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이튿날 교위 추정이 회군해 유주로 가려고 하자 현덕이 그에게 말했다.

“중랑장 노식이란 분은 내가 일찍이 글을 배우던 선생님인데 지금 도둑의 두목 장각과 광종에서 전투 중이라 하니 선생님을 도우러 가야겠소.”

“참으로 의로운 생각이십니다.”

추정은 현덕과 뒷날을 약속하고 유주로 회군했고 현덕은 관우, 장비와 함께 수하 장병 5백 기를 거느리고 광종으로 향했다.

유비는 군사를 이끌고 광종에 도착하자 관우, 장비와 함께 군사들은 영문 밖에 머물게 한 뒤 스승 노식이 있는 진중으로 찾아갔다. 그가 장막 앞에서 자신의 통자를 올렸다.

“옛 제자 유비가 스승님께 문안 인사를 올립니다.”

장청에 앉아 있던 노식은 유비의 통기를 받자 반가워하며 즉시 들기를 허락했다.

부관에게 인도돼 장막 안에 들어선 유비가 노식에게 넙죽 절을 올렸다.

“자네가 어쩐 일로 험한 전쟁터까지 왔는가?”

노식은 반가워서 얼굴 가득히 웃음을 띠었다.

현덕은 무릎은 꿇은 채 관우, 장비와 도원의 의를 맺어 의병을 일으킨 일과 유주 태수 유언을 찾아 탁군을 침입한 왕건적 정원지를 죽인 일이며 청주를 공격한 황건적을 대패시킨 사연을 일장 설파한 후, “결의형제한 동생들과 함께 의병 오백 명을 거느려 선생님을 도우러 왔습니다” 하고 공손히 아뢰었다. 노식은 크게 기뻐했다.

“그렇지 아니해도 지금 황건적의 두목 장각의 군세는 십오만이요. 내가 거느린 관군은 오만이다. 오합지졸인 적의 무리를 두려워 할 것은 없다마는 승부가 아직 나지 않으니 민망할 따름이다. 네가 나를 도우러 왔다니 천만 다행이다. 너의 형제들을 만나보고 싶구나.”

현덕은 진문 밖에 있는 관우와 장비를 불러들였다. 두 아우가 장청에 들어가 노식을 보고 인사를 올리니 그는 두 사람의 기걸 찬 모습을 보자 마음이 더욱 든든했다.

“모두가 진중에 머물며 나를 도와주기 바란다.”

노식은 관우와 장비에게 후대하며 관심을 보였다.

며칠 뒤였다. 노식이 현덕을 불렀다.

“지금 이곳은 내가 있으니 큰 염려가 없으나 영천 땅에는 황보승과 주전이 장각의 아우 장량, 장보와 진을 쳐 대결하고 있다. 내가 따로 군마 일천을 줄 테니 너희 군사와 합세해 영천의 적도를 소탕하라.”

“분부대로 출전하겠습니다.”

현덕은 당일로 관군 1천명과 수하 의병 5백을 거느리고 낮과 밤을 행군해 영천으로 달렸다.

그 즈음 영천에서는 황보승과 주전이 황건적과 싸웠는데 적군은 전세가 불리해서 장사 산골로 들어가 숲속에 병영을 치고 있었다. 황보승은 주전과 의논했다.

“적들이 숲 속에다 진영을 지었으니 화공법을 쓰기에 아주 적절하다. 불로 공격을 하려고 하는데 어떠한가?”

“좋은 계교이다. 나도 같은 생각인데 빈대 잡듯 모조리 태워 죽이자.”

두 사람은 뜻을 같이 하고 그날 밤에 군령을 내렸다.

“병사마다 홰를 한아름씩 묶어서 어둠 속에 매복해 있게 하라.”

그날 밤 따라 큰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황보승과 주전은 하늘이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더욱 기뻐했다. 밤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었다. 이경(二更)이 넘은 시각이었다.

황보승과 주전은 갑주 투구로 무장하고 마상에 높이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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