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대학원생들의 발표는 솔직하고 진지했으며, 내용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이었다. 수업 인원 18명 전원이 발표한 과제는 분석하는 관점과 방법은 많이 달랐지만 지향하는 가치와 철학은 공통적인 것이 있었다. 상호 신뢰와 의존성을 갖고 스포츠의 힘을 통해 국가의 복원력을 키우자는 것이었다.

모 언론대학원에서 ‘스포츠와 미디어’라는 과목을 한 학기 동안 강의하면서 학기말 과제로 필자가 좋아하는 영화 가운데 지도자가 스포츠를 통해 국민을 어떻게 통합했는지를 잘 보여준 ‘우리가 꿈꾸는 기적 : 인빅터스’를 선정해 대학원생들에게 분석, 발표하도록 했다. 이 영화를 과제로 결정한 것은 현재 보수, 진보가 큰 갈등을 보이는 우리 정치사회의 현재 모습을 보면서 한 사회와 문화의 문제를 해결할 스포츠와 리더의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9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제작한 ‘인빅터스’는 등장인물, 장소, 이벤트가 모두 역사적 사실이어서 큰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이 영화는 흑인차별에 반대해 수십년간 감옥생활을 했던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첫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백인 럭비대표팀인 ‘스프링복스’ 주장에게 1995년 럭비 월드컵에서 우승을 하라는 사명을 부여해 인종차별로 많은 피를 흘린 국가를 어떻게 치유해 나가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원생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 수준 높은 연구 능력을 보여주었다. 광고전공의 한 원생은 공감, 절제, 관용의 인간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영화에서 모건 프리먼이 연기한 만델라 대통령의 대사를 세부적으로 분석했다. 만델라 대통령은 “삶에서와 마찬가지로 스포츠에서도 우리는 공감, 절제, 관용으로 그들을 놀라게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백인들로부터 오랜 차별과 고통을 당했지만 그들을 ‘적’으로 여기지 않고 올바른 나라를 위해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을 함께 인간적인 숭고한 정신으로 놀라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방송전공의 한 원생은 만델라라는 인물과 스타디움, 럭비라는 장소와 이벤트로 나눠 영화에서 어떻게 인간 통합의 주제를 상징화했는지를 세밀하게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영화라는 매체는 오락성이 강하지만 이 영화는 역사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여러 상황을 설정, 인류애와 통합의 가치를 잘 표현했다는 설명이었다. 이 원생은 “영화의 장면들이 잘 짜인 것 같았다. 어떻게 모든 사람을 통합시킬 수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잘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디지털 미디어 전공의 원생은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스포츠 영화와는 너무 달라 좀 낯설었지만 아주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국가대표’ ‘쿨러닝’ ‘독수리 에디’와 같이 선수들이 역경과 시련을 이겨내고 성장을 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그렸지만 이 영화는 가슴 뭉클한 인간의 가치를 높여주는 수준급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또 이 영화에서 럭비라는 스포츠 종목을 선택한 배경을 럭비의 기원과 럭비 종목의 특성을 통해 흥미롭게 설명한 이도 있었으며 ‘인빅터스’ 영어 글자를 하나씩 풀어 영화 주제와 관련해 색다르게 접근하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올림픽, 2002 한·일월드컵 등을 통해 어려운 국가적 상황에서도 전 국민이 생각과 의견의 차이를 넘어서 하나가 되는 가슴 벅찬 경험을 가졌다. 지난 수십년간 진보, 보수의 관념적 차이로 정치가 나눠지고 국민들이 세대간, 지역간 갈등을 심하게 보이며 혼란스런 모습을 보였다. 몇 달 안 남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기회로 우리 국민들이 다시 공감하고 소통하며 스포츠를 통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비록 한 학기 수업 발표 과제로 선택한 ‘인빅터스’였지만 이 영화가 왜 우리에게 큰 울림이 있었는지를 정치인을 비롯한 우리 사회 각계의 많은 사람들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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