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최근 드루킹 사건이 우리나라를 뒤흔드는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드루킹 사건이란 ‘드루킹’이라는 별칭을 사용한 김모 일당이 인터넷 댓글을 조작해 여론을 왜곡하고 특정 정치 세력을 위해 여론몰이를 한 사건이다. 드루킹은 인터넷상의 유명인사로 회원이 2000명이 넘는 카페를 운영하고 누적방문자 수가 1000만명이 넘는 파워블로거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매크로’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포털 뉴스에 달린 특정 댓글의 공감 수를 폭발적으로 늘리거나 조작했다고 한다.

드루킹이 스스로 밝힌 바에 의하면 실제로 지난해 대선 후보 경선 및 대선 본선에서 자신들의 댓글 공작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격차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을 때 드루킹이 이끌던 ‘경공모’란 조직이 ‘안철수는 이명박의 아바타’라고 공격했고 그 뒤 안 후보의 지지도가 추락했다고 한다. 이제 드루킹과 관련된 의혹이 김경수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까지 번지고 있다.

인터넷에 게시된 콘텐츠 아래에 짧은 글을 남기는 댓글은 다른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이제 온라인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인터넷에서 뉴스를 읽은 독자들은 이에 동조하거나 비판하고 다양한 의견을 다는 등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이 이루어지면서 여론 형성에도 기여를 한다. 개인이나 기업, 심지어 정부의 정책이나 활동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기도 한다.

그런데 인터넷 댓글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댓글의 익명성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남을 공격하거나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소위 악플이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있다. 또한 알바를 고용해 포털의 댓글이나 조회수를 조작하고 여론을 조작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등 새로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포털 댓글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언론사의 기사를 포털 사이트에서 보여주는 인링크 대신 뉴스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로 옮겨가는 아웃링크를 시행하자는 법안도 제출하고 있고 심지어 댓글의 부정적인 효과에 주목해 인터넷에서 댓글 기능을 삭제하자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와 건전한 여론형성 등 긍정적 효과를 생각할 때 댓글의 폐지는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인링크는 댓글 조작이 용이한 단점이 있지만 여론형성 등 순기능이 있고 아웃링크는 댓글 조작의 위험은 적지만 가짜 뉴스의 양산 우려가 있는 등 장단점이 있으므로 댓글의 순기능과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댓글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수사당국은 이번 드루킹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이들이 벌인 불법 활동내역이 무엇인지, 활동경비는 어디서 얼마를 조달했는지,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권력 유무나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가 관여했는지도 은폐해서는 안 된다. 소상히 밝혀서 응분의 책임을 물어 재발이 없도록 경종을 울려야 한다.

다음은 법·제도적 조치와 함께 기술적인 방지책도 강구해야 한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 사업자들은 매크로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조작 방지를 위해 캡차(CAPTCHA)라는 문자인증 보안 기술을 적용해 왔으나 이미 이를 뚫는 기법은 개발됐고 댓글을 조작하는 기술적 수법도 진화하고 있어 캡차 등 현재의 기술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또한 포털 측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거나 오히려 포털 측은 상업 목적으로 댓글 수와 공감 수를 늘도록 유도하거나 댓글 조작을 방치한 측면도 있다.

따라서 가칭 ‘드루킹 방지법’을 제정해 댓글을 조작하거나 악성 댓글을 생성하는 사람들에 대한 법적인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의 역할도 분명히 하고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포털 사업자에게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댓글조작을 방지하거나 자동으로 악성 댓글을 검출하는 기술적 대책도 마련토록 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장기적으로 유아 시절부터 미디어 리터러시나 인터넷 윤리를 증진시키는 교육과정의 개편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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