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3년 만이다. 예능계로 흘러 들어와서 한발 한발 내디딘 전 남자농구스타 서장훈은 마침내 방송에서 1인자로 인정받았다. 지난달 30일 2017 SBS 연예대상에서 서장훈은 쇼토크부문 최우수 수상자로 선정됐다. SBS TV 프로그램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서 노련한 진행과 재치있는 문답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걸출한 예능인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날 시상에 앞서 방송인 김구라는 ‘누가 최우수상을 받을 것 같으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일부에서 서장훈씨가 수상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는 예능을 잘 몰라서 말하는 거다”며 “예능은 많은 재주있는 사람들의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서장훈씨는 체육에서 예능으로 넘어온 지 3년밖에 안 돼 아직 최우수상을 받기에는 이르다”며 예능인으로서 자존심이 실린 예상평을 내놓았다. 하지만 김구라의 예상은 그의 수상으로 크게 빗나가고 말았다.

이날 서장훈의 수상소감을 살펴보면 그가 얼마나 예능인으로서 성공적인 변신을 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그는 “매년 내가 이래도 되나 생각하게 된다. 존경하는 방송인들 앞에서 무려 최우수상을 받아도 되는지 송구스럽다. 많은 분들이 즐겨보시는 ‘동상이몽2’ ‘미운 우리 새끼’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며 “‘미운 우리 새끼’ 네 분의 어머님, 아드님들 덕분에 내가 아무 것도 한 게 없는데 여기 와 있는 것 같다. ‘동상이몽2’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재능을 내세우기보다는 주위 방송인들과 출연진들에게 겸손한 자세와 태도를 보이며 진솔한 소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는 것을 그의 수상소감에서 읽을 수 있었다.

3년 전 최고의 농구스타 출신이 예능인으로 갑작스럽게 변신할 때, 그의 성공 가능성을 반신반의했다. 연세대, SK, 삼성 등을 거친 서장훈은 선수시절 지나친 승부근성과 직설적인 어법 등으로 인해 최고의 스타이면서도 일부 팬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겼다. 이런 그가 많은 대중의 오락을 위해 기여해야 하는 예능인으로 탈바꿈 한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그는 주위의 우려를 ‘기우’로 바꿔놓았다. 2m 7㎝의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투박한 어투와 몸짓은 오히려 기존 예능인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함과 차별성을 주었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독특한 캐릭터로 예능팬들을 점차 사로잡기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스포츠인들은 스포츠스타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스포츠인의 자존심을 지키고 스포츠에 집중해야 하는 게 기본적인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스포츠 시장이 확대되며 스포츠의 예능화가 점차 불가피하게 이루어지면서 스포츠인들의 예능계 진출은 이제 대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모양새다. 

서장훈이 예능에서 최고상을 받음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스포츠가 예능을 훔치는 세상’으로 한발 성큼 다가서고 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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