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도원에서 형제의 결의를 맺은 현덕, 관우, 장비는 소를 잡고 술을 걸러 고을의 청년 용사들을 3백여명을 청해 의기를 돋우며 마시고 즐겼다. 이튿날부터 칼과 창, 활과 화살들이 모여들었으나 타고 다닐 말이 없어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황건적의 난으로 북방의 길이 막혀 고향으로 돌아오던 마상(馬商)한테서 준마 50필, 금은과 철 1천근을 군기로 받아들여 그들의 의기는 하늘을 찔렀다. 인근 고을에서도 청년 의병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군기(軍器), 마필이며 5백여명의 청년 용사들을 정돈시킨 유현덕, 관운장, 장익덕 세 사람은 시일을 지체치 않고 군사를 거느리고 태수가 있는 유주로 치달렸다. 그들을 맞아들인 태수 유언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유언은 세 사람을 당상으로 인도해 각각 수인사를 나누니, 태수 유언과 현덕은 같은 한실의 종친으로 현덕이 조카뻘이 됐다. 유언은 한층 더 현덕을 우대했다.

며칠이 지나자 파발 병사가 태수에게 급한 보고를 올렸다.

“황건적의 적장 정원지가 군사 5만명을 거느리고 탁군으로 쳐들어오는데 기세가 대단합니다.”

유주 태수 유언은 교위 추정과 현덕을 불렀다.

“교위 추정은 대장이 되고 현덕은 선봉이 되어 쳐들어오는 황건적을 단번에 무찌르라.”

현덕은 크게 기뻤다. 관우, 장비 두 아우와 5백명의 수하 장병을 이끌고 대흥산 아래 도착하니 벌써 황건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적들은 모두가 머리를 풀어 산발한 뒤에 누런 수건으로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있었다.

양편의 군사들은 서로 대진 형세를 취했다. 황건적은 5만여명의 대단한 병력이요. 현덕의 편은 단지 5백여명의 군사들이었다. 그러나 현덕은 전투에서 적군의 전열을 보고 무찌를 자신이 있었다.

그가 갑옷투구에 쌍다리칼을 들고 말을 채쳐 나아가니 왼편에는 관운장이 삼각수를 거스르고 80근 청룡도를 휘두르며 나오고 오른편에는 장익덕이 고리눈을 부릅떠서 장팔사모창을 비껴들고 현덕을 호위해 뒤따랐다.

황건적의 진영 앞에 다다른 현덕이 적장 정원지를 향해 큰소리로 꾸짖었다.

“나라의 일개 백성으로 어찌 황제를 능멸하여 역적질을 하려는가? 바로 항복한다면 초개같은 목숨만은 살려 주마.”

적장 정원지는 크게 노하여 부장 등무에게 명령을 내렸다.

“너는 속히 달려 나가 주둥이를 함부로 지껄이는 저 놈의 목을 가져 오너라.”

등무는 명을 받자 바로 말 궁둥이에 채찍을 가하여 달려 나갔다. 그러자 현덕의 진영에서 장비가 대갈일성으로 여덟 길이나 되는 장팔사모창을 비껴들고 말을 달려 나오자 창이 번뜩하면서 등무의 가슴을 한순간에 찔러 버렸다. 급소를 찔린 등무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말 아래로 굴러 떨어져 버렸다.

정원지는 등무가 허망하게 죽는 것을 보자 얼굴이 달아오르며 약이 바짝 올랐다. 그는 칼을 단숨에 뽑아 들고 말을 채쳐 나와 장비를 공격했다. 그때 관운장이 청룡 언월도를 휘둘러 말을 달려 나오며 정원지를 가로막으며 일격을 가했다. 정원지는 관운장의 기풍이 당당한 괴력의 힘 앞에 오금이 저렸다. 그는 반격할 틈도 없이 관운장이 휘두르는 청룡도 한칼에 대번 목이 두 동강이 나버렸다.

적병 5만은 정원지가 어이 없이 죽는 것을 보자 전의를 상실한 채 창과 칼을 거꾸로 잡고 혼비백산하여 쇠파리 흩어지듯 사방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현덕의 군사가 추격하니 그 자리에서 항복하는 자가 수만명이었다.

현덕은 첫 번째 전투에서 크게 승리해 승전고를 울리고 돌아오니 탁군의 자랑일 뿐만 아니라 유주의 영광이었다.

유주 태수 유언이 친히 성 밖 멀리까지 나가 현덕의 군사들을 기쁘게 맞이해 크게 위로하고 소를 잡고 술을 내리고 상을 주어 치하했다.

그런 다음 현덕이 채 군복을 벗고 숨을 돌리기도 전에 청주에서 급한 파발이 날아들었다. 파발을 가지고 온 병사는 청주 태수 공경이 유주 태수 유언에게 황급히 구원병을 청하는 서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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