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마지막이라고 생각되는 날엔 - 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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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라고 생각되는 날엔

정하나

 

내 삶의 마지막 날은 어제였다.

영원히 닿지 않을 내일도
막상 어찌할 바 모른 오늘도 아닌,

누운 자리 감은 눈에
숨의 무게가 얹어지면
염려도 미움도 기대도 그뿐
나의 생 이것으로 족한 것을

새로이 뜨는 눈망울엔
낯설고도 찬연한 새 빛.

내 삶의 마지막 날은 어제였다.
오늘은 기적 같은 진주 한 알.

 

[시평]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이 날은 바로 하루씩 차이이다. 그러나 내일은 다만 하루 차이만이 아니다. 언제고 다가갈 수 없는 영원한 미래인지도 모른다. 내일이 오늘이 되고, 그래서 내일은 한 발작 슬쩍 물러나 저 다른 곳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듯 내일, 내일 이렇게 이어가다보면 내일은 영원한 내일로 우리가 가닿을 수 없는 미래가 될 뿐이다.

오늘은 늘 내일을 향해 나아가야 할 날이기 때문에, 늘 새롭게 맞이해야 하는 그런 날이기 때문에. 그래서 오늘은 기적 같은 진주, 그 한 알과 같은 날인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늘 새로이 뜨는 눈망울, 그리고 낯설고도 찬연한 새 빛의 날이 바로 오늘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의 마지막 날은 늘 새롭게 맞이하는 오늘도, 또 영원한 미래로 나의 앞에서 놓여져 있는 내일도 아닌, 어제인 것이다. 마지막 날인 어제를 보내고 맞이하는 새로운 오늘, 오늘이라는 이 찬연한 날에 바라다보는, 한 발 앞서가는 내일이라는 미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참으로 오늘이라는 이 날이 소중하고 또 너무나 고맙지 아니한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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