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속으로] 형식뿐인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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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1991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사상 처음으로 탁구와 축구에서 단일팀을 구성한 남북한은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획기적인 성과를 올리고 남북한 역사에 의미심장한 이정표를 세웠다. 당시 축구담당기자였던 필자는 판문점 남북체육회담에서부터 평양 공동훈련, 단일팀 선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출전까지 이어지는 6개월간의 역사적인 행보를 함께했다.   

전년도인 1990년 북경아시안게임 직후 평양에서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통일축구대회를 개최하며 화해분위기를 조성했던 남북한은 이 해 2월 12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제4차 남북체육회담에서 남북한 ‘단일팀’이라는 뜻밖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탁구와 축구에서 단일팀을 구성해 흰색 바탕에 푸른색 한반도지도를 그려 넣은 공동단기를 앞세워 출전하기로 한 것이다. 남북한은 이 해 4월 일본 치바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6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제6회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 단일팀으로 참가했는데, 현정화(남), 이분희(북)가 맹활약하며 탁구 여자단체전에서 세계 최강 중국을 물리치고 우승을 거머쥐었고, 청소년 축구는 8강이라는 값진 성과를 올렸다. 

단체전인 탁구와 축구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1개월 이상 공동훈련을 실시하며 팀웍과 조직력을 키운 것이 좋은 성적을 거둔 밑거름이 됐다. 남북한은 탁구와 축구에서 거의 대등한 실력을 보였으며,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는 팀 구성을 해 전력을 강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남북한 단독으로 출전했으면 이만큼의 성적을 올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91년 이후 남북한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까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에서 공동입장을 했지만 단일팀 구성을 하지는 않았다. 선수 선발, 훈련, 지도체제, 선수들의 행동 등 선수단 운영 문제와 정치체제상의 변화 등으로 인해 단일팀 구성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달 초 북한 김정은의 신년사 발표를 계기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한 단일팀 구성에 합의했다. 북한은 회담 시작부터 여자아이스하키에서 남북한 단일팀 구성을 적극 내세웠고 우리 측 관계자들은 북한 측의 요구를 마침내 수용했다. 단일팀 구성에 대해 우리 측 선수들이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자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진천선수촌을 전격 방문, 선수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선수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올림픽이 바로 임박한데다 그동안 훈련으로 고생했던 일부 인원이 북한 선수들 때문에 최종 선발에서 제외되지 않을까 해서다. 

지난해 핵과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를 사상 최악의 위기국면으로 몰아넣었던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는 올림픽 정신의 실천과 남북관계의 진전이라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단일팀 구성은 20여일도 남지 않은 대회 일정과 남북한의 동계종목의 현주소를 고려한다면 많은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우리 측 선수보다 전력이 뒤처지는 북한 선수들의 합류는 전력강화에도 별 보탬이 되지 않고 다만 형식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남북한의 상황은 27년 전 남북단일팀 구성 때와는 많이 다르다.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단일팀 구성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피겨 스케이팅 등 개인종목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 자체에 의의를 두는 게 바람직했으며, 정부 당국은 단일팀 주장을 증폭시키는 북한의 제안을 합리적으로 설득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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