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청와대 국민청원에 “교복 착용은 교복이 만들어진 목적과 너무도 맞지 않는다. 교복을 착용하며 교복의 브랜드 등으로 인한 빈부격차가 생겼다. 교복의 가격이 공동구매를 해도 비싸 교복에 대한 가격 부담이 크다. 중고생 탈선행위는 교복으로 인해 예방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가짐과 교육의 문제이지 교복착용이 탈선을 막는 대책이 아니다. 여학생의 교복이 아동복 사이즈와 비슷해서 교복이 아주 불편하다.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운 교복, 누구를 위한 것인가요?”라며 교복 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학생의 청원이 올라와 동의자가 3만명을 넘어섰다. 이 청원 외에도 “치마와 바지를 혼용해 입게 해 달라. 키에 맞는 사이즈의 교복을 입으면 몸에 과하게 달라붙고 짧아 교복에 몸이 갇힌 기분이다. 여학생 교복 디자인에 허리라인을 넣거나 과도하게 짧게 만들지 않도록 해 달라”는 청원도 있다.

10년 전 생활지도부에 근무하며 짧은 교복 치마를 입으려는 여학생들과 전쟁을 치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여학생들은 학교에서는 긴 치마로 입고 다니다 학교를 나서면서 치마 단을 두세 번 접어 미니스커트를 만들어 입고 다녔다. 좀 더 노는 학생일수록 접는 단수가 늘어나 미니스커트 수준이 됐다. 짧은 교복 치마를 따로 가방에 넣고 다니며 학교가 끝나면 공중 화장실에서 갈아입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최근에는 교복 자체가 짧게 만들어져 교복 치마 단속이 무의미해졌다. 학교의 단속이 없어지자 학생들도 흥미를 잃은 건지 짧은 치마가 불편하다는 청원까지 올라온 걸 보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얼마 전 방문했던 일본에서 여중생들이 멋은 고사하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치마와 펑퍼짐한 상의 교복을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며 의아했다. 지금 우리 학생들이 입는 짧은 교복의 원조가 일본 여학생이었는데 다시 복고로 돌아가는 것이 전반적인 추세 같다. 일본의 짧은 교복 문화가 들어와 10여년이 흐르자 학생들 스스로 편한 교복이 낫다는 실용적인 사고를 하게 된 것이다.

교사도 학생의 복장을 단속할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등하교 할 때는 교복을 착용하고 학교 내에서는 단속을 피해 체육복이나 생활복으로 바꿔 입는 학생이 많다. 교사들도 체육복, 생활복을 입고 생활하면 더 편하고 활동적인 것을 알지만 ‘체육시간 외에는 교복을 착용해야 한다’는 교칙 때문에 “교복으로 갈아 입으라”고 지도한다. 심지어 ‘교복이 찢어지거나 더러워져 입지 못함’이라는 확인증이 없이 체육복이나 생활복을 착용할 경우 ‘복장불량’ 벌점을 매긴다.

여학생 하복 상의는 지나치게 작고 짧아 속이 다 비쳐 대부분 학교에서 ‘민소매나 반팔 티셔츠를 겹쳐 입는다’는 교칙이 있다. 책상에 엎드리면 교복이 올라가 맨살이 드러나 속옷을 안 입을 수 없다보니 하복은 덥기까지 하다. 반면 겨울 교복 치마는 너무 추워 롱패딩을 입거나 담요로 가리고 다닌다. 부모들은 아이가 금방 크다보니 비싼 교복을 매년 사야 해서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이다.

학생들의 청원이 아니더라도 제복 모양의 교복을 편한 생활복(티셔츠)으로 바꿔야 할 때가 됐다. 하복 대신 생활복을 채택한 학교의 경우 하복을 입고 다니는 학생이 10%도 되지 않는다. 아이돌 스타일의 멋진 교복만 따라 입는 맹목적인 아이들은 줄고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편하면 좋다는 생각을 가진 아이들이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실용성이 떨어지는 하복 블라우스와 남방을 없애고 여름에는 티셔츠 형태의 활동복과 반바지를 입도록 개선해야 한다. 블라우스, 남방을 없애고 남녀공용인 생활복을 착용하는 학교의 경우 옷감도 시원하고 색상도 어두워서 비칠 염려가 없어 여학생도 선호한다. 여학생에게 한 겨울에 치마를 입으라는 것은 성차별에 가깝다. 겨울에는 보온성이 좋은 바지를 선택해서 입도록 해야 한다. 가디건 대신 학생들이 선호하는 후드 집업 스타일로 바꾼 학교도 있다.

교복을 없애면 편할 거 같지만 매일 사복을 챙겨 입는 게 더 힘들다.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서 학교의 특성을 표현하며 편리하고 실용성 있는 생활복으로 교복을 바꿔야 한다. 영국,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중학교는 학부모, 학생들의 요청으로 남녀 모두 바지 형태의 교복으로 바꿨다. 교복은 모든 학생에게 평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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