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중고등학교에서 화장을 하는 학생이 절반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있다. 학생의 화장은 학교의 단속, 훈계 차원을 넘어 이미 하나의 학생 문화로 자리 잡았다. 아이돌 문화가 가져온 부작용이라고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긴 문화다. 어느 시대의 학생이든 그 시대에 맞는 자신만의 용모 가꾸기는 늘 존재해왔다. 지금 시대에 화장품이 다양해지고,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경제력이 생기며 자연스럽게 생겨난 문화인 것이다.

“너희 나이에는 맨 얼굴이 가장 예뻐. 어린 나이에 화장을 하면 피부가 나빠진다”라며 훈계하는 것은 고루하다. 어른의 훈수가 먹힐 것이라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거둬들이는 게 좋다. 꾸지람도, 단속도 별 소용이 없다. 아무리 맨 얼굴이 예쁜 나이라 하더라도 자기 얼굴이 다 마음에 드는 학생은 별로 없다. 자기 얼굴에서 느끼는 콤플렉스를 보완하려고 하는 화장을 나무란다고 멈추지 않는다.

요즘에는 화장품의 성분을 알 수 있는 앱도 있고 미리 써본 학생들의 리뷰도 볼 수 있어 학생들이 좋은 화장품을 선택하기 쉬워졌다. 오히려 좋은 화장품을 잘 선택해서 자신의 나이와 피부에 맞는 올바른 화장법을 가르치는 것이 현명한 훈육이다. 어릴 때부터 피부를 올바르게 관리하는 방법을 배워 활용한다면 화장도 아무 문제가 없다.

정부에서도 학생 화장품을 유해물질이나 환경호르몬이 첨가돼 피부에 손상이 가는 화장품을 만들지 못하도록 특별히 관리를 해야 한다.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안전한 화장품’을 만들어주고 올바른 교육을 하는 것이 사회와 학교의 역할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예쁘게’가 아니라 ‘안전하게’에 초점을 맞춘 ‘소중한 내 피부를 위한 똑똑한 화장품 사용법’이란 책자를 전국의 초·중·고교에 배포한 사례가 모범적이다.

10여년 전 두발 규정을 폐지한다고 해서 교사들이 크게 반발한 적이 있다. 학생의 두발이 자유로워지면 성인과 구분이 안 되어 탈선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머리 모양이나 염색을 난잡하게 하는 학생이 많아 면학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몇 년간 과도기를 겪기는 했지만 지금 학생들의 두발은 자연스럽게 자기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과한 머리 모양이나 과한 색으로 염색한 학생을 찾아보기 힘들다. 학생의 화장도 과도기를 거치며 과하게 화장하는 학생이 걸러지도록 자연스럽게 놔둬야 한다. 학생도 얼굴을 관리 할 권리, 개성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을 시기에 자신을 꾸미고 관리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화장도 이제 두발규정 같이 단속을 하지 말고 양성화해야 한다. 화장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벌점을 매기고, 때리고 욕을 하는 지도는 더 이상 교육적이지 않다. 지도를 받은 학생은 잘못을 느끼기보다는 교사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학교에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 결국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만 멀어지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마음 터놓고 상담하려고 하지 않는다. 교사들도 교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모적인 지도를 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학생들은 “어른들의 편협한 시각으로 ‘학생다움’을 강요하지 말아주세요. 저희들을 학생다움이라는 틀 안에 가두려는 억지에 불과합니다. 어른의 사고방식으로 학생을 억압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외적으로 억압하는 것은 학생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내적인 인성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학생에게 자유를 주고 그에 맞는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올바른 교육이라고 생각 합니다”라고 주장한다.

이미 화장은 지금 시대의 학생 문화로 정착했다. 이를 어른들의 시각으로 거부하고 되돌리기엔 세대 간의 갈등만 커지고 해결책을 찾기 더 어려워진다. 피부가 나빠지든, 학생답지 않든 선택은 학생 스스로에게 맡겨야 한다. 한참 꾸미고 싶을 나이에 어른들이 윽박지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앞날은 자기가 선택하도록 해줘야 한다.

학생들은 화장을 이미 유행처럼 즐기고 인터넷을 통해 영상을 찾아 화장법을 배운다. 부모가 억압하면 화장품 파우치를 친구에게 맡기고 등교 하면 화장을 하고, 집에 갈 때 지우고 들어간다. 음지보다는 양지에서 화장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문제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인생에 있어 청춘은 학창시절이다. 청춘을 교칙이라는 벽 안에 가두어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게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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