한 보호를 요구하고 있으며, 노인과 청소년, 신체장애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호해야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헌법은 국가유공자·상이군경 및 전몰군경의 유가족에 대하여 우선적 근로의 기회를 제공할 것을 규정해, 평등을 넘어 우대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리고 교육권에서는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법에서도 평등에 대하여 무조건 평등할 것을 요구하지 않으며, 특별한 경우 차별이 오히려 평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합리적 차별을 인정하고 있다.

평등의식은 사회가 발전하면서 확산되고 있지만, 사회 각 분야에서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는 남녀차별은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등이 제정·시행되고 있지만 없어지지 않고 있다. 백만이 넘는 다문화가정의 시대에도 인종차별의 문제는 남아 있다. 장애인 보호를 위한 법률들이 있음에도 차별은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고용에 있어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그 외에도 우리 사회에는 종교차별, 학력차별, 성소수자차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별문제가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그런데 차별문제는 법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우리의 내면에 남아있는 차별의식을 없애지 않는 한 차별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