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컵라면 - 정민욱
[마음이 머무는 시] 컵라면 - 정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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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

정민욱

 

구불구불 구겨진 삶들이
모여 사는 세상
한때 열정을 부어 끓이면 젊음이
식어버린 시간 속에서
바삭 굳어있다
잠들지 못한 생각들이

건져 올린 시간 속에서
굳어버린 삶에 
옮기지 못한 상념
끝내 놓지 못한 체념
버리지 못한 미련
스프로 털어 넣으면
뜨거운 삶의 이유가 된다.

 

[시평]

라면이 우리나라에서 생산돼 일반에게 판매가 된 지는 꽤나 오래됐다. 1960년대 중반쯤부터 라면이 나온 것으로 기억되니, 얼추 반세기는 지난 듯하다. 그래서 이제 라면은 우리 식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어쩐지 라면은 정규적인 식단은 아니라는 생각을 벗어나지 않는다. 일시적이고 또 임시로 차려지는 식품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왠지 라면은 부유하기보다는 가난함의 대명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시인은 라면을 구불구불 구겨진 삶들이 사는 세상이라고 이름하고 있다. 구불구불 구겨진, 온전하지 못한, 그래서 남들에 비하여 어려운, 비정상적인 듯한 그러한 삶, 그런 삶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라면이 지닌 구불구불한 형태적인 면과 함께.

젊은 시절, 비록 힘들고 가난한 그래서 라면이나 끓이며 지내던 시절이었지만, 그 누구나 열정을 지니고 살아갔다. 그 열정 마냥 물을 펄펄 끓여 라면을 넣고는 끓였다. 그리고는 이내 펄펄 끓는 그 열정 속으로 수프를 넣고는 뚜껑을 닫았다. 열정이 더욱 익어갈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는 뚜껑을 열고 젓가락을 넣어 휘휘 휘저었다. 아, 아 비록 가난했지만, 그 열정만큼은 살아 있었던 우리의 젊은 시절, 그 열정, 우리 삶의 진정한 이유이기도 했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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