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자신의 뜻과 같은 관운장의 말을 듣자 현덕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과 장비의 포부를 설명한 현덕은 관운장과 함께 장비의 집으로 갔다. 그곳에서 장비는 자신의 집 후원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내 집 후원을 한 번 보시오. 도원(桃園)이 있는데 꽃이 지금 한창 만발했소. 내일 이 도원에서 하늘과 땅에 제사를 지내 세 사람이 결의형제를 맺은 후 사생을 함께할 맹세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어떻겠소?”

현덕과 운장도 그 뜻에 함께 맞장구를 쳤다.

“장익덕의 말씀이 옳소이다. 그럼 우리 오늘은 이쯤에서 헤어지고 내일 이곳 도원에서 다시 모이도록 합시다.”

세 사람은 내일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그곳에서 헤어졌다.

이튿날이 됐다. 세 사람은 장비의 후원 도원으로 모였다.

그들은 검은 소와 흰 말을 제사 지내는 희생으로 하여 제단 앞에 놓고 유비, 관우, 장비 세 사람이 서로 나이를 따져보니 현덕 유비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운장 관우요, 익덕 장비가 끝이었다. 순서에 따라 유비가 맏형이요 관우가 둘째 형이 되고, 장비가 막내아우가 됐다. 관우, 장비는 유비에게 절을 하고 장비는 다시 관우에게 예를 올렸다.

세 사람은 차례로 서서 단을 향해 무릎을 꿇어 네 번 절하고 향을 사른 후 미리 준비한 축문을 올렸다.

“유비, 관우, 장비는 비록 성은 다르나 이미 결의형제를 맺었으니 앞으로 마음을 함께하고 힘을 합해 곤한 것을 붙들고 위태로움을 구원해 위로는 나라의 은공을 갚고 아래로는 한 해 한 달 한 날에 죽기를 원할 뿐입니다. 황천(皇天)과 후토(后土)께서는 이 뜻을 굽어 살피옵소서. 만약 의(義)를 배반하고 은혜를 잊는 자가 있다면 천인(天人)이 함께 죽여주시옵소서.”

세 사람은 축문을 읽고 제사를 파한 뒤에 다시 소를 잡고 술을 걸러 고을 젊은이 3백여명을 도원으로 청해 의기를 돋우면서 함께 마시고 즐겼다.

이튿날에는 칼과 창이며 활과 화살이 모여 들었다. 그만 하면 3백여명 무사들의 무기는 갖추었으나 단지 아쉬운 것은 타고 달릴 말이 없었다.

“전장을 누비고 다닐 말이 없으니 참으로 애석하구려.”

세 사람이 제각기 말을 구해 보기 위한 머리를 굴리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도원 쪽에 있던 젊은이 하나가 뛰어 들어왔다.

“점잖은 손님 두 분이 많은 종자를 거느리고 한 떼의 말을 몰고 지금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한 무리의 말이 온다는 소리에 세 사람은 동시에 일어나 맞장구를 쳤다.

“하늘이 우리를 도와주시는구나.”

세 사람이 기쁜 마음으로 대문 밖으로 뛰쳐나가 보니 말을 몰아오는 사람은 중산 땅에 큰 상인으로 유명한 장세평과 소쌍이란 인물이었다. 원래 두 사람은 북방으로 가서 말을 파는 사람들인데 황건적의 난리가 나서 길이 막히니 말을 끌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현덕은 두 사람을 청해서 술을 내어 환대한 후에 황건적을 무찔러 백성들을 구해낼 경륜을 말하니 두 상인은 크게 감복했다.

“변변치 않으나 좋은 말 오십 필과 금은 오백냥, 빈철(鑌鐵) 천 근을 바치겠으니 거두어 군기(軍器)에 쓰시기 바라오.”

현덕, 운장, 장비는 하늘이 도운 것이라 생각하고 감사를 예를 잊지 않았다.

그들은 두 상인을 칭송해 작별한 후에 현덕은 대장장이를 불러서 쌍다리칼을 만들게 하고 관운장은 82근의 청룡 언월도를 만들고, 장비는 여덟 길이나 되는 장팔사모창를 만든 뒤에 요사들이 입을 전신갑을 만들게 했다.

현덕과 세 형제의 의기는 하늘을 찔렀다. 인근 고을에서도 이들 세 사람의 휘하에 들기를 희망하는 젊은이들이 속속 모여들어 모두 5백명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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