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최근 7년간 중단됐던 한·중·일 3개국의 정보통신(ICT) 장관회의가 내년에 다시 열린다. 지난 4월 2일 우리 정부 관계자는 “한국, 중국, 일본 ICT 정부 부처가 5월 말 일본 도쿄에서 ICT 장관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면서 현재 “실무 의제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일 ICT 장관회의의 주요 의제는 4차 산업혁명 협력, 제5세대 이동통신(5G), 한·중·일 3국 간 로밍 요금 등이 논의 중이다.

그동안 한국과 중국, 일본 3개국은 ICT분야에서 서로 경쟁하면서도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한국이 ICT이 강국으로 부상하고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지위가 올라가면서 3개국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장관회의를 열고 동북아 국가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주제를 설정하고 공조해 온 것이다.

한·중·일 ICT 장관회의는 2002년 모로코에서 출범했다. 2003년 제주도에서 2차, 2004년 일본 삿포로에서 3차, 2006년 중국 샤먼에서 4차 회의가 열린 데 이어 5년 만인 2011년 5차 회의가 열렸다. 이 후 3국의 국내 정치 상황과 국제 관계가 복잡해지면서 중단됐다. 2016년 1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는 ‘제5차 한중일 정상회의’ 후 3국의 ICT 장관회의의 정례화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최근 7년간 ICT 한중일 장관회의가 열리지 못했던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한국과 중국과 일본 서로간의 외교적 갈등 때문이었다. 또한 장관회의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공통의 어젠다를 설정해야 하는데 이해관계의 조율이 쉽지 않았다. 테이블에 올릴 3개국의 요구사항이 다른 점도 장관회의를 답보상태로 만들게 한 원인이다.

이번에 한·중·일 ICT 장관회의에 앞두고도 테이블에 올릴 어젠다의 설정과 의제의 조율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이동통신 로밍 요금의 폐지 또는 인하하는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 최근 3개국 간의 관광객이 매년 급증하고 교역규모가 계속 확대해 가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는 3개국 국민과 기업, 모두의 관심사다. 문재인 대통령도 3개국 간 로밍 요금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3개국 ICT 장관이 로밍 요금 폐지 또는 인하 유도에 합의할 경우 3개국 통신사업자 간 협의도 원활히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소비자 실질 혜택은 물론 동아시아가 단일 음성 데이터 통화권을 형성, 경제 교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제5세대 이동통신(5G)의 주파수와 기술 표준, 응용 서비스 등 5G 협력 방안도 논의해야 할 것이다. 금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서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예정돼 있어 글로벌 5G 표준화와 5G 서비스 협력이 필요하고 3국이 세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시티·스마트팩토리 등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3국 공통 관심 분야에서도 협력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한·중·일 모두 급변하는 세계 산업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협력과 정보 교류가 필수다. 3개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있고 산업구조도 비슷한 경쟁자이자 협력자이다. 2011년 이후 7년 만에 열리는 3개국 ICT 장관회의는 동아시아가 글로벌 ICT 중심지로 떠오른 가운데 3국 정부 간 ICT 협력 채널을 복원하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이번 3개국 ICT 장관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5세대(5G) 이동통신과 로밍 요금 인하,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3국 간 협력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3개국이 ICT 정책을 공조하고 협력한다면 3국을 포함한 동아시아가 글로벌 ICT 허브로 도약하는 전기가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의 균형자 역할을 잘 수행해서 ICT를 포함한 외교 역량을 확대하는 기회를 마련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한·중·일 ICT 장관회의를 다음 달 개최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담과도 연계해서 ICT를 매개로 복잡하게 얽힌 외교 문제와 현재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 등 경제 문제 등을 포함한 3국 간 현안과제를 해결하는 포괄적인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촉매제가 되고 견인차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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