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틱 가구 거리 풍경. 빈티지한 철제 소품 들이 자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미군 쓰던 가구 처분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 형성
유럽풍 가구 많아… 디테일 살아있는 소품도 눈길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햇볕은 살짝 뜨겁지만 시원한 바람 덕분에 완연한 가을 날씨를 느낄 수 있는 요즘이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창문이 활짝 열린 테라스에서 햇살을 맞으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싶은 날들이 이어진다.

실제 이러한 풍경을 마주하고 싶다면 단연 이태원을 추천한다. 이태원의 낮은 비교적 여유롭고 이색적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외국인들과 골목골목 들어선 외국풍의 가게들, 빈티지함과 앤틱함이 느껴지는 상품들이 즐비하다.

이태원에는 20~30대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경리단길과 함께 ‘앤틱 가구 거리’도 사람들의 발길을 머무르게 하는 곳 중의 하나다.

앤틱 가구 거리는 서울의 ‘몽마르트르’로 변모 중이다.

기자가 지난 15일 찾은 앤틱 가구 거리에선 이른 아침부터 가구를 사러 온 중년층의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설사 기자처럼 앤틱 가구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곳에서 접하는 디테일이 살아 있는 고풍스러운 가구나 소품들은 한참동안이나 눈길을 머물게 한다. 하물며 앤틱 가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자차가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4번 출구로 나와 해밀톤 호텔을 등지고 2~3분 직진해 걸어 내려오면 이때부터 ‘앤틱 가구 거리’가 펼쳐진다.

별다른 표지판 없이도 양쪽으로 들어선 수십개의 앤틱 가구점들이 이곳을 말해준다. 여기에는 70여개의 앤틱 가구점들이 있다.

버스를 타고 간다면 100번, 406번, 143번, 740번, 401번을 타고 ‘용산구청, 크라운호텔’에서 내리면 된다. 지하철과 반대방향에서 내리기 때문에 이곳에는 초입부터 알 수 있도록 ‘앤틱 가구 거리’ 표지판이 붙어있다.

▲ 다양한 앤틱 가구들. ⓒ천지일보(뉴스천지)

골동품이라는 뜻을 가진 ‘앤틱’이라는 단어처럼 앤틱 가구도 그렇다. 굳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원목의 탁자, 수납장, 소품들이 마치 유럽으로 안내해주는 듯했다. 이곳은 ‘새 가구’가 아닌 오로지 ‘앤틱 가구’만 존재한다. 앤틱 가구 외에는 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특화된 곳이기 때문이다. 가구 외에도 손때가 묻어 있는 듯한 시계, 찻잔, 각종 장신품 등도 있다.

이태원 앤틱 가구 거리는 미군들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태원에 미군 기지가 들어서면서 미군들이 한국에 들어올 때 본국에서 사용하던 가구들을 갖고 왔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한국이 못살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마땅한 가구를 구하지 못하는 탓에 미군들은 가구까지 들여왔던 것이다. 그러다 1960년대 미군들이 본국으로 귀환하면서 사용하던 가구들을 팔려고 내놓게 됐고, 이후 점차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유럽 등지의 다양한 고가구 상들이 모여 자리잡게 된 것이다.

▲ 앤틱 책상과 의자. 책상 위에 도자기 인형 모양 전등이 불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곳에서 30년 넘게 앤틱 가구를 판매하고 있는 ‘킹 앤티크’의 김태화 사장(68)을 통해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미군들이 가구를 내다 팔면서 시작됐지만, 현재 당시의 미주 제품은 찾아볼 수 없다. 유럽쪽 가구가 대부분이다.

김 사장은 “영국에 직접 가서 가구나 소품들을 사온다. 이런 앤틱 가구는 영국에서도 시골로 가야만 구할 수 있다”면서 “영국에 가면 1주일 넘게, 길게는 한 달까지도 있는데 경비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1년에 4~5번쯤은 영국을 오간다고 했다.

대부분이 1920년대쯤 만들어진 가구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더 많이 발품을 팔수밖에 없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그는 “20년 전만해도 영국에 골동품, 오래된 가구들이 참 많았는데, 요즘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다른 나라에서 많이 사가기도 하고 특히 일본 사람들이 영국 제품을 좋아한다. 일본은 워낙 앤틱 가구를 좋아하고 이런 쪽으로 발달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앤틱 가구 마니아층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주로 외국에서 살다 온 한국인들이 많이 좋아한다고 했다. 앤틱 가구를 사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20대부터 40~5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해지고 있다. 앤틱 가구가 비싸다는 인식이 있긴 하지만, ‘희소성’을 생각한다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앤틱의 매력은 옛날 물건이기 때문에 그만큼 희소성이 있다. 요새는 이런 디자인을 못 만드는 것도 있고 원목가구라 몇십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 지금부터 50년은 더 거뜬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앤틱 가구를 흉내 낸 것은 많지만, 이곳은 그 나라에 직접 가서 물건을 들여오는 것이라 그야 말로 ‘오리지널’ 앤틱이라 할 수 있다.

▲ 앤틱 가구 거리 풍경. 가게 유리창 너머로 고풍스러운 앤틱 가구와 조명들이 보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울의 몽마르트’로 변신 준비

서울 용산구는 ‘앤틱 가구 거리’를 ‘서울의 몽마르트르’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10억여원을 들여 ‘앤틱 가구 거리 조성사업’을 진행했다.

낡은 가로등을 정비하고 보도를 확장해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로 곳곳의 보차도 경계를 최대한 낮춰서 유모차, 휠체어 등 보행약자가 이용에 불폄함이 없도록 개선했다. 향후 미군부대 용산기지 터에 들어설 용산공원과 연계해 앤틱 가구 거리를 세계인이 찾는 명품 관광지구로 개발해 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이 일대에서는 해마다 페스티벌도 열린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지역처럼 야외에서 앤틱 가구들만 모아 판매하는 행사를 하는 것이다.

10월 19~22일까지 앤틱 가구 거리 일대에서는 ‘이태원 앤틱&빈티지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 기간에 세계 각국의 앤틱 가구, 빈티지 가구, 인테리어 소품 등을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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