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한국기술금융협회 IT 전문위원

 

2017년 기준 한국인 평균수명은 81세로 밝혀졌다(남성 평균수명 79세, 여성 평균수명 85세). 약 60년 전인 1960년의 한국인 평균수명이 52세라 하니 한 해 평균 약 0.5세씩 평균수명이 증가한 결과이다. 이처럼 놀라운 수명 증가속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욕망은, 물론 개인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하게’라는 조건을 전제로 더 오랜 기간의 장수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개인들에게는 유전적 혹은 후천적인 사유로 몸을 구성하는 수많은 장기 중 일부가 손상돼 기능을 하지 못해,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등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를 해소코자 등장한 것이 바로 ‘장기이식’이라는 방법인데 한국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센터에 따르면 현재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이식 대기자의 누적 수가 3만명을 초과하고 있다고 한다. 이럴 경우 자신에 맞는 장기를 이식받을 수 있는 대기 기간은 약 2년가량 소요된다고 하니, 이들 이식대기자들에게는 그 기다리는 시간이 한없이 길 수 밖에 없고 자칫 그 대기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병이 악화돼 사망하게 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현재 ‘이종장기이식술’이 어느 정도 임상실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실효를 거두고 있지만, 인간이 아닌 타 동물로부터 발췌, 생육된 장기를 사람에게 붙이는 것은 실효성을 떠나서 윤리적인 것은 물론, 가장 중요한 법적으로도 아직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플라스틱이나 금속으로 인공장기를 만들어 이를 대체하려는 시도가 있으나 여전히 생체친화성(bio-compatible)이 부족하고 일정기간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기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력들이 요구된다.

이러한 여러 장애 요소들을 극복하고자 최근 ‘바이오프린팅’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기 소개드린바 있는 ‘3D프린팅’ 기법을 장기제작에 확대 적용한 기법으로 ‘인체조직 프린팅(tissue printing)’ 또는 ‘장기프린팅(organ printing)’으로도 불린다. 바이오프린팅이란 쾌속조형(Rapid Prototyping; PR) 기술을 응용한 적층 방법으로 살아있는 세포를 원하는 형상 또는 패턴으로 차곡차곡 적층해, 조직이나 장기를 제작하는 기술이다. 바이오프린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컴퓨터를 이용한 설계(CAD), 청사진, 사전 컨디셔닝 등이 포함된 사전처리과정, 두 번째, 실제 프린팅, 생성물 경화작업 등 주처리과정, 마지막으로 사후 컨디셔닝, 조직신속 성숙화 등 사후처리과정의 세 가지 과정을 거친다. 

2003년 1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의대 블라디미르 미로노프 교수는 프린트에 사용되는 잉크 대신 생체물질(세포덩어리)을 분사시켜 3차원 튜브모양의 인체 조직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3차원 구조를 만들기 위해 세포와 특수 젤을 층별로 하나하나씩 겹치어서 쌓아나가는 적층 방식을 사용했으며, 이렇게 제작된 3차원의 인공튜브에 관류액, 즉 관을 따라 액체를 흘려  보내는 작업을 수행했다. 이러한 방법에 의해 동맥, 정맥, 모세혈관 등의 조직을 제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08년 미주리 대학의 가버 포르가치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실험용 바이오 프린터 제작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보고했는데, 닭에서 추출한 세포를 사용해서 실제로 기능을 하는 혈관을 비롯한 심근조직을 바이오프린팅으로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한번에 하나씩 세포를 출력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잉크방울에 수만개의 세포를 담고 있는 구상체의 ‘바이오잉크’를 분사시켜 세포들을 입체구조 형태로 추출해 내어 차별성을 나타낸 업그레이드 된 방식이라는 것이다. 하나씩 출력하는 프린팅보다 세포에 가해지는 충격도 덜해지며, 구상체의 바이오잉크들이 훨씬 더 잘 융합돼 장기의 세세한 부분들까지 일일이 출력할 필요 없이 일정 프로세스를 진행시키면 살아있는 세포들끼리 서로 융합하면서 조직을 만들어내는 개념이다. 실제 포르가치 교수의 바이오프린팅을 통해 출력된 세포들은 출력된 지 70시간이 지나자 살아있는 조직으로 융합됐고, 90시간이 경과하자 심근조직이 일반 심장처럼 뛰기 시작했다고 한다. 놀라운 세계가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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