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깨진 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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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항아리

이은봉(1953~  )

 

당신은 깨진 항아리, 처음부터 깨지지는 않았지 오래전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으며 깨졌지

그렇지 이 집으로 시집와 살면서 깨졌지
당신은 철 테 두른 깨진 항아리

남들은 모르지 당신만 알지
마음까지 금 가 볼품이 없다는 것을

그래도 당신이 있어 부뚜막이 있지 부엌이 있지 이 집이 있지 음음, 내가 있지 세상이 있지 오늘이 있고, 내일이 있지​​

 

[시평] 

한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고, 그래서 그 사람의 아내가 되어 아이들을 낳고, 그 집안의 안주인이 되어 살아가며, 온갖 일들을 겪으며 살아간다. 처음 올 때에는 온건한 마음과 몸으로 왔지만, 이리저리 생활 속에서 부딪치며 살아가다보니, 때로는 금도 가고, 때로는 깨지기도 하고, 마음 한 구석 다치기도 하겠지.

그러나 그 깨지고 다친 마음 조금도 개의치 않고, 가족을 위해, 남편을 위해, 아니 내가 속한 모두를 위해 살아온 아내. 그래서 깨진 마음을 얼기설기 쇠줄로 얽어매기도 하고, 애써 그 웃음 잃지 않고 살아온 아내.

이러한 마음 남들은 모르지. 결코 모르지. 때로는 마음까지 금이 가 스스로 볼품이 없어졌다고 자탄을 하는 그 마음을. 그래도 이렇듯 꿋꿋하게 살아주는 아내가 있으므로, 나라는 사람도 있고, 가정도 있고, 또 세상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어느 날 문득 다가온 아내의 소중함. 어느 날 더욱 측은해 보이는 아내의 가녀린 어깨. 그렇다. 바로 이러함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겠는가. 진정함은 문득 다가와 우리의 전신을 흔들어주고 가곤 하는 것이리라.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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