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벽화마을 - 조순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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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마을

조순배

 

갈라진 담장에
해바라기 피어나고

물이 새는 지붕
낡은 슬레이트 조각 뒹구는 오후
찌그러진 함지박에서 달맞이꽃 웃는다
층층대에 그려진 붉은 꽃잎
들고양이들 자유로운 이곳
산바람 넘나들며 아픔 달래주는 마을
낡은 담에는 붉은 꽃 노랑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다니며
사람들을 부르네 내일을 부르네

 

[시평]

벽화마을은 보통 도심에서 벗어난 오지 마을이나 산동네에 위치하고 있다. 6.25전쟁이 나고, 다른 지역에서 피난을 온 사람들, 또는 실향민들이 살 집이 매우 부족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네 뒤에 있는 야트막한 산으로 올라가서 허름한 판자와 흙벽돌을 손수 찍어 무허가로 집을 짓고 살게 됐다. 무허가로 출발한 곳이기에 관공서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여 도로며 수도 시설이 열악했고, 도로도 꼬불꼬불한 S자형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이러한 환경은 오랜 세월을 거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후 열악한 환경을 조금이나마 보기 좋게 하기 위해 벽에 그림을 그려 넣는 프로젝트가 실시되면서 벽화마을이 생기게 됐다. 

갈라진 담장으로 해바라기가 피어 노란 얼굴을 내밀고, 찌그러진 함지박 엎어진 곳에서는 달맞이꽃이 피어나는, 그래서 들고양이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리며 자유롭게 노는 곳. 어디에선가 불어오는 산들바람은 때로는 시름에 찬, 때로는 아픈 마음을 달래주고, 이름도 알 수 없는 온갖 노란 꽃 붉은 꽃이 다투어 피어나는 곳. 이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천연의 자연과 어울리며 그려진 담장벽화는 그 자체로 바로 천연의 아름다움이 되어 마을을 지킨다.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 무엇보다 편안하게 해준다. 비록 가난한 삶이라고 해도, 자연의 꽃들과 바람, 그리고 자유롭게 나다니는 작은 동물들, 여기에 벽화까지 어우러져, 그 삶, 비록 가난하지만 풍성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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