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역 근처에 위치한 화담숲 가을 전경. (제공: 화담숲)

경기도 광주 곤지암 ‘화담숲’
서울 근교 수목원으로 ‘인기’
화담… ‘정답게 주고받는 말’

5.2km 산책길과 17개 테마원
자작나무숲·소나무·분재원 등
3주간 가을 단풍 숲 ‘성수기’

[천지일보=이지영 기자] 길바닥에 철 이른 은행이 투둑 떨어진다. 아직 채 익지도 않았는데 가을바람 불기 무섭게 웬일일까. 올해도 결국 가을이 오고야 말았구나. 서늘한 바람이 아침 저녁 불어오니 마음도 덩달아 스산해지는데, 사람 마음 흔들어놓는 바로 그 가을바람인가 보다. 문득 지난 여름 다녀온 화담숲이 떠오른다. 그 숲에 가을이 오면 꼭 다시 와야지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역 근처에 위치한 화담숲. 생소하지 않게 다가오는 ‘화담’이란 이름은 ‘정답게 주고받는 말’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아담한 수목원쯤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모노레일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수목원을 다 감상하는데 족히 2시간은 더 걸린다.

다른 수목원을 가보지 않고 이곳을 오게 된다면, 이 숲에 대한 고마움을 짐작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화담숲은 LG 상록재단이 조성했는데 공익적인 목적도 가지고 운영을 한다.

만든 이가 내가 쉬고 싶은 정원을 생각하면서 만든 공간처럼 느껴지니 규모나 내실면에서 참 잘 만들었다는 칭찬이 절로 나온다. 단순히 사업이 목적이라면 숲에 대한 이런 정성스러운 손길을 느끼기 어려울 것 같다. 기업의 사회 공헌도 정성이 담겨야 목적을 이룰 수 있겠다 싶다.

여타 식물원도 여러 테마정원과 수천개의 식물군을 자랑하지만 화담숲은 구획을 조금씩 나눠 억지로 짜 맞춰 배치한 느낌이 거의 없다. 주제별로 각각의 수목이 그 숲에서 그저 자라고 있는 걸 보고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 화담숲 여름날 자작나무 주제원. ⓒ천지일보(뉴스천지)DB

◆ 봄 진달래·벚나무, 여름 수국, 사계절 소나무로

화담숲은 총 17개의 테마정원과 국내 자생식물 및 도입식물 약 4300여종을 수집해 전시하고 있다. 봄에는 210여종의 진달래와 150여종의 벚나무가 만개하고 여름에는 150여종의 수국이 피어난다. 1300여주의 소나무는 사시사철 화담숲을 푸르게 유지한다. 100여종의 수련은 연못에 수를 놓고 30여종의 이끼들은 돌과 나무 화단을 덮어 초록을 선사한다.

우선 주차장에서 화담숲 입구에 이르려면 꽤 긴 구간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한다. 다행히 스키장을 끼고 있는 곤지암 리조트와 가까운 관계이기 때문에 오르막 길 리프트가 무료로 제공됐다. 편안하게 화담숲 정문으로 안내가 되지만, 조금 더 타고 싶다는 점은 함정.

입장 티켓을 사는 곳에선 모노레일을 타야할지 걸어서 이용할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몸이 특별히 불편하거나 체력이 달리지 않는다면 걷기를 추천한다. 전체가 덥힌 비 개방형 모노레일이라 자연을 충분히 느끼기엔 아쉽다는 느낌도 들고 현장에서도 모노레일은 어르신들이나 어린이들이 주로 이용했다.

실제 2시간 넘게 걸어본 기자는 크게 피곤함을 느끼지 않았다. 오르막이어도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완만함이 느껴지고 틈틈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무엇보다 주제별 정원이 계속 펼쳐지는 환희 속에 피곤할 틈이 거의 없다.

▲ 화담숲의 산수국. ⓒ천지일보(뉴스천지)DB

기자가 찾은 여름날 화담숲의 꽃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화담숲에는 여름에 피는 꽃들로도 볼만한 것들이 많다. 특히 여름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산수국이 많이 피어있었는데 평소 흔히 볼 수 있는 둥근 형태의 수국과는 생김새가 다르다. 나비 모양의 꽃잎이 한데 몽글몽글 모여있는 모양이 일반 수국이라면, 산수국은 따로 흘어 놓은 모양새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산수국을 찍기에 바빴다. 모양이 눈꽃송이처럼 사랑스러워 눈을 떼기 힘들었다. 수국 하나로도 이런 감동인데, 화담숲엔 꽃이 지천이었다. 특별한 감동은 앉아서 쉬거나 도시락을 까먹을 수 있는 쉼터의 화단이었다. 광화문 광장에 나가면 청계광장 근처로 꽃을 심어 놓은 화단이 보이는데, 항상 눈이 간다. 그런데 그렇게 생긴 꽃들의 몇 배가 이 화단에 흐드러졌다. 도시락은 절로 꿀맛이다. 이정도 꽃다발에 감동일까. 테마 정원 중에는 아예 꽃만 모아서 정원을 만든 곳도 있었는데, 꽃의 물량이 정말 푸지다. 각양각색의 꽃들로 눈이 호강인데 어느 꽃에 눈을 맞춰야 아깝지 않을까 맘이 바빴다.

▲ 화담숲 분재원의 모과나무. ⓒ천지일보(뉴스천지)DB

그 다음 기억에 남는 곳은 자작나무 숲이었다. 긴 구간 조성되진 않아도 자작나무 주제원에 들어서면 폰을 꺼야하지 않을까 싶다. 중요한 순간이니까. 쭉 뻗은 나무의 반질반질한 은빛 표면이 은은한 초록 나무잎과 어우러져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계속 걷고 싶긴 해도 딱 아쉽지 않을 그만큼 자작나무 구간이 펼쳐졌다.

그 다음은 소나무정원과 분재원이다. 이리 저리 멋스럽게 뻗은 가지와 큰 키는 동양화에서 보던 그런 소나무다. 1300여종의 소나무들이 작은 인공 폭포와 함께 멋을 충분히 뽐내고 있다. 분재원 내 소나무의 경우는 전국 각지에서 수집한 100년 내외의 적송이라고 한다. 분재원에는 예술작품인 나무들이 모여 있다. 30~120년생 분재 작품 50여점이 전시돼 있다. 모과나무와 대추나무 등 ‘작품이 된 나무’들을 실컷 구경할 수 있다.

두 시간 코스의 정점을 찍는 곳은 입구이자 출구 쪽 연못에 위치한 민속주막이다. 입구 쪽에도 푸드코트처럼 형성된 대형 식당이 많지만, 누구든 이 주막을 쉽게 지나칠 수 없을 것 같다. 2시간 산책에 허기가 질 무렵인데 부침개 굽는 냄새와 동동주의 달콤 시원함이 그려져 저절로 발걸음이 이끌린다. 해물파전에 도토리묵, 수제두부김치 등 주막이라는 이름에 딱 맞는 먹거리가 준비돼 있다.

◆ 가을 ‘화담숲’… 일교차 큰 지형 덕에 단풍 더 ‘고와’

그 화담숲이 가을 단풍숲으로 성수기를 준비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일행과도 가을 단풍들 때 한 번 더 오자고 약속을 했던 터라 발걸음을 또 하게 될 것만 같다.

화담숲은 스키장을 운영하는 곤지암리조트와 지형적 특성이 같다. 나뭇잎이 물들어 단풍이 되는 것이 온도차 때문인데, 해발 500미터로 큰 일교차가 벌어지니 밝고 진한색의 고운 단풍을 만드는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화담숲은 지난해 단풍축제가 진행된 3주 동안 22만명이 찾았을 정도로 서울 근교 단풍여행지로 이미 인기가 높다. 특히 빛깔 곱기로 유명한 내장단풍을 비롯한 당단풍, 털단풍, 왕단풍, 털침단풍, 서울단풍 등 많은 종류의 단풍나무들이 알록달록 물결을 이뤄 화담숲을 물들일 예정이다. 특히 숲속산책 길을 따라 흐르는 가재계곡 주변에는 빛깔이 붉고 고운 내장단풍이 심어져 있는데 내장산의 단풍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라고 한다.

바스락 거리는 단풍을 밟을 수 있도록 낙엽 산책로도 조성된다. 빨갛게 익은 감과 산수유, 억새와 수크렁들이 어우러져 단풍과 함께 가을 향취를 선사한다.

화담숲에는 다람쥐를 마주칠 기회도 많은데, 반딧불이 원앙이 토종 민물고기들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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