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수도의 라 몬네다 대통령궁에서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과 고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8. 1. 16.
칠레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수도의 라 몬네다 대통령궁에서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과 고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8. 1. 1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남미 칠레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들의 성폭행과 추행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용서를 구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16일(현지시간) 칠레 라 모네다 대통령궁에서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과 칠레 국회의원, 외교관 등과 만난 자리를 통해 사제들의 성추문을 사죄했다.

교황은 “일부 사제가 어린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힌 데 대해 고통과 수치심을 느낀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용서를 구하고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또 수도 산티아고의 교황청대사관에서 성추행 피해자들과 만났다. 바티칸은 “피해자들은 교황에게 그들의 고통을 이야기했다. 교황은 그들을 경청하고 기도하고 눈물을 흘렸다”고 밝혔다.

이어 교황은 칠레 가톨릭대표단에게 “이 거대하고 고통스러운 악에 대처하기 위해 당신들이 하는 일을 주시하고 있다”며 “나는 (성직자들이) 때때로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사제복을 입고 다닐 때 모욕당하는 것을 알고 있다. 무거운 대가를 치르고 있다. 용서를 구할 용기를 가지라”고 당부했다.

인권의 수호자로 존경받아 왔던 가톨릭은 잇따른 성추행 사건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위상이 추락했다. 미국 비정부기구(NGO) ‘주교의 의무(Bishop Accountability)’에 따르면 2000년 이래 80명에 달하는 칠레 가톨릭 성직자들이 미성년자 성추행을 저질렀다. 교황은 성추문 은폐 의혹을 받은 후안 바로스 주교를 2015년 교구장에 임명해 칠레 국민들이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칠레 국민들은 교황의 사제 성추행 사과에도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교황의 칠레 방문을 전후로 산티아고와 원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남부 지역에서 최소 성당 9곳에서 화염병 등의 공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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