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2월 27일 “새로운 대입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볼 때 무엇보다 공정하고, 누구나 쉽게 준비할 수 있도록 단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교육정책은 대통령의 의지와 반대로 움직이며 오락가락하고 있어 학부모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학생들은 수시로 바뀌는 입시제도 때문에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고 하소연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고등학교 3학년이 현행 입시 제도를 비판하는 청원까지 올릴 정도로 교육정책은 불신의 대상이 됐다. “지금 입시 제도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현행 학생부 종합전형은 막막함을 안고 지원해야 하는 전형입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성평가는 평가를 받는 학생이 어떤 점이 부족하고, 다른 학생의 어떤 점이 나보다 더 우수해서 뽑혔는지 객관적인 지표를 알 수 없습니다. 학교생활기록부의 내용이 중요한데 특목고와 일반고의 학교 내의 활동 내용, 활동량의 차이가 큽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결국 특목고 학생과 사교육 컨설팅을 통해 만들어진 생활기록부를 가진 학생을 위한 전형밖에 되지 못합니다. 이런 현실 탓에 대부분의 학생은 정시를 택할 수밖에 없는데 수시에서 수능최저등급까지 폐지한다면 수시 또한 정확한 기준 없이 평가 받게 됩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입니다. 12년의 노력을 객관적인 지표 없이 평가 받는 것은 학생들의 노력을 짓밟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같은 시간에, 같은 시험지로 평가받는 공정한 방법을 원합니다. 학생을 위한 교육부가 맞는다면 이점을 꼭 유념해 주세요”라고 청원했다.

수험생인 고3의 지적대로 학생과 학부모는 절실하게 공정성 있는 입시 제도를 요구하는데도 당국은 못 알아듣는다. 오히려 반대로 '수시모집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를 대학 측에 권고하고 있다. 수시모집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는 수시에서 수능의 영향력을 없애고 학생부를 강화하겠다는 말이다. 때 맞춰 각 대학에는 재정지원사업인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안내하며 대학을 길들이기하고 있다. 학생, 학부모는 학종 폐지, 수시 축소, 정시 확대를 외치지만 교육부는 외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에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다.

사설 교육 기관이 최근 고등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0%의 학생이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 학교별로 내신 편차가 커서 내신은 객관적인 지표가 되지 못하고 수능이 공정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수능최저 기준도 통과 못한 학생들이 학종 전형으로 SKY대학에 진학한다면 누구도 수긍하지 못한다.

학생들은 수능 공부할 시간도 모자란데 학종 때문에 수행 하느라 밤잠을 설치고, 내신을 잘 받기 위해 비싼 사교육을 받는다. 자신을 하염없이 부풀려서 소설 같은 자소서를 쓰고 고액 컨설팅을 받아 포장된 학종을 만든다. 공정하지 못한 입시 전형으로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기 전에 편법을 먼저 배운다. 원하는 대학 합격이 목표인 학생에게 교사도 정직, 정의, 정도를 강요하기도 힘들다.

최근에는 수능 절대평가 전환도 다시 들고 나왔다. 수능을 무력화 시키면 내신에 쏟는 사교육비가 증가하고 학생부가 더 중요해져 금수저 아이들이 유리해진다. 지금도 수백에서 수천만원하는 학생부 컨설팅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아이들이 있다. 학종과 수시는 전형이 너무 복잡해서 흙수저 부모는 자녀의 진학을 도와줄 엄두도 못 낸다. 수능 절대 평가는 국민의 바람과 반대로 정시를 줄이고 수시를 확대해 계층 간 사다리를 끊어 놓겠다는 의도다.

금수저 전형의 대표 주자 소논문도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 대학 교수인 아버지 논문에 고등학생 자녀 이름이 공동저자로 들어가고 입시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대학을 진학하는 제도는 정상이 아니다. 사교육 컨설팅 업체의 첨삭을 받아야 겨우 가능한 소논문은 공정한 입시제도의 걸림돌이 분명하다.

완벽한 대입 제도는 불가능하다. 장점이 아무리 많아도 공정성이 의심되는 제도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폐기해야 마땅하다. 교육과 입시라는 정말 중요한 문제를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듣고 싶은 것만 선별해서 듣는다면 이 정부의 미래는 교육이 망쳤다고 평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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