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현덕이 15세가 되자 그의 어머니가 유학을 보냈는데 정현과 노식을 찾아 글을 배우고 공손찬과 동문수학하여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됐다.

황건적들이 들고 일어나 유주를 공격하러 온다는 보고를 받은 태수 유언은 각 고을에 방을 붙여 의병들을 모집했다. 그때 현덕의 나이가 28세였다.

현덕은 성문에 붙은 방을 보자 큰 소리로 탄식했다. 그러자 뒤에 서 있던 사람이 현덕을 꾸짖었다.

“사내대장부가 나라를 위하여 큰일은 못할망정 탄식만 하고 있다니 참 고약한 사람이구만.”

현덕이 우렁찬 목소리에 놀라 뒤돌아보니 키는 8척이나 되고 고리눈을 부릅뜨고 제비턱에 호랑이 수염이 뻗쳤는데 기상은 뛰고 넘치는 말 같은 사람이 우뚝 서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범상한 인물이 아닌 것 같았다. 현덕은 목소리를 공손히 하여 물었다.

“귀하의 존명이 어떻게 되시옵니까?”

그러자 장비는 우렁찬 목소리를 뽐내기라도 하듯이 “내 이름은 장비이고 자는 익덕이라 하오. 대대로 탁군에 살아서 약간의 땅마지기가 있고 술을 팔고 돼지를 잡아서 장사를 하지만 기실은 천하의 호걸들을 사귀기를 좋아하오. 그래서 당신이 붙은 방을 보고 한탄만 하기에 한마디 한 것이오.”

현덕도 자신을 소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본시 한나라 종실(宗室)의 유비라는 사람입니다. 지금 황건적이 난을 일으켜 나라와 백성을 괴롭힌다는 방을 보고 적도를 무찔러 백성을 구할 생각은 간절하나 혼자로서는 힘이 부족해 그것을 한탄한 것이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비가 현덕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렇습니까? 형씨는 과연 천하의 의기남아요. 어쩜, 내 생각과 그리 같으시오. 내 수중에 약간의 재물이 있으니 뜻이 맞은 동지들을 모아 가지고 큰일을 한번 일으킵시다. 어떻소?”

현덕은 무한히 기뻤다.

“여기 노상에서 이럴 게 아니라. 어디 주점이라도 들어가서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어 봅시다.”

두 사람은 마을의 주점으로 들어가서 서로 잔을 들고 술을 마시려고 할 때였다. 주점 앞에서 수레 멈추는 소리가 들리더니 거대한 장신 한 사람이 문을 열고 나타났다. 그는 주점 안으로 성큼 들어와 의자에 걸터앉으며 주인을 불렀다.

“여보 주인장, 술 한 사발 얼른 가지고 오게. 빨리 마시고 성 안으로 들어가서 군대에 참례해야 하네.”

현덕은 고개를 들어 말하는 사람을 바라보니 신장은 9척이나 되는데 수염 길이가 두 자나 되고, 얼굴은 대추 빛에다 입술은 기름을 바른 듯 윤기가 흘렀다. 눈은 봉의 눈이요. 눈썹은 숱이 많아서 위풍이 당당한 참으로 장부의 모습이었다.

그 역시 범상한 인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현덕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동석하기를 청했다.

“형씨, 실례하오만. 여기 우리 탁자에 자리가 비었으니 합석을 하시면 어떠하시겠소?”

장신의 사내는 현덕의 인물을 알아보았는지 그의 청에 거절하지 않고 감사의 예를 표하며 자리를 옮겨 앉았다. 그런 다음 자신의 이름을 소개했다.

“내 이름은 관우라 합니다. 자는 수장인데 지금은 운장으로 고쳤소이다. 본래 하동 해량현 출신인데, 그곳의 토호 한 놈이 자신의 권세를 믿고 백성을 하도 업신여기기에 한주먹으로 때려죽이고 5년 동안 몸을 피해 강호를 떠돌아다니고 있었소. 요사이 마침 이곳에서 황건적 땜에 군병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자원하기 위해 오는 길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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