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영상뉴스] 증평 모녀의 죽음으로 드러난 복지 구멍과 무관심
[천지일보 영상뉴스] 증평 모녀의 죽음으로 드러난 복지 구멍과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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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천지TV=황지연 기자] 충북 증평 모녀는 생활고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41살 여성 정모씨와 네 살배기 딸이 숨진 채 발견된 것은 지날 6일이었습니다.

아파트 관리비가 석 달 연체된 것을 이상히 여긴 관리사무소의 신고로 발견된 겁니다.

방안에는 '남편이 떠나고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 혼자 살기 힘들다. 딸을 데려간다'는 내용의 유서와 자살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약들이 발견됐습니다.

시신 부패가 심해 사망 시점을 확인하기 어렵지만,
지난해 12월 수도사용량이 '0'인 것을 보아 4달 전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현장 출동 소방관)

“진입해서 현관문 개방해서 수색팀이 처음 들어갔을 때 냄새가 많이 나서, 저희는 그런 냄새를 많이 맡으니까. ‘어디 뭐가 있구나’해서 수색을 했어요.”

우편함에는 각종 체납 고지서와 대부업체에서 보낸 독촉장이 수북이 쌓여 있었는데요.

작년 9월 남편은 사업 실패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1억이 넘는 빚은 고스란히 정씨가 떠안게 됐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함께 살던 친정어머니까지 죽게 되고,
정씨는 정신적 충격으로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웃주민)
“신랑이 빚 때문에 먼저 자살해서 죽었어. 그래서 여자가 우울증이 와가지고”

남편과 운영하던 고깃집은 유지가 어려워 문을 닫게 됐고,
어머니 앞으로 지급되던 기초생활수급비 몇 십만원 마저도 끊기게 됐습니다.

건강보험료 5개월 치와 가스비 6개월 치가 밀려 있었습니다.

달리 직업이 없었던 정씨는 남편이 몰던 차량 3대 중 2대를 처분해 생활비를 마련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상황이 이랬지만, 두 모녀는 주변에서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시댁과는 남편 사망 후 관계가 끊겼고, 친척과도 왕래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괴산경찰서 관계자)
“지금 제발 오시라고 그래야 저희가 처리를 할 수 있다. 오셔 가지고 조사를 받았어요. 5년 전 한번 제사 때 보고 그 이후로는 본 적도 없고 어떻게 사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자기 형수가 돌아가신 어머니. 자기 형수가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것을 한 번 더 문의를 하려고 어제 제가 문자까지 넣었어요. 연락 좀 달라고 전화는 안 받습니다.”

정씨 가정은 두 달 넘게 전기와 수도 요금을 내지 않은 위기 가구였지만,
민간 임대아파트에 살았기 때문에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현행법상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체납자 정보는 복지부에 통보되지만, 민간 임대아파트와 전세 보증금이 1억이 넘는 경우는 거기서 빠지게 됩니다.

더군다나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체납이 발생하더라도 일단 관리사무서에서 대납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지자체에선 확인할 길이 없게 됩니다.

(증평군청 관계자)
“본인들이 신고를 안 하면 전혀 파악이 안 되는 그런 부분이었고. 신청이나 상담이라도 좀 해보셨으면… 요청을 하면 저희가 그분 사안에 따라 상담을 했겠죠. 그 집을 줄여서 아니면 딴 데로 가든지 수급을 신청하고, 긴급을 받고 다른 집을 알아보던지 하다 못해 월세를 알아보던지 이런 방법을 다 간구하는 게 맞죠.”

4년 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법까지 개정했지만, 복지 사각지대가 또다시 드러난 겁니다.

모녀가 평소 이웃과 교류가 거의 없어 주민들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이웃주민)
“잘 모르겠어요 내막은. 정신적으로 힘들었는지 그것까진 모르겠어요. (생활고로 그런 선택을 했다는?) 아 그랬데요. 그렇구나.”

이번 사건으로 복지제도의 구멍과 사회의 무관심이 드러났는데요.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과 노력이 계속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편집: 황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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