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주제가 ‘손에 손잡고’는 역대 올림픽 관련 노래를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다. 한국인 가수 코리아나 그룹이 부른 이 노래는 가사 내용이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내용을 갖고 있고, 리듬과 템포감이 좋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서울올림픽 취재를 했던 필자는 이 노래를 들으면 서울올림픽의 벅찬 감동이 스멀스멀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서로 서로 사랑하는 한마음 되자 손잡고’라는 마지막 구절은 이념과 체제, 민족과 종교를 넘어서 하나가 되자는 세계인들의 염원과 희망을 잘 담았다. ‘손에 손잡고’가 큰 감동을 안겨주며 서울올림픽은 단군 이후 한민족 최고의 잔치로 손색이 없었고, 세계인들로부터 가장 성공한 올림픽으로 많은 칭찬을 받았다. 하지만 서울올림픽 수년 전부터 참가문제로 많은 협의를 했던 북한이 끝내 불참한 것은 12년 만에 동·서 화합의 제전이었던 올림픽대회에 ‘옥에 티’로 남았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2018평창동계올림픽은 북한이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등 대규모 대표단을 참가시킬 예정이어서 남북한 평화와 화합의 한마당이 될 듯하다. 그동안 북핵과 미사일 문제로 얼어붙었던 남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해빙의 기지개를 켜며 남북한 7천만 겨레에 모처럼 환한 기운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3년 평창동계올림픽 공식주제가로 지정된 조수미의 ‘평창의 꿈’이 서울올림픽 공식주제가 ‘손에 손잡고’에 못지않게 국내는 물론 세계적 인기를 한몸에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로 각각 녹음됐던 이 노래는 성화봉송과 올림픽 관련 행사에서 불리었지만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허나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북한의 참가로 ‘평창의 꿈’ 노래가 시사하는 바가 큰 만큼 남북한 선수단은 물론 남북한 모두에서 많이 불렸으면 한다. 그동안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에서 동시입장 할 때나, 공동응원을 할 때 남북한 응원단은 한반도기를 흔들고 전통민요 ‘아리랑’을 주로 불렀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올림픽의 의미를 살리고, 남북한의 평화를 기원한다는 측면에서 ‘평창의 꿈’이 남북한에서 모두 환영받을 만한 노래이다.

‘평창의 꿈’ 가사 말미는 ‘아~언제나 우리 마음 머무는 그곳 이제 달려가리라 희망의 땅으로 아~너와 나 기쁜 꿈이 하나 되는 곳 그곳에서 올림픽의 꿈 이뤄지리라. 평창! 평창~’으로 끝난다. 남북한이 극적으로 공동 참가의 길을 열은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의 올림픽 제전으로 승화시킨다는 내용을 미리 암시하는 듯한 내용이다. 아마도 어두운 장벽을 걷어내고 하얀 눈빛세상에서 울려 퍼지는 남북한의 올림픽 찬가는 가슴 벅찬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남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 이념과 체제는 다르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민족의 동질감을 확인하고 새로운 차원의 남북관계 모색에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대결과 싸움을 그치고 교류와 화해의 장을 펼치며 남북문제를 조금씩 풀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평창의 꿈’을 부르며 남북한이 긴장완화와 평화를 꿈꾸면 남북한 관계도 혹독한 겨울을 지나 언젠간 따듯한 봄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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