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UN)이 정한 ‘세계 빈곤 철폐의 날’인 17일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 앞에서 빈민들의 기본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유엔(UN)이 정한 ‘세계 빈곤 철폐의 날’인 17일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 앞에서 빈민들의 기본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수도사용량, 지난해 12월부터 ‘0’

“‘송파세모녀법’ 빈 수레에 불과”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충북 증평에서 발생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일 충북 증평군 모 아파트 4층 한 가정집 안방에서 A씨(41, 여)와 그의 딸(4)이 침대에 누워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 상태 등을 고려해 모녀는 두 달 전에 숨졌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A씨가 남긴 유서에는 ‘혼자 살기가 너무 힘들다. 딸을 먼저 데려간다’는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해 9월 심마니였던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남편과 함께 갚아나가던 수천만원의 채무를 혼자 떠안게 되자 생활고와 함께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실제로 A씨의 가정집에 날아온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에서도 수도사용량이 지난해 12월부터 ‘0’으로 표시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4년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사건’과 비슷한 맥락이 있다. 당시 서울 송파구의 지하에서 살던 60대 노모와 두 딸도 극심한 생활고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내렸다.

특히 세 모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구축한 사회보장체계의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이슈가 됐다. 이에 정부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을 개정한 맞춤형 급여 제도를 지난 2015년 7월부터 시행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드러나 정부의 제대로 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빈곤사회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가난 때문에 세상을 떠난 증평 모녀를 추모하며 빈곤문제 해결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는 ‘송파세모녀법’이라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사실 해당 법 개정안의 실제 내용은 여전히 송파 세 모녀가 아무런 제도적 보장을 받지 못하는 빈 수레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예산 효율화를 외치며 부정수급 사례만을 모은다”면서 “이조차 대부분은 공급기관의 책임에 불과한 것이지만 너무 낮은 선정기준 때문에 제도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하는 사각지대의 문제는 문제 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사각지대 ‘발굴’이 아니라 실제 지원이 가능한 수준으로 선정기준을 바꾸고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라며 “보이는 빈곤층도 지원하지 못하는 현실을 외면하고 ‘발굴’만 외치지 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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