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한국기술금융협회 IT 전문위원

 

유선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상대방의 음성을 듣고, 자신의 말을 전달하면서 통화가 이루어진다. 상대방의 현 위치, 서로 떨어져 있는 거리에 무관하게 음성이 교환되고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마치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통화의 구성이 있기까지는 수많은 장비 간 정보의 흐름이 정확하게 교환돼야 하는데, 이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교환기이다. 먼저 송신자가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입력된 전화번호 정보가 전송로에 적합한 형태로 변환돼 교환기에 연결되고, 그런 후 수신자와의 음성교환용 통로를 확보한다. 송·수신자 간에 통화루트가 형성되면, 한쪽이 내뱉은 음성은 다시 전송로를 경유해 교환기에 전달된다. 물론 교환기까지의 음성신호 전달도 가입자가 위치한 국내케이블, 전용 전송로, 전화국내 교환망 등을 통해 복잡하게 이루어짐은 당연하다.이렇게 교환기에 도착한 신호는 교환기가 상대방을 연결해 준 전용통로를 경유해 이전과의 역 루트로 최종적으로 수신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이다. 이렇게 음성신호를 교환하는 형태를 회선교환망이라 부른다. 

유선전화만이 존재하던 1980년대까지는 거의 위와 같은 방식으로 음성이 전달됐는데, 1990년대 이후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IP(인터넷 프로토콜) 기반의 통화가 증가하게 되어 더 이상회선교환망 방식의 교환기로는 서비스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 즉 이전에는 음성이 아날로그 형태로 전달돼 해당 형태의 신호교환을 수용하면 됐는데, IP기반 패킷형태의 음성신호가 등장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통합형 교환기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기존의 음성교환망, 인터넷 기반의 패킷교환망, 휴대폰 통화를 위한 모바일 IP망 등 모든 형태의 신호를 해독하고 연결해 주고자 등장한 것이 바로 소프트스위치이다. 

현재 국가 기간망을 보유한 케이티의 교환기 상당수는 소프트스위치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볼 수 있다. 기간망사업자들은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IP기반의 패킷형태 신호가 급증했고, 특히 휴대폰 사용이 급증하면서 모바일 형태의 패킷 신호 사용 또한 폭발적으로 늘어나 기존에 회선교환망 용도의 교환기, 패킷교환망 형태의 교환기를 별도로 운영하고, 그 중간에 두 형태의 교환망을 연결해 주는 게이트웨이라는 신호변환 장치까지 설치하는 분리적 연결 형태로의 운영은, 당장은 몰라도 향후 트래픽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불가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소프트스위치 형태의 교환망 구축이었던 것이다. 위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신호 증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0년대 초반 기간망사업자인 KT, SKT 등은 차세대네트워크(NGN; Next Generation Network)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이에 대한 해소방안을 강구하게 됐고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개발된 것이 소프트스위치이다. 패킷이라는 용어는 IT 특히 통신 분야에서는 널리 이용되는 용어인데, 이는 인터넷망에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최소한의 단위로 ‘0’과 ‘1’의 이진데이터를 전송하고 교환하며 수신측에서 정확하게 정보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보, 송신처 등을 기록해 전송에 적합한 어느 정도의 크기로 묶어져야 하며, 이렇게 묶여진 이진데이터의 최소 묶음이 바로 패킷이라 할 수 있다. 통상데이터 1024비트로 구성돼 정보를 주고 받는다. 

결국 소프트스위치는 인터넷 기반 통신상황을 감안한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 멀티미디어 서비스, 전자상거래 등 IP응용 서비스가 전체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보더라도 당시의 선택은 적절했다고 보인다. 또한 당초 인터넷 수요 확장을 수용하기 위한 하나의 솔루션으로서의 효용성은 물론, 기간망사업자들에게는 통신망 운용비를 절감하고 통합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확장 및 개발을 촉진하는 모티브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해내는 이중,삼중의 추가 효과를 거양하였다고 볼 수 있다.결국 사용자밀착형인 애플리케이션은 점점 더 세분화, 전문화 되지만 이들 정보들이 모여 전송되는 기간망은 융합,통합, 대형화되어 전송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주어진 자원의 효용 최대화를 위한 모두의 노력은 지금도 진행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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